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평집에 갔다온 지 어언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딱히 멀다고 할 수 없는 위치인데도 그 뒤로 닭곰탕이라는 음식을 먹어본 기억이 없다. 사실 같은 값이라면 닭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우선 순위에서 밀린 거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닭이 너무 천대를 받는 것 같아서(???) 10월이 딱 절반에 다다랐을 때 거기서 또 멀지 않은 한 곳을 처음 찾았다.
시청이나 을지로 쪽 갈 때면 거의 매 번 지하철 타기가 너무 아까워 이용하는 을지로지하보도를 이용했는데, 안내도에서 볼 수 있듯이 을지로4가역과 을지로3가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일단 저 출구로 나와서 호텔피제이를 따라 걸어가다가, 저 호텔이 예전에는 삼풍상가였음을 암시하는 이름의 꽃집 사이로 난 골목을 들어갔다.
네이뷁이나 당므 로드뷰로도 나오지 않는 좁다란 골목길이었는데, 그래도 노란 바탕에 빨간 글씨의 닭곰탕집 간판은 알아볼 수 있었다.
이 날의 목표 지점은 이 호반집이었는데, 사실 황평집을 한 번 더 찾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여기도 닭곰탕 하면 알아주는 곳이라고 해서 일부러 가봤다. 그리고 또 가게 된 데에는 또 다른 합당한 이유도 있었다.
바로 가격. 여기도 아마 그 동안 물가 인상과 조류독감 등의 이유로 음식값을 올렸겠지만, 황평집의 경우 기본 닭곰탕이 6000원이고 특곰탕이 7000원이 된 터라 여기가 가격 면에서는 더 유리한 위치였다. 그 외에 이런저런 안주류도 있었지만 어차피 술 같이 마실 사람도 없고 돈도 없으니 눈에도 별로 들어오지 않았다. 가게 내부도 온돌방이 좁다란 곳 하나 뿐이고 나머지는 테이블로 되어 있어서, 안주 보다는 식사 위주로 하는 집처럼 보였고.
아무튼 그 가격대의 강점을 살려(??) 특곰탕을 주문했다. 주문하고 얼마 안되어 깔린 밑반찬들과 밥. 별로 잘 먹지 않는 마늘쫑은 빼고 다 손대봤는데, 부추김치와 깍두기가 꽤 맛있었다. 물론 쌈장에 찍어먹는 양파는 진리다.
그리고 마침내 냉면 그릇 비슷한 크기의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나온 특곰탕. 원래 기본적으로 다대기가 들어가지만, 닭곰탕은 담백하게 먹는 게 취향이라서 주문할 때 다대기는 빼달라고 했다.
취향껏 넣어 먹도록 같이 나온 잘게 썬 풋고추와 다진 마늘. 마늘을 넣으면 맛이 너무 강렬해질 까봐 그냥 풋고추만 털어넣었다.
닭껍질이 좀 적게 나온 것이 아쉽긴 해도, 특곰탕이니 만큼 고기의 양은 꽤 많은 편이었다. 풋고추를 넣었기 때문에 국물이 꽤 칼칼해지기는 했지만, 닭고기 국물이다 보니 느끼하거나 잡내가 나지는 않고 전체적으로 담백했다.
어떤 사람들은 고기를 먼저 어느 정도 건져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먹기도 하지만, 나는 그냥 밥부터 때려넣고 같이 먹는다. 다만 닭곰탕이라는 음식은 곰탕이나 설렁탕처럼 허겁지겁 먹을 수는 없는데, 닭을 우선 통째로 삶은 뒤 손으로 일일이 뼈와 살을 분리시키는 번거로운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뼈가 들어갈 가능성도 충분히, 아니 확실히 있고.
그렇게 17분 걸려서 뚝딱 해치웠다. 물론 이번에도 예상 대로 뼈가 종종 걸려 나왔는데, 그래도 공기밥 뚜껑 위에 발라낸 뼈가 저 정도면 고기 양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 건 황평집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리고 나흘 뒤에는 오랜만에 울산에 갔는데, 궁극적인 목적이야 울산시향 공연 보는 것이었지만 부차적인 식사의 경험도 했으니 같이 써보려고 한다. 다음에 또 '게속'. 다만 요즘 스캐너 문제 때문에 식충잡설만 주구장창 썼기 때문에, 음악잡설에서도 몇 가지 레어템 관련 잡설을 먼저 풀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