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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무찌르고 타도해야 할 답없는 주적으로 보든, 화해와 협력을 위한 동반자로 보든 간에, 일단 북한 음식이라는 것에 호기심을 가져보지 않은 한국인들은 얼마 없을 것 같다. 다만 아직까지 교류 관계가 오래, 또 제대로 지속되어 본 적도 없고 분단이 장기화 되면서 서로의 음식 문화도 상당히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북한 음식의 원조라고 하는 음식점들을 봐도 '정말 저게 원조 맞아?' 라고 의심부터 하게 된다.
일단 원조든 아니든, 또 북한이탈주민이 직접 운영하든 아니든 간에 종로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북한음식 전문점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탑골공원 오른편에 육의전빌딩을 끼고 뻗어 있는 수표로를 따라 몇 발짝 걷다 보면 오른쪽에 무슨 약국이 하나 보이는데, 그 약국이 있는 골목으로 막 돌아들어가면 이런 푯말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멀지 않은 유진식당도 냉면 가격을 상당히 올렸기 때문에, 여기가 종로 쪽에서는 제일 값싼 '제대로 만든' 냉면을 판다는 내용인 것 같다. 다만 냉면 맛에는 꽤 호불호가 갈린다고 했고, 일단 나는 밥 종류에 관심이 더 있어서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다시 고개를 틀어 올려다 보면, 사단법인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과 능라밥상이라는 간판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저 능라밥상이라는 음식점이 같은 건물 바로 윗층(3층)에 있는 연구원에서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일단 저 연구원이 북한이탈주민 출신 요리연구가가 만든 곳이고, 또 거기서 운영하는 음식점이라면 진짜 북한 출신자가 운영하는 가게인 것은 맞다고 할 수 있다.
주요 메뉴는 이렇다고 하는데, 비빔밥 두 종류와 온반, 장국밥이 어떨까 생각해서 이 음식들을 차례로 먹어보기로 했다.
요란한 성인게임장 광고를 무시하고 이렇게 2층으로 올라가서,
이렇게 보이는 문을 밀고 들어가면 된다. 왠지 영업 안하는 듯한 분위기였지만, 유리문이 두꺼운 불투명 재질이라 그렇고 문에 붙어있는 대로 일요일만 피하면 된다.
식사 공간은 크게 두 군데로 되어 있는데, 다만 여름에 쓰는 곳은 가장 넓은 오른쪽으로 보였다. 벽에는 이 음식점을 운영하는 취지가 적혀 있는데, 북한이탈주민 출신 대학생들의 학비 지원과 북송 반대 운동, 탈북자 사역 지원 등에 수익금의 일부를 사용한다고 나와 있다. 또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고 강조한 문구도 붙어 있다.
물론 북한이탈주민, 좀 더 줄여서 탈북자라고 하는 이들 중에는 주체사상에서 한국식 극우로 노선을 갈아타면서 5.18 북한 개입설 같은 3류 시나리오나 헌법과 민주주의 원칙을 부정하는 헛소리를 싸지르는 또라이들도 있어서 그 취지가 좀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다고 해서 식사를 포기할 정도로 쪼잔하게 굴 수도 없다. 일단 이 음식점이 표방하고 있는 북한식 음식 자체에는 죄가 없으니까.
메뉴판은 각 테이블 마다 수저통 위에 올라가 있으니, 그걸 펼쳐서 먹을 것을 고르면 된다. 몇 가지 메뉴는 사진까지 같이 인쇄되어 있어서 어떤 음식인지 대충 파악이 가능한데, 맨 먼저 고른 것은 저 평양온반이었다. 식사 메뉴들이 모두 7000원이었다가 5500원으로 상당히 많이 인하된 것이 눈에 띄었는데, 무슨 이유인 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찍어 본 수저통과 양념통, 물잔. 양념은 거의 쓸 일이 없었지만, 북한 음식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자주 쓸 것 같기도 하다.
한 켠에 진열되어 있는 여러 북한 술들. 다만 대부분 도수가 높은 증류주 계통이고, 가격도 얼마인 지 몰라서 별로 땡기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반공 교육을 받은 마지막 세대라 그런지 한국에 들어오는 북한제 주류라면 뭔가 중국에서 만든 짝퉁일 것 같다던가, 적화통일을 꿈꾸며 이상한 걸 넣었을 것 같다던가 하는 의심을 쉽게 떨치지 못해서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쉽게 들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대동강맥주 같은 경우에는 말오줌 취급을 받으며 영락하고 있는 한국 맥주들보다 훨씬 낫다고 해서 그것 만은 좀 궁금하다.
주문한 평양온반 상차림. 메뉴판의 사진과 약간 다른 점이 있기는 했지만, 일단 정갈해 보이는 모습 자체는 인상적이었다. 밑반찬은 항상 무생채와 양배추김치, 백김치로 고정되어 있는데, 무생채는 흔하지만 일반 배추 대신 양배추로 담근 김치와 일반 음식점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깔끔한 맛의 백김치는 꽤 독특했다.
닭고기 국물에 밥이 말아져 나오고, 그 위에 국물을 낸 닭고기와 버섯, 숙주나물, 녹두지짐이 올라가 있어서 일단 내가 국립중앙도서관 북한자료센터에서 본 북한 요리책의 그것과 비슷한 모양인 것은 확실했다. 다만 밥이 보일 정도로만 국물을 붓는다고 한 것과 달리, 여기서는 밥이 아예 푹 잠기도록 듬뿍 부어서 내놓고 있었다. 물론 온반에 붓는 국물의 양이 꼭 그렇게 자박자박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일단 올라와 있는 것들을 풀어헤쳐 섞은 뒤 떠먹기 시작했다. 모 종편에서는 거의 독극물 취급하며 배척하는 화학조미료를 정말로 안쓰는 지는 모르겠지만,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싱겁다고 생각될 정도로 담백했다. 심지어 녹두지짐이 들어가 기름기가 뜨는 국물 조차도 그랬는데, 소위 평양냉면도 그렇고 평안도 사람들은 음식을 담백하게 먹는다고 하는 게 사실인 것 같다.
물론 간이 싱겁다고 해서 뭘 더 뿌리거나 쳐서 먹을 만큼은 아니었고, 밑반찬들과 같이 먹으면 충분했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한 상을 비웠다. 이게 레알 평양식 온반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자극적이지 않은 식사 한 끼를 즐기기에 딱 좋은 음식인 것 같아서 기분 좋게 뚝딱 해치울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찾아간 것은 이틀 뒤인 21일이었는데, 이 때는 평양비빔밥을 주문했다. 사실 비빔밥이라고 하면 내가 전혀 못먹는 오이라던가, 아니면 먹기는 해도 그리 즐기지는 않는 애호박 같은 것이 들어간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라 좀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혹시 오이 들어가나요?' 라고 하자 아니라고 해서, 확신을 갖고(???) 주문을 했다.
평양비빔밥 한 상. 역시 밑반찬 세 종류는 그대로였는데, 다만 작은 종지에 내온 고추장과 너무 차갑지 않게 맞춘 동치미 국물이 같이 나온 것이 특이했다. 사실 고추장이 비빔밥의 필수요소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인들도 대체로 비슷하겠지만, 또 '평양' 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니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일단 비비기 전에 한 컷. 꾸미는 고사리와 콩나물, 미나리, 도라지, 쇠고기로 되어 있었고 김가루를 수북히 뿌려서 내왔다. 오이가 없는 것은 확실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었다.
막 비비려고 할 때, 종업원이 추가로 뭘 더 가져다 줬다. 순대였는데, 방금 만들었으니 맛 좀 보라고 서비스로 준 것이었다. 물론 사양 않고 감사히 먹었다. 딱 보기에도 그냥 양산형 찹쌀순대와 달리 속재료에 꽤 공을 들인 수제 순대였는데, 당면 대신 찹쌀을 채워넣어서 마치 밥을 먹는 것 같은 포만감도 느껴졌고 돼지 잡내도 나지 않았다. 딱히 안주가 아니더라도, 한 번 제대로 시켜먹고 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들었다.
그리고 다시 비빔밥. 고추장이 얼마나 매울 지는 몰랐지만 일단 종지에 있는 것을 다 덜어서 넣고,
이렇게 비벼서 먹었다. 사실 고추장은 그리 많지 않아서, 아무리 비벼도 그냥 밥에 색을 입히는 수준이었다. 고추장이야 모자라면 더 청해서 먹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음식을 담백하게 먹는다는 평양 쪽에서는 고추장을 그렇게 많이 넣지 않는 것이 또 그들 만의 취향인 것 같아서 이것도 따로 뭘 넣지 않고 이대로 먹었다. 사실 더 맵게 먹으려면 그럴 수도 있지만, 일단 뒤로 나올 때 영원히 고통받으면 안되니까...
그리고 이 비빔밥을 비범하게 보게 된 것이, 한 술 떠넣을 때마다 미묘하게 코끝에 스치는 좋은 향기였다. 약간 꽃내음 비슷한 것 같기도 했는데, 먹으면서 기분이 편해지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일단 그렇게 심리적으로 안정을 받으면서 먹었기 때문인지, 고추장으로 비빈 밥인데도 편하게 먹을 수 있었고 집에 가서도 탈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것도 밑반찬을 제하면 싹싹 비웠다. 이제 남은 것은 개성장국밥과 해주비빔밥이었는데, 국밥-비빔밥 순으로 먹었으니 다음에는 개성장국밥을 먹어보자고 생각했다. 다만 저 메뉴는 메뉴판에 따로 사진이 없어서 대체 무슨 음식일까 궁금함과 의심이 범벅이 된 채였는데, 일단 다시 이틀 후에 찾아가서 주문했다.
일단 메뉴판에는 사진이 없지만, 벽에 붙은 음식 사진들 중에 포함되어 있어서 찍어봤다. 하지만 이 사진 외에는 어떠한 설명도 없어서, 일단 시켜서 어떻게 나오는 지부터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주문한 개성장국밥 한 상의 위용.
숙주나물과 버섯이 들어간 건 평양온반과 비슷하지만, 이건 닭고기 대신 쇠고기가 들어가고 녹두지짐 대신 쌈장(!!!) 한 숟갈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국밥에 쌈장이라니. 개성상인들의 피는 무슨 색이냐고 외치고 싶었는데, 일단 좀 두려움에 떨면서 쌈장을 국물에 풀어 섞었다.
척 보기에도 뭔가 미묘한 색깔이 되었다. 맛은...그냥 매콤한 국밥이라고도 생각되었지만 또 쌈장 맛이 강해서 미묘하고, 그렇다고 여기서 멀지 않은 무교동 낙지볶음 마냥 미칠 듯이 매운 것도 아니었고 또 짠 것도 아니었고...하여튼 뭔가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국밥이었다. 일단 지금까지 먹어본 식사 메뉴 중에는 가장 맵고 자극적이라서, 어찌 보면 한국인 맛에 가장 맞을 것 같은 메뉴라고도 여겨졌다. 하지만 국밥에 쌈장을 넣어 먹는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면...글쎄.
물론 이것도 다 비우긴 했다. 하지만 먹을 음식에 대해 전혀 모르고 또 대비가 안된 상태에서 처묵하다 보니, 결국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생기는 고질적인 설사에 시달렸다. 그나마 주중 일이 다 끝나고 쉴 수 있는 주말에 먹었으니 다행이지, 다음 날에도 계속 일이 있을 때 덜컥 주문해 먹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
그리고 월요일 (26일) 네 번째 방문 때는 해주비빔밥을 주문하기로 했다. 흔히 고추장에 비벼먹는 여타 비빔밥과 달리 간장에 비벼먹는 게 특징이라고 하는데, 간장에 비벼먹는 스타일은 저 해주비빔밥과 안동 쪽의 헛제사밥 정도 밖에는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해주비빔밥 한 상. 밥 위에 올라간 고명은 평양비빔밥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쇠고기가 올라가는 평양비빔밥과 달리 닭고기가 올라간 것이 또 큰 차이점이었다.
닭고기가 고명으로 올라가는 비빔밥도 처음 봤는데, 일단 탁자에 비치된 간장병을 사용해-참고로 지금까지 유일하게 탁자의 조미료를 사용한 것이다-위에 간장을 뿌려봤다.
틀린 그림 찾기 다만 얼마나 뿌려야 할 지 몰라서 일단 대충 해봤는데, 뿌리기 전에 얼만큼 넣어야 적당한 지를 물어볼 걸 그랬다.
그리고 비벼봤는데, 다행히 밥에 색깔을 살짝 입히는 수준이라 그리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간장과 닭고기의 덕택인지 이것도 꽤 깔끔하고 담백했는데, 다만 평양비빔밥을 먹었을 때의 묘한 향기는 없었고 미나리의 강한 내음이 대신 느껴졌다. 평양비빔밥을 시켰을 때와 마찬가지로 동치미가 나왔지만, 안타깝게도 오이가 동동 뜬 모양새에 기겁을 하고 한 번도 손대지 못했다.
어쨌든 이번에도 밥은 싹 비웠다. 이걸로 밥 종류 식사 메뉴는 다 먹어본 셈인데, 냉면이나 온면 같은 면류도 있지만 그렇게 땡기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평양비빔밥 먹었을 때 보너스로 나온 순대라던가 녹두지짐, 감자만두 같은 안주/요리 계통에 더 호기심이 가는 상태인데, 다만 이런 걸 혼자 먹자니 좀 처량해 보이고 해서 누군가를 포섭해 가보려고 한다. 다만 스케줄을 잘 맞춰야 하고, 또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끝나야 겠지만.
이렇게 능라밥상의 식사 메뉴도 대충 정ㅋ벅ㅋ했으니, 이제는 녹사평역 근처의 경양식집을 찾아가 보려고 한다. 다만 여기는 가격이 예상 외로 좀 센 편이라, 얼마나 빨리 블로그에 올릴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일단 9월 중순 까지는 급여가 들어온다고 하니, 그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일단 원조든 아니든, 또 북한이탈주민이 직접 운영하든 아니든 간에 종로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북한음식 전문점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여기서 멀지 않은 유진식당도 냉면 가격을 상당히 올렸기 때문에, 여기가 종로 쪽에서는 제일 값싼 '제대로 만든' 냉면을 판다는 내용인 것 같다. 다만 냉면 맛에는 꽤 호불호가 갈린다고 했고, 일단 나는 밥 종류에 관심이 더 있어서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식사 공간은 크게 두 군데로 되어 있는데, 다만 여름에 쓰는 곳은 가장 넓은 오른쪽으로 보였다. 벽에는 이 음식점을 운영하는 취지가 적혀 있는데, 북한이탈주민 출신 대학생들의 학비 지원과 북송 반대 운동, 탈북자 사역 지원 등에 수익금의 일부를 사용한다고 나와 있다. 또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고 강조한 문구도 붙어 있다.
물론 북한이탈주민, 좀 더 줄여서 탈북자라고 하는 이들 중에는 주체사상에서 한국식 극우로 노선을 갈아타면서 5.18 북한 개입설 같은 3류 시나리오나 헌법과 민주주의 원칙을 부정하는 헛소리를 싸지르는 또라이들도 있어서 그 취지가 좀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다고 해서 식사를 포기할 정도로 쪼잔하게 굴 수도 없다. 일단 이 음식점이 표방하고 있는 북한식 음식 자체에는 죄가 없으니까.
그리고 이 비빔밥을 비범하게 보게 된 것이, 한 술 떠넣을 때마다 미묘하게 코끝에 스치는 좋은 향기였다. 약간 꽃내음 비슷한 것 같기도 했는데, 먹으면서 기분이 편해지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일단 그렇게 심리적으로 안정을 받으면서 먹었기 때문인지, 고추장으로 비빈 밥인데도 편하게 먹을 수 있었고 집에 가서도 탈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능라밥상의 식사 메뉴도 대충 정ㅋ벅ㅋ했으니, 이제는 녹사평역 근처의 경양식집을 찾아가 보려고 한다. 다만 여기는 가격이 예상 외로 좀 센 편이라, 얼마나 빨리 블로그에 올릴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일단 9월 중순 까지는 급여가 들어온다고 하니, 그 때를 기다리고 있다.
Posted by 머나먼정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