이번에는 수도권 전철 경부선의 경기도 최남단역인 평택역까지 갔다왔다. 평택시의 중심 격인 곳이다 보니 민자역사도 백화점 등을 동반해 아주 으리으리하게 지어놓고 있는데, 다만 이번에 처묵한 곳은 거기서 좀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이렇게 2번 출구로 나가서,
따갑게 내리쬐는 햇빛과 뜨거운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가며 북쪽 길로 쭉 걸어갔다. 앞에 노란 바탕의 중화요리라는 간판이 희미하게 보이고 있으니 거기겠지 하겠지만, 아니었다. 사실 더위에 쩔어주게 약한 나로서는 차라리 거기였으면 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7분 쯤을 쭉 걸어가다 보니 앞에 고가도로가 보였다. 고가 바로 앞에서 왼쪽으로 틀면 이 날 목표했던 곳이 나온다. 고가도로 바로 옆에 있어서였는지 가게 이름도 '육교반점' 이다.
다소 허름해 보이는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단층 건물에 자리잡은 중국집인데, 중국집이라고는 해도 해장국 같은 이런저런 것들도 같이 하는 집처럼 보였다. 냉방중이라고 써붙인게 얼마나 반갑던지. 물론 냉방은 에어컨이 아니라 선풍기였지만 말이다.
메뉴판. 가게 외관과 달리 새로 짜놓은 것 같다. 요리는 탕수육과 잡채, 짬뽕국물 정도 뿐이라 식사 위주로 하는 곳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가격은 평균적인 중국집 정도.
4인용 테이블은 세 개 뿐이었고, 안에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약간 더 넓은 공간이 추가로 나 있었다. 물론 그것 까지 합쳐도 그다지 넓다고 하기는 어려운 곳이었고. 왼쪽에 콩국수를 먹던 사람까지 같이 찍혀버렸다.
또다른 가게 내부 짤방. 요식업소용 대형 냉장고에 배달용 가방, 정수기 등등이 그 좁은 공간에 꽉꽉 들어차 있어서 좀 어수선한 분위기다. 주방은 약간 왼쪽에 보이는 문 바깥에 있었다.
테이블 세팅. 그냥 평범하다. 다만 냅킨을 하도 꽉꽉 눌러담았는지 뚜껑이 잘 닫히질 않았다.
메뉴 만큼 중요한 원산지 표시. 김치 빼고는 국산을 쓴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또 중요한 '일요일은 쉽니다'. 다행히 간 날은 평일이었다.
이런저런 식사 메뉴 중에 내가 택한 건 볶음밥 곱배기(6500\). 겉보기에는 여타 중국집 볶음밥과 별로 다를 것 없다. 다만 밑반찬에 열무김치로 보이는 독특한 색깔의 김치가 추가된 것이 눈에 확 들어왔다. 물론 달걀프라이는 진리다.
망한 볶음밥 접사샷. 좀 더 비스듬히 찍었다면 곱배기의 가공할 만한 양을 가늠할 수 있었을 텐데. 아무튼 삼선 그런게 아니라서 구성은 단순했지만, 화교 중국집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돼지고기가 들어가 있었고 고슬고슬하게 잘 볶아낸 데다가 양도 상당히 많았다.
따라 나온 짬뽕국물. 달걀을 풀어넣었기 때문인지, 보기보다는 맵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처묵처묵을 시작했는데, 더위 때문에 아점만, 그것도 부실하게 먹었고 땀 삐질삐질 흘리며 걸어왔는데도 식욕이 양을 이기기가 힘들었다. 차라리 곱배기가 아니라 보통을 시킬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그래도 먹는거 가능하면 남기지 말자는게 내 주의라서 속도를 줄여가면서 간신히 비워낼 수 있었다.
비워낸 뒤. 그나마 밑반찬들은 밥 비워내는데 열중하다 보니 별로 손을 못댔다. 지못미.
물론 여기도 지난번 미스진햄버거처럼 거리의 압박 때문에 매일같이 가서 먹을 수는 없겠지만, 행여 평택 내려갈 일 있을 때 중식이 땡긴다면 가봐도 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다른 건 못먹어 봤지만, 볶음밥 하나 만큼은 괜찮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약 1주일 여 뒤에는 평택보다는 가까운 인천의 어느 곳을 찾아갔는데, 키워드는 '만두' 였다. 다음에 또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