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절대 밝힐 수 없지만, 집안이 거의 풍지박산 일보직전까지 간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갈 수나 있을까 하다가 결국 갔다왔다. 일단 사놓은 예매권이었기 때문에, 안가기에는 그것도 아까웠기 때문이었고.
하지만 그 때문에 이번에는 '어느 부스에서 어떤 것을 사야겠다' 는 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만 눈팅동냥으로 본 바로는 망르 화백이 컬러 일러스트집을 낸다고 했고, 최근 이글루로 강제이주(???)한 로리꾼 화백이 화이트데이 기념으로 하루히 트윈지를 낸다는 건 알고 있었고.
어쨌든 aT센터까지 가는 길은 비교적 순조로왔다. 다만 센터 근처에서 신분당선 공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주말이라 그랬는지 병목현상이 심해서 결국 양재천 다리와 센터 중간에 내려서 좀 걷기는 했지만.
개장한지 약 40분 정도 뒤에 들어갔기 때문에, 아직 준비가 안된 부스도 더러 보였다. 일단 1층부터 쭉 돌고 2층으로 올라가는 루트를 정했는데, 특이한건 전시장 벽에 붙어 있는 광고문이었다. 2층에서 음료수와 핫바, 도너츠를 판다는 것이었는데, aT센터 측에서 매점을 넣은 것인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1층을 돌다가 전역 후 다시 복귀한 초코멩 화백의 부스 'CHOKOMANIAC!' 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런 '지인 부스' 는 대개 모든 부스를 다 돌아본 뒤에 가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에, 일단 위치를 체크해 두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부터가 지름신 알현의 시작이었는데, 우선 지난 서코 때 마음에 들었던 워프의 공CD 7종 세트(1000x7=7000\)를 한 차례 더 질렀다. 그리고 이어 위에 언급했던 망르 화백의 컬러 일러스트집 '나비효과(3000\)' 를 샀고, 健康志向 화백과 Sui 화백의 합동 서클인 MoneAne의 부스에서 역시 컬러 일러스트집 'Colourful Palette(3000\)' 를 구입했다.
이어 깜쥐 화백과 Piah 화백의 합동 서클인 'WhiteWorld+StrawberryPink' 에서 마찬가지로 컬러 일러스트집 'wwsp 0.5(2500\? 3000\?)' 를 샀다. 물론 전체적인 강세는 여전히 여성향 계열이었지만, 남성향의 약진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었고.
2층에 생겼다는 문제의 '스낵 코너' 를 한 번 가봤는데, aT센터에서 만든 것 같지는 않고 아마 코믹월드 측에서 '합법적 노점상' 을 시험하기 위해 임시로 만든 것 같았다. 얼음물을 채운 수조에 넣어놓은 캔음료수들이나 정체가 약간 불확실한(???) 도너츠들, 핫바, 커피 등을 팔고 있었는데, 학여울 SETEC이던 양재 aT건 행사장 안에서 간단히 요기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불만 여론에 대한 배려로 보여졌다.
(물론 코믹 주변에 들끓는 노점상들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는 박통 혹은 전통 시절의 무자비한 공권력 투입 외에는 대안도 없는 현실인데, 노점상이라는 존재 자체도 문제지만 그걸 아무 거리낌없이 소비해 주는 이들에게도 확실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일단 1층과 2층을 다 돌아봤으니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초코멩 화백과 재회했는데, 살은 그다지 많이 빠진거 같지는 않았다(ㅈㅅ). 회지를 자그마치 네 권이나 내놓았는데, 대부분 입대 이전 혹은 휴가중 만든 회지들의 재탕이었고. 전설의 첫 카피본 'Tunak Tunak Tun' 에서도 그랬지만, 특유의 거칠디 거친 그림체와 아스트랄한 내용이 대중성을 얻지 못했는지 우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미 지름신을 충분히 영접하고 왔기 때문에 부족한 현찰로 고민하다가 '알렉산더류 닌자술(2000\)' 과 '식충(1000\)' 두 권을 질렀다.
이어 다시 2층으로 올라가 로리꾼 화백을 만났는데, 일자리 잡았다면서 어떻게 짬을 내 회지를 만들었나 물어보니 '회사는 때려쳤고, 여친과도 헤어졌다' 는 난감한 대답을 들었다. 게다가 회지도 갑작스러운 기획으로 만든 터라 작가 본인은 물론이고 마감이 늦은 인쇄소에서도 죽는 소리를 냈다고 하고.
거기서 그 문제의 회지인 'Super Love Song(2500\)' 을 마지막으로 질렀다. 다만 지인이라는 혜택으로 500\ 할인에 새로 나온 클라나드 액정 클리너와 팬시 세트도 받았고(후루카와 나기사+후지바야시 쿄+이치노세 코토미+사카가미 토모요. 이부키 후코랑 후지바야시 료, 후루카와 사나에 지못미▶◀)
갑자기 쿈의 여캐화 버전인 '쿈코' 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코믹월드에서도 체감했는데, 저 회지에서도 같이 참가한 이노무시키 화백이 차용하고 있었다. 사실 캐릭터 성전환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데, 하루히라는 작품의 파급력이 아직도 대단하다는 것만은 인정해 줘야 할 듯.
가져온 데자와랑 식빵을 우물거리며 잡담을 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코믹월드 도우미 한 사람이 부스마다 뭘 돌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부스당 초코파이 두 개씩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것도 아마 '백합제' 같은 행사에서 참가 부스들에 김밥 등을 돌렸던 선례를 벤치마킹한 것 같았고.
일단 모든 지름도 끝났고 볼 것도 다 봤기 때문에, 1시 30분 쯤에 행사장을 나왔다. 거기서 버스를 잡아타고 교보문고 핫트랙스로 가서 그 동안 피뽑아 모은 문화상품권으로 김동률 5집과 토이 6집을 지르려고 했지만, 한국문화진흥에서 나온 상품권은 가맹 계약 해지로 쓸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허망하게 다시 나와야 했고. (하지만 한국문화진흥 홈페이지에서는 아직도 교보문고를 오프라인 가맹점으로 적어놓고 있다. ㅅㅂ)
그리고 제목의 '막장하나 추가요'. 이건 사실 코믹월드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취지 자체부터 '코믹월드의 안티테제' 로 시작했다는 코믹스페이스 건인데, 정말 저 제목 외에는 딱히 코멘트할 거리가 없다. 물론 예전부터 저 행사의 주최자가 모 유명 연예인의 동생이고, 코믹월드에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채 몰래 참가했다가 들통나 퇴출당한 뒤 그 앙심으로 행사를 기획했다는 '소문' 도 들은 바 있었고.
그렇게 기획 단계부터 삐걱대던 행사가 결국은 완전 뜬금없는 일정과 장소 변경, 그리고 더 뜬금없는 대중음악 축제의 부대 행사로 '전락한다는' 공지로 인해 완전히 개발살이 나버린 건데, 기획 단계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큰손' 동인들마저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정도면 더 이상 말이 必要韓紙?
정식 행사명보다 '애니레X프' 라는 조롱섞인 냉소적 패러디명으로 불리고 있는 행사에는 애초부터 관심 1나노그램도 주지 않는 아웃 오브 안중 모드이긴 했지만, 이제 저 코믹스페이스가 사실상 자폭의 수순을 밟으면서 '승리의 코믹월드' 라는 현실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되었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온리전들은 행사 자체의 전문성과 축소성 때문에 대항마 역할을 하기는 불가능하고, 서드 플레이스도 아직 소규모 행사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코믹월드 독주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