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과 소나기가 반복되는 매우 지랄같은 날씨 속에 맞은 주말이었는데, 물론 바깥 날씨의 구질구질함도 만만찮았지만 이번에는 한여름 행사 답게 행사장이었던 SETEC 내의 불쾌한 끈적임과 땀냄새, 후덥지근한 공기 때문에 좀 고생하고 왔다.
대기업이나 산업체의 전기 소비에는 관대하고 공공 기관이나 가정의 전기 소비에는 가차없는 기업 프렌들리 정신의 정부에서 정한 방침 때문인지 뭔지, 행사장 내에서 냉방을 좀 야박하게 하는 것 같아서 그런 불쾌함이 가중되었다. 아무튼 그렇다고 딱히 시원하게 할 도구도 없었으니 그냥 '나랏님 뜻이 그렇다면 땀이나 빼는 거지' 하면서 노예 근성이나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한 달을 거르고 개최되었기 때문에 부스 양상에도 큰 변화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별 관심이 없지만 진격의 거인이 상당한 세를 확보한 것이 크게 눈에 띄었다. 그리고 방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었음에도 벌써 부스들이 여럿 보이기 시작한 수영게이Free!도 여성향 강세인 이 행사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
아무튼 그 와중에도 구입한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이번에도 미리 뭘 살 지 정해놓고 갔기 때문에,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이 그나마 얄팍한 지갑 사정에 위안이 되었다.
*fantasia* & 퓨어러브마스터 (1관 A12~13): 컬러 일러스트북 'Eternal Fantasy' (3000\)
샤이네아 화백 작품. 개인적으로 처음 접하는 작가였고 책 자체도 작가의 첫 개인 일러스트북이라는 점에서 구입에 좀 부담이 가는 품목이었다. 하지만 그림의 수준이 꽤 괜찮은 편이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원래 코믹월드의 동아리 홍보 쪽에서는 3500원으로 되어 있다가 3000원으로 인하되어서 더더욱 안성맞춤이었다-구입했다. 절대 그림의 여캐들이 모두 거유라서 구입한 건 아니다
DIVAS + ┼armeria┼ (1관 H07~08): 컬러 일러스트 앤솔로지 'Project DIVAS' (4000\)
여덟 명의 작가가 합동으로 낸 앤솔로지 일러스트북. 하츠네 미쿠와 시유의 투샷이 컨셉이라, 미쿠 단독 일러스트를 낸 작가 한 사람을 빼고는 전부 그 컨셉을 따라갔다. 개인적으로 구입 동기가 된 것은 코타비 화백과 SALT 화백의 그림. 이 책은 사전에 예약을 한 덕에 부스에서는 따로 1000원을 받고 팔던 카드택 두 종류를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예약자 특전으로 받아올 수 있었다.
사견이지만, 이제 코믹월드에서도 시유라는 캐릭터에 대한 수요가 점점 줄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저 보컬로이드의 홍보와 판매를 맡은 SBS 아트텍이 가요 프로그램의 백댄서로나 쓰는 등 너무 나이브한 전략만 갖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고, 크리크루 같은 곳에서도 소위 말하는 '갈라파고스화' 가 진행되고 있어서 의욕적으로 만든 보컬로이드 프로그램임에도 너무 빠르게 위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
Dessert Candy (1관 C15~16): 뮤직랜드 엽서집 (3000\), 시유 카드택 두 개 (700x2=1400\), 보틀미쿠 안경클리너 (2000\), 보틀미쿠 L홀더 (1500\)
가장 많이 지른 부스. 1관과 3관을 다 돌아보고 나서도 부스 앞에 사람이 많아서 거의 15분을 기다리다가 구입할 수 있었다. 보컬로이드 캐릭터들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 대입시킨 엽서집은 이미 5월 서코에서 구입한 적이 있지만, 소장용으로 하나 더 갖고 있자고 해서 또 샀다.
시유 카드택도 같은 컨셉으로 제작되었지만, 이건 엽서집에서 누락되어 영원히 고통받고 있어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구입했다. 안경클리너는 안경잡이로서 실용성을 감안해 구입했고, 얇은 책이나 팜플렛을 끼워넣을 수 있는 L홀더도 마찬가지. 하지만 안경은 일코를 위해 그림 뒷면으로만 닦아야 한다
사실 이외에도 원래대로라면 이번 코믹에 나올 오리지널 동인지도 있었지만, 작가 사정 때문에 8월 행사로 미뤄진다고 해서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행사는 처음으로 모든 부스의 참가 신청을 온라인으로만 받은 탓에 꽤 말썽이 많았다고 하는데, 과연 이 첫 시도에서 불거진 수많은 오류들이 다음 신청 때는 얼마나 수정될 지 모르겠다.
아침을 찐 감자 세 개로 때우고 나온 터라 배가 꽤 고팠는데, 그래도 경제적인 지름 덕에 행사장을 나온 뒤 돈이 얼마 간 남아서 뭘로 배를 채우고 올까 잠깐 생각하다가 흑석동 무한리필 돈까스뷔페에 가서 점저를 먹고 돌아왔다. 다만 이건 요즘 외식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에, 그냥 다른 식충잡설 포스팅에나 몰아서 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