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울산의 경우 공연 관람 외의 다른 목적이 없었고, 공연 종료 직후 다시 심야시외버스를 타고 돌아왔기 때문에 별로 쓸 것은 없다. 다만 거기서 좀 일찍 먹은 저녁이 기억에 남고 짤방도 만들어 왔으니 끄적이고 부산으로 넘어가려고 한다.
공업도시라는 울산의 경우에도 유명한 먹거리들이 분명히 있지만, 그 먹거리들이라는 언양불고기나 고래고기는 도무지 혼자 먹을 양도 가격도 아니었으니 일찌감치 제외했다. 그리고 가능한한 공연장인 울산문화예술회관 인근에서 그냥 부담없이 끼니를 때울 만한 곳 한 곳만 찾아야 했는데, 이번에 눈에 띈 곳이 회관과 공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던 남구청 뒤의 어느 음식점이었다.
짤방에서 볼 수 있듯이 소바(메밀국수)와 우동, 돈까스 종류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고 되어 있고, 가게 외부도 뭔가 미묘한 일본식으로 되어 있었다. 가게 내부는 양 쪽 벽을 기준으로 테이블이 붙어 있듯이 되어 있었는데, 그 외에 온돌식 식사 공간도 옆에 있는 모양이었지만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벽에 붙어 있는 메뉴판. 가격대는 좀 센 편이었는데, 10월 중순이어서 좀 쌀쌀해지기는 했지만 우동 보다는 소바를, 그 중에서도 찬 음식인 냉소바가 먹고 싶었다. 크기는 어떤 걸로 할까 생각해 봤는데, 메밀국수는 뱃속에서 좀 빨리 꺼진다는 통념도 있고 해서 대짜를 시켰다.
그리고 이렇게 가게의 메뉴들을 이것저것 조합한 정식 메뉴들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었는데, 이걸 보니 여기서 파는 돈까스는 그냥 돈까스가 아니라 치즈돈까스 아니면 고구마돈까스로 보였다.
주문을 하면 이렇게 봉평샘물(맞나?)이라고 적힌 물병과 물컵이 먼저 나온다. 물론 그냥 물이고 물컵이므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8분 쯤 기다린 뒤 받은 냉소바 대짜. 살얼음이 얼어 있는 육수에 국수가 잠겨 있는 모양새였다. 그릇도 꽤 커보여서, 적어도 먹고 나서 부족함을 느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고.
다행히 오이채 같은 개인적인 '혐오 식재료' 는 없었는데, 다만 이 상태 그대로 먹기는 너무 차가울 것 같아서 일단 파와 무 간 것, 김(으로 보이는 것)을 섞어 보면서 얼음이 어느 정도 녹기를 기다렸다.
밑반찬은 단무지 네 조각이었는데, 일반 단무지보다 더 굵고 단 맛이 좀 덜한 게 특이했다. 공장제가 아닌 수제 단무지였을까?
살얼음을 어느 정도 녹인 뒤. 그릇에 묻혀 나온 와사비는 원래 손대지 않지만, 이번에는 먹으면서 약간씩 뭉개가며 집어넣어 봤다. 2년 전에 광주에서 먹은 모밀국수가 자연스럽게 생각났는데, 육수 맛이 거기 만큼 달지는 않아서 입에 더 잘 맞았다. 면발도 살짝 쫄깃하지는 했지만 끊기는 식감을 봐서는 메밀 함량이 낮아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뜨겁지도 않으니 식혀 먹을 필요도 없었고, 꽤 빨리 그릇을 비울 수 있었다. 다만 와사비는 전부 다 넣지 못했는데, 조금씩 넣어 먹었을 때는 매운 맛을 거의 느낄 수 없었기 때문에 좀 더 용기(???)를 낼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
맛과 양이 꽤 괜찮기는 했지만, 가격대가 좀 센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물론 그 가격대가 좋은 식재료와 기술로 형성되었다고 한다면 너무 손해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울산 시민이 아니라서 언제 또 갈 일이 있을 지는 모르지만, 온소바나 우동 맛은 어떤 지 궁금하다.
그리고 11월 초에 갔다온 부산에서도 비슷하게 처음 입에 댄 음식이 찬 국수였는데, 이건 다음에 또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