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은 내가 2년 전 가서 봤을 때는 그냥 한 척만 개방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봉인되어 있던 나머지 두 척과 판옥선 한 척까지 네 척을 관람할 수 있었다. 전시물과 관람 체계에도 꽤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무료 관람이었던 것이 이제는 유료가 되었다.
개인 여행이었으니 2000원이라는 요금을 부담해야 했는데, 미륵산 케이블카 탑승 시 당일 관람권을 제시하면 500원 할인 혜택도 있다고 했지만 날씨가 좀 흐렸고 탑승비 자체가 꽤 비쌌기 때문에 딱히 큰 감흥은 없었다.
매표소 맞은편의 광장에서는 프린지 공연을 위해 연습 중인 오카리나 합주단의 모습도 보였다.
관람권을 확인하는 검표소를 거쳐 들어간 뒤,
바로 선체 내부 관람을 시작했다. 예전에는 없던 이런 게임 시설도 추가되어 있었는데, 다만 고장난 건지 작동이 안되고 있었다. 아마 적선을 공격하는 슈팅 게임으로 보였는데, 한 쌍의 화승총,
그리고 총통 한 문이 스크린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무슨 게임인지 해볼 수도 없었으니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뜬금 없는 저런 게임 보다는 이렇게 선체 밑바닥에 당시 조선 수군의 함상 생활을 보여주는 전시물이 더 이채로운 것이었다. 상당히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야 했는데, 원래는 판옥선에 전시되어 있던 걸 뜯어와 여기에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부상병들을 치료하는 선내 진료소. 이렇게 밀랍 인형으로 당시 수병들의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기 겸 탄약고. 탄약 외에 총통도 몇 문 들어 있었는데, 아마 기능 고장이나 적의 공격으로 파손될 때를 대비해 예비로 갖춰놓았을 것 같다.
수병 침실.
식량 저장고. 어째 쌀가마니와 채소만 있는 게 당시 열악했던 조선 수군의 급양 상태를 돌려까는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보면 맨 풀떼기만 먹인 게 아니라 당시 남해에서 많이 잡히던 청어를 말려서 전투식량으로 썼다는 기록이 있으니, 그렇게까지 비참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목조선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무슨 기술을 썼는지 선내에 부엌도 설치해 밥을 짓고 국을 끓였다고 한다. 사실 임진왜란 때의 해전은 여러 문학이나 영상물에서 자주 묘사되고 있기는 하지만, 전투 자체보다 수병들의 생활상에 대해 조명한 것은 그다지 많지가 않아서 이런 전시물이 내게는 더 흥미로운 것이었다. 물론 고증이 얼마나 잘됐는 지를 파고든다면 모르지만.
이어 세 번째 거북선과 판옥선을 보러 갔는데, 사실 거북선은 다른 배들과 별 차이가 없었고 판옥선은 위에 쓴 것처럼 내부 전시물을 대부분 다른 거북선들로 뜯어가서 선내가 휑하니 되어 있는 게 영 좋지 않은 모양새였다. 이것도 나중에 보충 전시할 지는 모르겠지만, 이왕 전시할 거면 나머지 선박들의 내부도 비슷하게 맞춰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거북선 관람을 마친 후에는 전날 시락국집과 마찬가지로 못갔던 충무꼬지김밥으로 갔는데, 문은 열려 있었지만 이번에도 또 못먹고 돌아서야 했다. 원래 꿀빵을 사기 위해 아침에 가기 전 들렀는데, 단체 예약 손님들의 주문이 밀려서 오후에나 된다고 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래서 오후에 다시 왔는데, 가게 문은 열려있기는 했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잠시 나간 것인지 뭔지 알 수가 없었는데, 이렇게 여러 번 틀어져 버리니 의욕 자체가 없어져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서 대신 택한 게 할매우짜의 빼떼기죽이었다.
사실 빼떼기죽에 대해서도 전날 우동을 먹었을 때 예전 조리법에 약간 변화를 줬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점성이 좀 덜해지고 고구마가 좀 더 형체가 남아있는 식으로 조리한 게 먹어보고 느낀 가장 큰 변화였다.
물론 고구마 특유의 달달함이나 약간의 떫은 맛 같은 건 크게 바뀌지 않아서, 늘 느끼던 그 맛은 비슷하구나 하고 싹싹 비워냈다. 이것 말고도 통영에서 한 끼를 더 때우기는 했지만, 현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 이게 제대로 된 마지막 식사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끼니를 때운 뒤, 한 가지 객기를 부려 보기로 했다. 통영국제음악당을 걸어서 가보겠다는 것이었는데, 사실 기념공원에서 팀장과 얘기를 나눌 때도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물어보니 '걸어가기는 힘들고, 버스를 타는 게 가장 낫다' 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일단 아직 다리는 튼튼한 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걷는 것을 택했다. 다음에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