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시철도 4호선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경전철 노선이라는 기록도 마찬가지로 부산 쪽에서 가져갔는데, 약 6개월 남짓 뒤에 개통된 이 부산-김해 경전철이다. 그리고 이 노선은 12km 정도인 4호선에 비해 두 배 가량이나 더 긴 약 23km라는 꽤 긴 영업 구간을 가진 경전철 노선으로도 유명한데, 정작 이용 실적은 4호선에 많이 뒤진다는 평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아점을 처묵한 뒤 이 경전철의 부산 측 종점인 사상역으로 갔는데, 여기도 동래역 만큼의 '막장환승' 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환승 동선의 불편함은 둘째 치고, '외지인' 이 이 경전철을 이용하려면 추가로 불편 사항과 금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문제였다.
2호선 사상역에서 경전철 사상역으로 가는 환승 통로에 붙어 있는 안내문. 서울/수도권의 공항철도나 9호선, 신분당선, 의정부 경전철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운임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교통카드가 없으면 환승 할인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었다. 하나로고 마이비고 없는 유패스 소지자인 서울 촌놈은 결국 따로 승차권을 구입해 탑승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노선도 2000년대 이후 개통된 대다수의 도시철도 노선들과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토큰형 승차권을 사용하고 있었다. 의정부 경전철과 마찬가지로 민자 유치 노선이라 요금은 1구간 1300원, 2구간 1500원으로 꽤 비싼 편이었는데, 일단 전 구간을 다 돌아야 했고 종착역에서 반대편 승강장으로 넘어갈 수 없을 것에 대비해 2구간 승차권을 구입했다.
구입한 토큰형 승차권. 승차할 때는 교통카드와 마찬가지로 개찰기 위에 찍고 들어가고, 하차할 때는 개찰기의 투입구에 넣고 나오면 되는 방식이다.
대합실 벽에 있는 김해시 관광 홍보 광고물의 수로왕과 왕비 캐릭터. 양산에 이어 두 번째로 부산으로 이어지는 도시철도의 수혜를 받고 있는 만큼, 지역 홍보에 열심인 것은 여기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야대역 방면 승강장. 분당선의 압구정로데오역과 함께 괴이하기 그지 없는 작명 센스를 자랑하는 다음 역의 역명과 스크린도어에 붙은 생탁 광고가 눈에 띈다. 만들어서 빨리 소비해야 하는 막걸리의 특성 때문에 지역별로 막걸리 공장과 브랜드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1999년에 생산 지역 외 판매 규제가 해제되고 대형 마트 등지에서 타지의 막걸리를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막걸리 브랜드의 지역색도 많이 약화되는 추세다.
가야대행 열차가 들어온 뒤 열차 맨 뒷칸에서 찍은 사상역 선로 끄트머리의 모습. 4호선과 마찬가지로 무인 운전이라 차량 앞뒤가 이렇게 훤히 보인다. 따로 연장할 구간이나 계획이 없는지, 열차 한 편성만 주박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만 남기고 선로를 딱 끊어버린 모습이었다.
고무타이어 바퀴를 사용하는 4호선이나 의정부 경전철과 달리, 이 노선은 1435mm의 표준궤 철로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전력 공급 방식은 위의 노선들과 비슷하게 철로 왼쪽에 있는 급선로를 이용하는 제3궤조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가야대역까지 가는 동안에는 별다른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이용객 숫자는 확실히 4호선 보다는 적었다. 물론 타고 간 시간대가 오후 1시여서 그랬을 수도 있겠는데, 승객들 중에는 김해국제공항으로 가는 것이 분명한 아시아나항공의 승무원 정복을 입은 스튜어디스들이나 큼지막한 캐리어를 가지고 있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김해 측 종점인 가야대역. 도시철도 역명에 근처의 대학교 이름을 집어넣으려는 움직임은 여기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정작 가야대는 역에서 아예 보이지도 않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건 이 노선에 자기들의 대학 이름을 붙인 김해대학이나 인제대, 장신대 같은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인데, 내가 저 바닥에서 가장 눈엣가시로 여기는게 무리하게 역을 추가하라는 지역 주민들의 핌피와 이런 우격다짐식 역명 작명의 '부심' 이다.
스크린도어 너머로 본 경전철 차량의 앞모습.
가야대역 끄트머리의 선로는 사상역과 달리 끝이 안보일 정도로 매우 길었는데, 이 선로는 나중에 찾아 보니 경전철 차량기지로 가는 인입선이라고 한다.
사상역으로 돌아갈 때는 반대로 맨 앞에서 타고 갔는데, 이 때는 전망이 좋은 편이라 꽤 여러 장을 찍을 수 있었다. 가야대역 방면으로 가는 열차와 엇갈리는 모습.
불암역에서 대사역으로 가는 구간에 위치한 특이한 구조물. 이 구간에 부산광역시와 김해시의 시계가 있기 때문에 그 표식으로 세운 것이라고 하며, 노란색이 김해를, 청록색이 부산을 상징한다.
대저역에 막 진입할 무렵의 모습. 왼편에 3호선 대저역 역사가 보이는데, 두 노선 모두 고가 선로로 엇갈려 가기 때문에 나중에 착공된 경전철 역사와 고가가 더 높게 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
대저역에서 잠시 나란히 가던 3호선과 경전철 선로가 다시 갈라지는 모습. 멀리 보이는 역사는 3호선 체육공원역이다.
김해국제공항 근처를 지나가는 동안의 모습.
공항역에 진입하기 직전의 모습. 오른쪽에 국내선 청사가 보인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역보다는 한결 접근성이 나아 보였다. 독일에서 인천공항으로 귀국했을 때 시차피로에 시달리면서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도보로 역까지 이동해야 했던 것이 생각났다.
서부산유통지구역에서 괘법르네시떼역 사이의 구간에는 낙동강이 있어서, 3호선과 마찬가지로 콘크리트 도상의 철교로 건너게 되어 있다. 역시 강 하류 쪽이라 꽤 장대한 풍경이었다.
부산과 김해 두 도시를 이어준다는 노선의 취지 자체는 좋아보였지만, 그걸 뒷받침할 만큼의 수요는 아직 충분치 않아 보인다. 적어도 사상에서 공항까지 가는 승객 숫자는 보장할 수 있어 보였지만, 그 외의 구간 주변에는 이렇다할 번화가나 주택 단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진다.
이 때문인지 대부분의 구간에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있어도 간소한 수준이라서 역이나 선로 인근의 주민들이 꽤 불편을 겪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아파트를 끼고 있는 구간에서는 항의 민원도 들어오고 있다는데, 고무 차륜이 아닌 철제 차륜이라 소음도 다른 경전철보다 심한 편이어서 더더욱 그렇다.
앞으로 노선 주변의 개발이 어떻게 되느냐가 이 노선의 사활을 결정지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이 정도면 의정부 경전철 수준의 심각하게 적은 수요로 고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김해와 부산을 잇는 버스 등 다른 교통 수단과 경쟁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공항이라는 중요 시설을 이어주고 있고 대도시와 그 인근을 이어주는 광역 전철 역할도 하고 있으니 미래가 그리 암담하지는 않아 보였다.
이렇게 돌아다니다가 오후 5시가 가까워지자 부산에서 먹을 마지막 한 끼를 위해 다시 부산역으로 갔다. 뭘 처묵처묵 했는 지는 다음에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