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8~9월은 일을 하러 다니느라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던 식도락 행보가 거의 멈춘 상태였고, 그 때문에 그냥 주말 같은 때 이미 갔던 곳을 주로 찾는 식으로 외식을 했다. 물론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고 변한 것도 있었으니 일단 휴면 기간 정리차 쫙 싸질러 봤다.
맥주컵으로는 좀 어울리지 않았지만, 얼음 채운 투명 머그잔에 따라 벌컥벌컥 마셨다. 물론 맥주 천국이라는 독일에 있었을 적의 그 필스너(라거) 맛에서 꽤 멀기는 했지만, 어쨌든 최대한 양보해서 그나마 마실 만한 대기업 제조 필스너 맥주는 하이트 맥스와 OB 골든라거 뿐이다.
물론 밥도 먹었다. 돈까스카레. 가격이 올랐는 지 그대로인 지는 잘 모르겠다.
맥주가 들어갔기 때문인지 2/3 쯤 먹었을 때 포만감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일단 맥주와 카레는 싹 비워냈다.
노량진 허수아비의 치킨까스. 맛과 모양새는 변하지 않았지만 가격만은 올라서 로스까스와 똑같이 맞춰졌다. 아마 닭고기를 브라질산이 아닌 국산으로 바꾸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다만 브라질산이든 국산이든 간에 저렴하다는 장점이 사라진 만큼, 이후에는 주로 로스까스를 시켜먹고 있다.
을지로지하보도를 걷다가 을지로입구와 을지로3가역 사이에 새로 조성되기 시작한 푸드코트에 입점 준비중이던 카페에서 본 광고. 홍콩에서는 지단자이(鷄蛋仔)라고 부르는 에그 볼을 판다는 것이었는데, 홍콩에 가본 적은 없었지만 그 곳의 먹거리들을 다룬 책에서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진짜 먹어본 건 그로부터 거의 보름이 지난 9월 초순이었다. 위아래로 동그랗게 패인 틀에 반죽을 붓고 구워내는데, 한 알씩 떼어서 먹는다. 와플과 비슷한 맛이지만 크림이나 잼, 시럽을 얹어먹지 않고 저 상태 그대로 먹기 때문에 반죽 자체가 달달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다만 같은 값이라면 와플이 낫다는 구두쇠 정신에 금이 가게 할 만큼의 각별한 맛은 아니었다. 어차피 홍콩에서도 그냥 평범한 길거리 군것질 거리라고 하니까.
더위가 최절정에 달했던 8월 말에 '아예 진짜 매운 거 먹고 미쳐보자' 고 생각해 준비한 불닭볶음면. 다만 불닭 어쩌고 하면서 닭은 코빼기도 안보이는 게 불만이라서, 노량진 모처에서 싸게 구입한 닭가슴살 통조림을 준비했다.
면을 소스와 함께 볶을 때 통조림을 까넣고 같이 볶아 완성시킨 모습. 이 정도는 돼야 불닭 소리를 할 수 있겠지. 다만 이렇게 만드니 생각보다 매운맛이 많이 죽은 것 같았다. 어쨌든 '레알' 불닭볶음면을 만들었다는 의의는 있었다.
요즘 마트에서 자주 출몰하며 원조(???) 버터링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화이트 캐슬 버터쿠키. 한 곽에 1000원으로 세일했을 때 사왔다.
어떤 사람들은 이게 말레이시아산이라는 이유로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사실 버터링 '따위' 는 깝죽대지도 못할 정도다. 유지방으로만 만든 버터도 아닌 마가린이나 여타 유지를 섞어서 버터인 체하는 가공버터를, 그것도 3.5%라는 무척 짠 분량만 사용한 버터링이 과연 버터라는 이름을 붙여야 하는 지도 의문스럽다.
하지만 이건 가공버터가 아닌 진짜 버터를, 그것도 21.5%나 썼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한 곽에 든 양도 버터링을 능가한다. 물론 맛도 그 만큼 더 좋고. 자동차든 식품이든 해외에서는 충실히 만들어 팔고 한국에서는 '소비자가 개겨봤자 거기서 거기지' 라는 마인드에 쩔어 저급한 걸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면, 국뽕 중독 인증하는 애국 마케팅이나 호갱 양성술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9월 초에 몇 년 전 직접 지휘대에 서기도 했던, 홍대 아마추어 관현악단의 공연을 보기 위해 지인과 홍대에 출몰했을 때는 역시 오랜만에 산쪼메를 찾았다. 사실 일식의 경우 요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계속 뿜어대고 있는 방사능과 그것에 오염된 식품을 '먹어서 응원하자!' 며 잔뜩 뻗대고 있는 일본 정부와 식품 업체들 꼬락서니가 젖같아서 일부러 가까이하지 않고 있지만, 딱히 차선책이 없어서 그냥 들어갔다. 일식 자체에는 죄가 없으니.
김치와 초생강(베니쇼가). 하지만 초생강은 원래 좋아하지 않아서 김치만 먹었다.
카쿠니동 중짜. 라멘을 먹을까 생각하다가 차라리 밥을 든든하게 먹자고 생각해서 주문했는데, 장조림 같이 간간하고 달달하면서도 진짜 부드럽게 졸인 고기 맛은 여전히 좋았다. 다만 고기에 비해 밥의 양이 좀 많은 듯해서 막판에는 김치빨로 비웠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아예 대짜를 시켜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이건 동행한 지인 분이 시킨 쇼유라멘. 다만 뺏어먹지는(???) 못해서 아직 같은 맛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예전에 먹어보고 좀 미묘하다고 느꼈던 노량진 포보도 오랜만에 다시 찾아갔다. 물론 이번에도 쇠고기쌀국수와 닭고기쌀국수를 먹었다는 점에서 별 변화가 없지만, 스스로 변화를 주기로 했다. 우선 쇠고기쌀국수.
먹기 전에 소스통에 담긴 해선장과 칠리 소스를 뿌려봤다. 칠리 소스는 꽤나 맵다고 되어 있었고 해선장의 경우 한국인 입맛에는 다소 생소한 맛이라는 이야기가 있기는 했지만, 일단 그 때처럼 밍밍한 맛을 끝까지 느끼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섞어서 국물을 한 입, 국수를 한 입 먹어 봤다. 곧장 든 생각: 소스 꼭쳐머겅 두번머겅. 진짜 살짝만 쳐도 감칠맛이 확 도는 게, 내가 첫 방문에서 참 미련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그 감칠맛의 정체가 음식과 식당에 '착한' 이라는 수식어 붙여가며 선악을 가리는 편집증적인 모 종편 프로그램이 그렇게 증오하는 MSG일 지도 모르겠지만, 왜곡 보도와 침소봉대가 판치는 한국 언론에서 뭐라고 씨불딱거리든 알 게 뭐야.
약 한 주 뒤인 9월 중순에 다시 찾아가서도 그렇게 먹기로 했다. 우선 닭고기쌀국수를 시키고,
마찬가지로 해선장과 칠리소스를 뿌린 다음,
섞어서 먹었다. 이것도 마찬가지였는데, 닭고기 국물이라 섞은 뒤의 색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 정도가 차이점이었다. 아무튼 어디서든 쌀국수를 먹을 때는 해선장과 칠리 소스 혹은 고추는 필수요소라는 게 허투루 나온 경험담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덜 자극적으로 먹는 걸 좋아하거나, 또는 그렇게 먹어야 하는 사람까지 무리하게 시도할 필요는 없겠지만.
10월 중순에 기어이 지인을 데리고 능라밥상에 갔을 때 확인한 메뉴. 식사 메뉴의 경우 예전보다 가격이 올라 있어서 잠시 충공깽에 빠졌지만, 그래도 재정 상황이 좋은 편이라 그렇게까지 충격을 먹은 건 아니어서 그냥 들어갔다.
들어가서 나는 평양온반을, 지인은 개성장국밥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내가 더 바라던 게 있었으니, 순대였다. 일단 2인분을 시켜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밥을 같이 먹고 있었으니 1인분만 시켜서 나눠먹었다.
그렇게 멀지는 않은 광장시장의 아이 팔뚝만한 순대보다 작기는 하지만, 만듦새나 속재료는 꿀리지 않을 만큼 충실했다.
물론 맛도 예전에 맛배기로 제공되었을 때 먹었을 때처럼 매우 좋았다. 이렇게 새우젓 한 점 올려서 먹는 맛이란! 이렇게 순대에 대한 갈증을 풀었는데, 다음에는 순대와 나란히 메뉴판에 올라와 있는 감자만두가 어떤 맛인지 먹어보고 싶다. 여담으로 지인 분이 시킨 개성장국밥은 내가 먹었을 때처럼 쌈장이 올라온 압박감 가득한 모양새가 아니라 좀 더 순화된 형태로 나와서, 뭔가 조리법에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약 1주일 뒤, 꽤 오랫동안 못가본 버드나무집도 다시 찾아갔다. 머리국밥을 주문했는데, 가게 분위기가 꽤 달라져 있었고 주인도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일단 국밥 차림새는 배추김치가 추가된 것을 빼면 그 때와 거의 다를 바 없었다. 의문을 뒤로 하고 일단 먹기 시작했다.
물론 맛에서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면식이 있던 예전 아주머니를 비롯한 사람들은 어디로 간 걸까? 아무튼 먹는 동안 그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일단 맛이 크게 변한 건 아니니, 몇 번 더 가보면서 물어볼 생각이다.
레이디 가카의 아빠가 부하에게 끔살당한 날이자, 개인적으로는 국방의 의무 때문에 질질 끌려간 날에는 난생 처음으로 녹사평역 근처에 있다는 크래프트 맥주집을 찾아갔다. 한국 맥주의 밋밋함과 몰개성함에 질린 내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는데, 자세한 약도도 없이 거닐다 보니 몇 군데가 눈에 띄었다.
그 중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은 더 부스라는 곳이었지만, 토요일 주말 밤이다 보니 자리가 꽉 차 있어서 인남캐 솔로인 내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상황은 이 가게와 슈퍼마켓 하나를 끼고 있는 맥파이의 지하 매장인 맥파이 베이스먼트도 마찬가지여서, 결국 그냥 맥파이 바의 의자에 걸터앉아 한 잔 청하기로 했다.
인디아 페일 에일(IPA) 한 파인트. 독자적인 제법으로 자가 제조하는 맥주라 그런지 한 파인트에 8000원이라는 꽤 센 가격이었지만, 많이 마셔서 취하는 식이 아니라 적은 양이지만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자고 왔기 때문에 충분히 지불할 만한 값이었다. 하지만 원래 바라던 페일 에일이 재료가 떨어져서 선택의 여지가 이것 뿐이었다는 건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도 IPA는 이게 첫 대면이었는데, 기본적으로는 페일 에일이나 뒤셀도르프에서 맛들인 알트비어와 비슷했지만 진한 정도와 쓴맛은 훨씬 강했다. 마치 한약을 들이키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워낙 개성과 도수가 다른 맥주보다 강하다 보니 결국 안주를 시켜야 했다.
피자 같은 본격적인 안주는 베이스먼트에서 주문해와 먹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배부른 안주는 피하려고 했기 때문에 간단한 것들 중 너트 앤 치즈(5000\)를 주문했다. 보다시피 즉석에서 썰어주는 커크랜드 체다 치즈와 약간 매운 양념으로 버무린 아몬드라는 단촐한 구성이었는데, 안주로 배채우자는 생각은 없었으니 이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안주를 시킨 시점이 이미 절반을 들이킨 이후라는 게 실책이었다. 그래서 나머지 반 파인트는 생각도 못한 안주빨로 비우는 모양새가 되었는데, 페일 에일이 이번 달(11월)에 다시 제조된다고 하니 일단 너무 강한 개성 때문에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IPA보다는 저걸 기대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10월 말에 노량진의 국밥현에서 먹은 불짬국수. 이 자리에서 영업하다가 사라진 코쿠라멘의 상호가 새겨진 그릇을 사용한 것이 먼저 눈에 띄었다. 사실 다른 국밥 종류도 땡기기는 했지만, 국밥집에서 보기 드물게 판다는 면류라는 호기심 때문에 주문했다. 특이하게 공기밥이 딸려나왔는데, 이것까지 더하면 너무 많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양에 대한 걱정은 둘째 치고, 예전에 여기서 육개장을 먹었을 때 느꼈던 뜨거움+매움의 황홀한 조화가 나를 또 당혹스럽게 했다. 몇 젓가락 먹고 나니 벌써부터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게 왜 불짬 '국수' 인지 알 수 있는 짤방. 면 굵기가 중국집에서 쓰는 중면이 아닌, 잔치국수에 쓰는 소면이다. 아마 이래서 공기밥이 기본 옵션으로 따라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면의 굵기가 어떻고를 떠나 이 가공할 만한 뜨거움과 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서, 먹는 속도는 하염없이 느려졌다.
그래도 면을 어느 정도 비우고 공기밥까지 말아서 끝내 해치웠다. 매워 봤자 얼마나 맵겠냐고 생각한 게 화근이었는데, 먹을 때 꽤 괴롭기는 했지만 예상 외로 심한 폭풍설사로 끝나지는 않았다. 다만 다음에 맨정신으로 갈 때는 그냥 순대국을 시키는 게 안전할 것 같다.
이렇게 이것저것 처묵하고 처마신 기록을 대충 정리했는데, 다음 식충잡설에서는 10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새로 찾아간 곳들을 쓰려고 한다. 우선 연남동의 중국집 '하하' 가 물망에 올라와 있고, 또 일하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수유동의 함박스텍 전문 기사식당이 2순위로 다뤄질 예정이다. 다만 요즘은 새로운 곳을 찾기 보다는, 예전에 방문해서 익숙했지만 돈과 시간이 모자라 찾지 못한 곳을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8월 초순에 지인과 만났을 때 오랜만에 다시 찾아간 서교푸르지오 상가의 사토시카레. 뜬금없이 하이트 맥스 한 병이 상에 올라와 있는데, 내가 더위에 찌들다 못해 정신줄이 나가면서 주문한 것이었다.
맥주컵으로는 좀 어울리지 않았지만, 얼음 채운 투명 머그잔에 따라 벌컥벌컥 마셨다. 물론 맥주 천국이라는 독일에 있었을 적의 그 필스너(라거) 맛에서 꽤 멀기는 했지만, 어쨌든 최대한 양보해서 그나마 마실 만한 대기업 제조 필스너 맥주는 하이트 맥스와 OB 골든라거 뿐이다.
물론 밥도 먹었다. 돈까스카레. 가격이 올랐는 지 그대로인 지는 잘 모르겠다.
맥주가 들어갔기 때문인지 2/3 쯤 먹었을 때 포만감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일단 맥주와 카레는 싹 비워냈다.
노량진 허수아비의 치킨까스. 맛과 모양새는 변하지 않았지만 가격만은 올라서 로스까스와 똑같이 맞춰졌다. 아마 닭고기를 브라질산이 아닌 국산으로 바꾸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다만 브라질산이든 국산이든 간에 저렴하다는 장점이 사라진 만큼, 이후에는 주로 로스까스를 시켜먹고 있다.
을지로지하보도를 걷다가 을지로입구와 을지로3가역 사이에 새로 조성되기 시작한 푸드코트에 입점 준비중이던 카페에서 본 광고. 홍콩에서는 지단자이(鷄蛋仔)라고 부르는 에그 볼을 판다는 것이었는데, 홍콩에 가본 적은 없었지만 그 곳의 먹거리들을 다룬 책에서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진짜 먹어본 건 그로부터 거의 보름이 지난 9월 초순이었다. 위아래로 동그랗게 패인 틀에 반죽을 붓고 구워내는데, 한 알씩 떼어서 먹는다. 와플과 비슷한 맛이지만 크림이나 잼, 시럽을 얹어먹지 않고 저 상태 그대로 먹기 때문에 반죽 자체가 달달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다만 같은 값이라면 와플이 낫다는 구두쇠 정신에 금이 가게 할 만큼의 각별한 맛은 아니었다. 어차피 홍콩에서도 그냥 평범한 길거리 군것질 거리라고 하니까.
더위가 최절정에 달했던 8월 말에 '아예 진짜 매운 거 먹고 미쳐보자' 고 생각해 준비한 불닭볶음면. 다만 불닭 어쩌고 하면서 닭은 코빼기도 안보이는 게 불만이라서, 노량진 모처에서 싸게 구입한 닭가슴살 통조림을 준비했다.
면을 소스와 함께 볶을 때 통조림을 까넣고 같이 볶아 완성시킨 모습. 이 정도는 돼야 불닭 소리를 할 수 있겠지. 다만 이렇게 만드니 생각보다 매운맛이 많이 죽은 것 같았다. 어쨌든 '레알' 불닭볶음면을 만들었다는 의의는 있었다.
요즘 마트에서 자주 출몰하며 원조(???) 버터링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화이트 캐슬 버터쿠키. 한 곽에 1000원으로 세일했을 때 사왔다.
어떤 사람들은 이게 말레이시아산이라는 이유로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사실 버터링 '따위' 는 깝죽대지도 못할 정도다. 유지방으로만 만든 버터도 아닌 마가린이나 여타 유지를 섞어서 버터인 체하는 가공버터를, 그것도 3.5%라는 무척 짠 분량만 사용한 버터링이 과연 버터라는 이름을 붙여야 하는 지도 의문스럽다.
하지만 이건 가공버터가 아닌 진짜 버터를, 그것도 21.5%나 썼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한 곽에 든 양도 버터링을 능가한다. 물론 맛도 그 만큼 더 좋고. 자동차든 식품이든 해외에서는 충실히 만들어 팔고 한국에서는 '소비자가 개겨봤자 거기서 거기지' 라는 마인드에 쩔어 저급한 걸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면, 국뽕 중독 인증하는 애국 마케팅이나 호갱 양성술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9월 초에 몇 년 전 직접 지휘대에 서기도 했던, 홍대 아마추어 관현악단의 공연을 보기 위해 지인과 홍대에 출몰했을 때는 역시 오랜만에 산쪼메를 찾았다. 사실 일식의 경우 요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계속 뿜어대고 있는 방사능과 그것에 오염된 식품을 '먹어서 응원하자!' 며 잔뜩 뻗대고 있는 일본 정부와 식품 업체들 꼬락서니가 젖같아서 일부러 가까이하지 않고 있지만, 딱히 차선책이 없어서 그냥 들어갔다. 일식 자체에는 죄가 없으니.
김치와 초생강(베니쇼가). 하지만 초생강은 원래 좋아하지 않아서 김치만 먹었다.
카쿠니동 중짜. 라멘을 먹을까 생각하다가 차라리 밥을 든든하게 먹자고 생각해서 주문했는데, 장조림 같이 간간하고 달달하면서도 진짜 부드럽게 졸인 고기 맛은 여전히 좋았다. 다만 고기에 비해 밥의 양이 좀 많은 듯해서 막판에는 김치빨로 비웠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아예 대짜를 시켜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이건 동행한 지인 분이 시킨 쇼유라멘. 다만 뺏어먹지는(???) 못해서 아직 같은 맛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예전에 먹어보고 좀 미묘하다고 느꼈던 노량진 포보도 오랜만에 다시 찾아갔다. 물론 이번에도 쇠고기쌀국수와 닭고기쌀국수를 먹었다는 점에서 별 변화가 없지만, 스스로 변화를 주기로 했다. 우선 쇠고기쌀국수.
먹기 전에 소스통에 담긴 해선장과 칠리 소스를 뿌려봤다. 칠리 소스는 꽤나 맵다고 되어 있었고 해선장의 경우 한국인 입맛에는 다소 생소한 맛이라는 이야기가 있기는 했지만, 일단 그 때처럼 밍밍한 맛을 끝까지 느끼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섞어서 국물을 한 입, 국수를 한 입 먹어 봤다. 곧장 든 생각: 소스 꼭쳐머겅 두번머겅. 진짜 살짝만 쳐도 감칠맛이 확 도는 게, 내가 첫 방문에서 참 미련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그 감칠맛의 정체가 음식과 식당에 '착한' 이라는 수식어 붙여가며 선악을 가리는 편집증적인 모 종편 프로그램이 그렇게 증오하는 MSG일 지도 모르겠지만, 왜곡 보도와 침소봉대가 판치는 한국 언론에서 뭐라고 씨불딱거리든 알 게 뭐야.
약 한 주 뒤인 9월 중순에 다시 찾아가서도 그렇게 먹기로 했다. 우선 닭고기쌀국수를 시키고,
마찬가지로 해선장과 칠리소스를 뿌린 다음,
섞어서 먹었다. 이것도 마찬가지였는데, 닭고기 국물이라 섞은 뒤의 색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 정도가 차이점이었다. 아무튼 어디서든 쌀국수를 먹을 때는 해선장과 칠리 소스 혹은 고추는 필수요소라는 게 허투루 나온 경험담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덜 자극적으로 먹는 걸 좋아하거나, 또는 그렇게 먹어야 하는 사람까지 무리하게 시도할 필요는 없겠지만.
10월 중순에 기어이 지인을 데리고 능라밥상에 갔을 때 확인한 메뉴. 식사 메뉴의 경우 예전보다 가격이 올라 있어서 잠시 충공깽에 빠졌지만, 그래도 재정 상황이 좋은 편이라 그렇게까지 충격을 먹은 건 아니어서 그냥 들어갔다.
들어가서 나는 평양온반을, 지인은 개성장국밥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내가 더 바라던 게 있었으니, 순대였다. 일단 2인분을 시켜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밥을 같이 먹고 있었으니 1인분만 시켜서 나눠먹었다.
그렇게 멀지는 않은 광장시장의 아이 팔뚝만한 순대보다 작기는 하지만, 만듦새나 속재료는 꿀리지 않을 만큼 충실했다.
물론 맛도 예전에 맛배기로 제공되었을 때 먹었을 때처럼 매우 좋았다. 이렇게 새우젓 한 점 올려서 먹는 맛이란! 이렇게 순대에 대한 갈증을 풀었는데, 다음에는 순대와 나란히 메뉴판에 올라와 있는 감자만두가 어떤 맛인지 먹어보고 싶다. 여담으로 지인 분이 시킨 개성장국밥은 내가 먹었을 때처럼 쌈장이 올라온 압박감 가득한 모양새가 아니라 좀 더 순화된 형태로 나와서, 뭔가 조리법에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약 1주일 뒤, 꽤 오랫동안 못가본 버드나무집도 다시 찾아갔다. 머리국밥을 주문했는데, 가게 분위기가 꽤 달라져 있었고 주인도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일단 국밥 차림새는 배추김치가 추가된 것을 빼면 그 때와 거의 다를 바 없었다. 의문을 뒤로 하고 일단 먹기 시작했다.
물론 맛에서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면식이 있던 예전 아주머니를 비롯한 사람들은 어디로 간 걸까? 아무튼 먹는 동안 그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일단 맛이 크게 변한 건 아니니, 몇 번 더 가보면서 물어볼 생각이다.
레이디 가카의 아빠가 부하에게 끔살당한 날이자, 개인적으로는 국방의 의무 때문에 질질 끌려간 날에는 난생 처음으로 녹사평역 근처에 있다는 크래프트 맥주집을 찾아갔다. 한국 맥주의 밋밋함과 몰개성함에 질린 내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는데, 자세한 약도도 없이 거닐다 보니 몇 군데가 눈에 띄었다.
그 중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은 더 부스라는 곳이었지만, 토요일 주말 밤이다 보니 자리가 꽉 차 있어서 인남캐 솔로인 내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상황은 이 가게와 슈퍼마켓 하나를 끼고 있는 맥파이의 지하 매장인 맥파이 베이스먼트도 마찬가지여서, 결국 그냥 맥파이 바의 의자에 걸터앉아 한 잔 청하기로 했다.
인디아 페일 에일(IPA) 한 파인트. 독자적인 제법으로 자가 제조하는 맥주라 그런지 한 파인트에 8000원이라는 꽤 센 가격이었지만, 많이 마셔서 취하는 식이 아니라 적은 양이지만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자고 왔기 때문에 충분히 지불할 만한 값이었다. 하지만 원래 바라던 페일 에일이 재료가 떨어져서 선택의 여지가 이것 뿐이었다는 건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도 IPA는 이게 첫 대면이었는데, 기본적으로는 페일 에일이나 뒤셀도르프에서 맛들인 알트비어와 비슷했지만 진한 정도와 쓴맛은 훨씬 강했다. 마치 한약을 들이키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워낙 개성과 도수가 다른 맥주보다 강하다 보니 결국 안주를 시켜야 했다.
피자 같은 본격적인 안주는 베이스먼트에서 주문해와 먹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배부른 안주는 피하려고 했기 때문에 간단한 것들 중 너트 앤 치즈(5000\)를 주문했다. 보다시피 즉석에서 썰어주는 커크랜드 체다 치즈와 약간 매운 양념으로 버무린 아몬드라는 단촐한 구성이었는데, 안주로 배채우자는 생각은 없었으니 이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안주를 시킨 시점이 이미 절반을 들이킨 이후라는 게 실책이었다. 그래서 나머지 반 파인트는 생각도 못한 안주빨로 비우는 모양새가 되었는데, 페일 에일이 이번 달(11월)에 다시 제조된다고 하니 일단 너무 강한 개성 때문에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IPA보다는 저걸 기대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10월 말에 노량진의 국밥현에서 먹은 불짬국수. 이 자리에서 영업하다가 사라진 코쿠라멘의 상호가 새겨진 그릇을 사용한 것이 먼저 눈에 띄었다. 사실 다른 국밥 종류도 땡기기는 했지만, 국밥집에서 보기 드물게 판다는 면류라는 호기심 때문에 주문했다. 특이하게 공기밥이 딸려나왔는데, 이것까지 더하면 너무 많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양에 대한 걱정은 둘째 치고, 예전에 여기서 육개장을 먹었을 때 느꼈던 뜨거움+매움의 황홀한 조화가 나를 또 당혹스럽게 했다. 몇 젓가락 먹고 나니 벌써부터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게 왜 불짬 '국수' 인지 알 수 있는 짤방. 면 굵기가 중국집에서 쓰는 중면이 아닌, 잔치국수에 쓰는 소면이다. 아마 이래서 공기밥이 기본 옵션으로 따라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면의 굵기가 어떻고를 떠나 이 가공할 만한 뜨거움과 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서, 먹는 속도는 하염없이 느려졌다.
그래도 면을 어느 정도 비우고 공기밥까지 말아서 끝내 해치웠다. 매워 봤자 얼마나 맵겠냐고 생각한 게 화근이었는데, 먹을 때 꽤 괴롭기는 했지만 예상 외로 심한 폭풍설사로 끝나지는 않았다. 다만 다음에 맨정신으로 갈 때는 그냥 순대국을 시키는 게 안전할 것 같다.
이렇게 이것저것 처묵하고 처마신 기록을 대충 정리했는데, 다음 식충잡설에서는 10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새로 찾아간 곳들을 쓰려고 한다. 우선 연남동의 중국집 '하하' 가 물망에 올라와 있고, 또 일하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수유동의 함박스텍 전문 기사식당이 2순위로 다뤄질 예정이다. 다만 요즘은 새로운 곳을 찾기 보다는, 예전에 방문해서 익숙했지만 돈과 시간이 모자라 찾지 못한 곳을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Posted by 머나먼정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