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끄적인 것처럼, 원래 이번에 갔을 때 먼저 탈 신설 노선은 부산-김해 경전철이었다. 하지만 버스 연착을 먹으면서 결국 이튿날로 예정되어 있던 이 4호선을 먼저 타보기로 했다.
지하철이 건설과 운영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자 경전철이라는 개념의 새로운 대중교통이 등장한 것은 대략 1990년대 후반으로 알고 있는데, 다만 계획 단계에서 IMF로 인해 수많은 노선이 날아가 버리고 이런저런 문제로 공사 지연이 빚어지면서 결국 한국에서 첫 경전철은 이 부산 도시철도 4호선이 되었다.
개금역에서 미남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두 번은 갈아타야 했는데, 일단 서면에서 1호선을, 그리고 동래에서 이 4호선으로 갈아타 미남역까지 간 뒤 거기서 다시 안평역까지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동래역이 시쳇말로 '막장환승' 이라서, 1호선에서 4호선으로 가기 위해 이동하는 거리가 꽤 되었다. 물론 이건 다음날 가본 부산-김해 경전철도 마찬가지였지만.
동래역에서 미남역으로 가기 위해 기다리는 도중에 눈에 띈 포스터. 제목 대로 금지 행위를 하지 말자는 내용이었는데, 특이하게 그림 같은 것이 아닌 실제로 열차 내부와 역내에 설치된 CCTV로 촬영된 위반 사례를 들고 있었다. 물론 저기에 찍혀 있는 금지 행위자의 얼굴이나 신상은 나와 있지 않지만, 저 사람들이 이 포스터를 봤다면 적잖이 찔렸을 듯 하다. 안 찔렸으면 말고.
미남역이서 안평역까지 가기 위해 기다리면서. 여기도 물론 밀폐형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었다. 약 2분 뒤에 열차가 들어왔고, 나는 맨 뒷칸에 탔다.
4호선 전동차도 신분당선과 부산-김해 경전철, 의정부 경전철처럼 무인 운전 방식이라, 이렇게 앞뒤가 훤히 보인다. 의정부 경전철과 규격은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철제 차륜이 아닌 고무 차륜을 쓰고 팬터그래프가 아닌 궤도 옆의 급선로에서 전력을 공급받아 달리는 '제3궤조' 방식인 것은 둘 다 비슷했다. 다만 이런 경전철이 지상이 아닌 지하를 달리는 것은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었고.
물론 이 열차도 지하만 다니는 건 아니고, 이렇게 지상으로도 올라와 달리기도 한다. 반여농산물시장역을 나오자마자 지상 구간을 달리고 있는 모습인데, 여기서부터 종착역인 안평까지는 모두 이렇게 고가를 달리도록 지어져 있다.
어느 구간인지는 까먹었지만, 미남 방면으로 가는 열차와 엇갈리는 모습. 보다시피 바퀴가 굴러가는 콘크리트 도상 양 옆에 급선로가 설치되어 있고, 비상시에 대비해 선로 양 옆이 아닌 중앙에 대피용으로 승강장 규격의 발판을 쭉 깔아놓고 있었다. 지상 구간 뿐 아니라 지하 구간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일반 팬터그래프식 궤도의 지하철이나 전철처럼 대피로를 선로 양 옆에 만들면 감전당할 확률이 높을 테니 취한 안전 대책으로 보인다.
차량 출입문의 디자인도 독특했는데, 양쪽에서 열리는 게 아니라 버스의 내리는 문처럼 한 쪽으로만 열리고 닫히는 미닫이문처럼 되어 있었다.
동쪽 종착역인 안평역. 하지만 종착역의 여유(??)를 즐길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사진 한 장만 박은 뒤 곧바로 돌아가는 열차를 타야 했다.
지리적 여건 때문에 부산에서 다소 개발이 더딘 지역이라는 해운대구 반송과 금정구/동래구를 이어주는 노선이라 그런지, 개통 직후부터 이용객 추산 엉터리로 했다고 미친 듯이 까이는 의정부 경전철보다 이용객 숫자도 훨씬 많았다. 덕분에 공사 끝내고 시운전까지 마친 상태임에도 시공 업체와 시청 사이의 갈등 때문에 아직도 개통이 안되고 있는 용인 에버라인을 제치고 한국 최초의 경전철이 된 기록과 더불어,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경전철이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이렇게 4호선 전 구간을 돌아본 뒤, 다시 미남역으로 와서 3호선을 갈아타고 수영역에서 또 2호선을 갈아타 부산문화회관과 가장 가까운 대연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도보로 회관에 도착한게 저녁 6시 44분이었으니, 꽤 빡빡한 일정이었다. 어쨌든 한 끼 때우고 노선 하나 정ㅋ벅ㅋ하고 공연도 예정대로 볼 수 있었지만, '그럼 저녁 한 끼를 결국 날려야 하는 건가' 라는 실망은 여전했다.
하지만 운좋게도 그 나머지 한 끼를 해결하려던 곳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계속 북적이고 있었고, 덕분에 그 날아갈 뻔한 타지의 처묵처묵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었다. 다음에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