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의 백합제에 이어, 이번에는 특정 주제를 내건 행사는 아니지만 어쨌든 동인 행사의 새로운 대안으로 시작했다는 서드 플레이스(이하 서플) 제 1회 행사엘 갔다왔다.
다만 장소가 좀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지난 번의 도봉구민회관보다 찾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주최 측에서 제시한 약도와 교통편을 보니 걸어가기엔 좀 무리가 있겠다 싶었고, 이것저것 궁리해 보다가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동작05)를 타고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2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보인 풍경이 약도와 비교해봤을 때 좀 일치하지 않아서 약간 당황했는데, 버스노선 검색을 하면서 '모자원고개' 라는 곳을 지나간다고 한게 생각나 앞을 보니 언덕배기가 있는 걸 보고 '저거구나' 싶었다. 그래서 출구로 나오자마자 오른편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 골목 두 블럭 쯤을 지나니 마을버스 정류장이 나타났고.
일단 마을버스를 잡아타니 그 뒤로 복잡한 것은 거의 없었다. 보라매병원 맞은편 정류장에서 내려서 대충 그린 약도를 좇아 병원 왼쪽의 오르막 샛길을 탔는데, 보도 바닥에 포스터들이 붙어 있어서 이정표 역할을 했다.
(↑ 오르막 너머로 보이는 건물이 동작구민회관)
도착한 때가 10시 53분 정도였는데, 아직 일반 입장 시간이 되지 않아서였는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매표소는 회장인 동작구민회관 바로 옆에 탁자와 의자를 놓고 만든 임시변통의 공간이었는데, 꽤 춥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래 첫 번째 짤방의 칠판 뒷쪽이었음). 어쨌든 민증을 까고 성인용 빨간 도장을 손목에 받은 뒤 기다렸다.
대기 행렬은 그렇게 길지는 않았는데, 다만 입장 시간이 좀 늦어져서 11시 15분이 돼서야 회장 문이 열렸다. 아마 동아리들의 준비 시간이 예정보다 초과돼서 그랬던 것 같고. 어쨌든 도우미들이 주는 파일철을 받으면서 들어갔다. 사실 저 파일철 속 종이에 그려져 있던 마스코트 캐릭터가 늙은 로리십덕인 나의 모에뉴런을 강타했다. 하앜하앜
동작구민회관은 다른 구민회관들보다 시설이 그다지 좋지는 않아 보였는데, 그래도 행사를 진행하는데 쓸 만한 크기의 공간은 확보되어 있었다(공간 규모나 참가 부스 숫자로 봤을 때, 지난 번 백합제 때보다는 좀 더 컸음). 무대로 쓰이는 오른편 공간에는 동아리들의 홍보컷을 붙여놓은 광고존이 마련되어 있었고, 입구 왼편에 본부석이 자리잡고 있었다.
(↑ 광고존의 모습. 동아리 홍보컷을 붙인 하드보드지 외에 강철의 연금술사 온리전 홍보 전단지도 마련되어 있었음)
어쨌든 들어가자마자 부스들을 돌아보았다. 다만 지난 번의 백합제와는 달리 주제가 특별히 정해져 있지도 않았고, 대부분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나-혹은 싫어하거나-아니면 관심이 없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서 지름신 강림은 피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무 것도 사지 않은 것은 아니었고, 한켠에 격리된 성인용 부스 쪽에 들어가면서 소소한 지름이 시작됐다. 격리됐다고는 해도 칸막이로 가려지거나 한 것은 아니었고, 도우미들이 입구를 지키고 서서 성인용 도장을 찍은 사람만 입장시키는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레드존에서 이 날 행사의 유일한 회지인 하츠네 미쿠x카가미네 린 18금 회지 입수(STUDIO☆ROBERTA, 3000\). 원래 살 계획은 없었지만, 백합제 때의 향수(???) 덕분이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해당 작가분은 레드존 운영 방식에 불만이 있는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참가라고 블로그에 써놓고 있었고.
성인용 회지를 내서 분류되었다고 해도, 미성년자들도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을 같이 파는 부스들이라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주장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예전에 모 '불의를 못참는 투철한 시민의식 소유 블로거' 가 어떤 공공기관에 18금 회지의 유통 문제를 '찔렀던' 선례를 감안해, 주최측에서 최대한 저자세를 취한 것 같다.
(행여 어떤 또다른 용자가 비슷한 경로로 요지부동 심의기관들에 문제를 제기했을 때, 나름 재정 기반이 갖춰진 기업이 여는 대규모 행사와 이제 막 첫걸음을 떼기 시작한 소규모 행사 중 어떤 것이 더 타격을 심하게 받을 지 따로 설명이 必要割紙?)
그 외에는 그다지 끌리는 품목이 없었다. 하지만 입장한 지 2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끝내기에는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돌고 또 돌기를 반복했고. 사실 참가 부스들 중에는 작년 2월 서코에서 엠마 회지를 냈던 부스 '포니테일(코쿤 화백과 모니카 화백의 합동 부스)' 도 있었는데, 회지 주제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언더 더 로즈' 라 결국 구입 보류. lllOTL (엠마빠 언로까라 죄송합니다)
그래도 그냥 지나치기는 허무해서 팬시 쪽에 눈을 돌려봤는데, 결국 그다지 큰 접점은 없었지만 사운드 호라이즌 버튼 네 종류(크로니카+엘리스+바이올렛+오르텐시아. 600x4=2400\)를 샀다. 이것으로 지름은 종료. 제목대로 지름전선은 이상없었다. (사실 사운드 호라이즌이 뭔지도 잘 모르는 1人)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고 매도할 수도 있었던 행사였지만, 개인적으로는 나 자신의 취향이 대단히 까다롭고 협소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보여진다. 그 때문에 특별 이벤트였던 '지름신 영접이벤트' 에도 참가할 수 없었고. (규정이 회지 5권 이상 구입이었음)
그래도 행사 운영 자체는 비교적 원만하고 별 문제없이 이루어진 것 같은데, 4월 27일에 개최할 예정이라는 2회 행사도 나름대로 기대해 보고 싶다.
p.s.: 며칠 전에 만화 밸리에서 코믹 도우미를 오래 한 것 같은 어느 블로거가 새로 개최될 예정인 특정 동인 행사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고 그 행사들의 주최측을 비꼬는 투의 포스팅을 한 것을 봤다. 글에는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까봐' 행사명은 거론하지 못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오히려 의혹이 있다면 그것을 확실한 증거로 밝히고 미리 공론화해서 예상되는 피해를 막는게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