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지풍년과 화보만선으로 인해 오랜만에 지름신 납셨던 토요일. 그리고 올드타입(가칭???)을 통해 코믹의 문제점이 보도될 정도로 캐막장으로 치닫는 현실의 개선에는 앞으로 몇 년, 심하면 몇십 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그다지 편치 않은 발걸음을 옮겨봤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난 번 예고했던 대로 디카도 지참해 갔고.
이번에는 그나마 '가장 효율적인 지름신 알현' 을 위해 사전에 많이 준비해 가기로 했었다. 그래서 미리 살 물건들과 그것들을 파는 부스 위치 등을 미리 메모해 놓았고, 매표줄에 시달려 떡실신하지 않도록 예매권도 구입했다. (다만 왜 두 장을 구입했는지에 대해서 좀 많이 후회했음)
일단-물론 그렇게 된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해당 물건들의 매진 사례를 감안해 좀 일찍 출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찍 가서 좋을거 없다' 는 교훈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했다. 몇몇 '큰손(오오테) 부스' 를 제외하면 아무리 사람이 미어터져도 피크 시간대인 점심때만 지나면 그래도 사람이 많이 빠져서 훨씬 구입이 용이하고, 품절의 걱정도 그다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들어가서 해당 부스들만을 찝어내 돌아다니며 지름신 영접에 몰두했다. 우선 이글루스걸 두 번째 화집(5000\)을 구입했고, 이어 그 오른쪽 옆옆의 '양철공방' 에서 세릴-오드-하르-양삥 화백들의 합동회지 '서화(4500\)' 를, 그리고 아직 판매 준비가 되지 않은 주나 화백의 것은 자매 부스에서 사기로 하고 1관으로 이동했다.
1관에서는 거의 10분 가량 기다린 끝에 워프에서 지난번에 망설이다가 구입하지 못해 후회했던 공CD 7종 세트(1000x7=7000\)를 구입해 한시름 놓았고, 이어 위에 언급한 화집 'Work & Mix 3(3500\)' 는 F열의 자매 부스에서 구입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번 백합제 때 회지를 구입했던 판미 화백의 부스에서는 동방 카피북(2000\)을 샀다.
일단 이것으로 계획한 지름을 종료한 뒤 천천히 둘러보았는데, 1관에서는 통로 양 쪽에 큰손 부스가 들어선 바람에 극심한 정체 상태가 빚어져 도우미들이 긴급출동해 진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큰손 부스들은 나중에 보니 나와 별 상관없는 주제와 취향이라서 간단히 패스.
천천히 돌아보다가 코믹월드에서 나름 큰손 동인 중 한 사람인 티브 화백의 부스 '삼분요리' 를 기웃거렸는데, 물론 티브 화백의 경우 쟁쟁한 온라인 게임들의 캐릭터 디자이너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요전에 '비현실적인 교복' 어쩌고 하면서 만화 밸리의 떡밥이 된 여고생 만화를 최근 일본 잡지에 연재 중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회지는 고사하고 팬시도 살 기회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가격의 압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화집은 3000\이라는 그다지 부담없는 가격이라 조금 망설이다가 질러버렸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는 얇긴 했지만 왜 큰손 소리를 듣는지 알 만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단골인 로리꾼 화백의 부스 'Cat or Fish' 에 찾아가기 위해 다시 3관에 들어갔다가 도중에 하츠네 미쿠+카가미네 린/렌 자매의 신작 부직포 가방(2500\)이 보여서 삽시간에 지름신 소환. (rupa 화백과 Yuki 화백 공동작)
로리꾼 화백도 오랜만에 트윈 회지(2500\)를 들고 나왔는데, 회지는 제값을 주고 샀고 럭키스타 쿠션을 2000\ 특별 할인가로 구입하기도 했다. (더불어 지퍼화일은 공짜. 대머리크리 작렬???) 듣자 하나 로리꾼 화백은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모 모바일 게임회사에 취직했다는데, 나는 휴학과 뒤늦은 뺑이로 아직도 학생 신분인 데다가 학점 부족크리로 인해 올해 졸업이 가능하긴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암담한 실정이다.
어쨌든 그것으로 토요일 하루로 예정한 지름신 알현은 끝났고, 눈도 피곤하고 공기도 탁했던 터라 대충 다 돌았다는 생각에 그냥 나왔다(오늘도 갔다오긴 했지만 어떤 물품도 사지 않은 채 다시 나왔음). 지하철을 타고 올 때부터 코스를 하고 온 문제의 '용자/용녀' 코스어들도 쉽게 눈에 띄었고, 여전한 노점상의 횡포와 쓰레기천국, 아무데나 드러눕기 퍼포먼스, 프리허그를 위한 프리허그가 된 프리허그도 여전했다.
그럼에도 코스어 중 나름대로 '의식있는' 두 사람을 만나기도 했는데, 영화 '300' 의 스파르타 병사들을 좀 벼락치기로 코스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코스만 하고 돌아다녔다면 전혀 나의 주의를 끌지 못했을 텐데, 주머니에 쓰레기 수집용 검은 비닐봉투를 잔뜩 넣고 다니면서 쓰레기를 줍고 있었던 것이었다.
일찍 나온 김에 잠깐이나마 풀밭과 주차장 등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주워서 갖다주고 양해를 구해 사진을 찍었는데, 아래 짤방 모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나름 코믹 죽돌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 정도로 자주 갔다왔지만, 솔선해 환경정리를 하는 코스어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크게 인상에 남았다. (짤방들은 그림이나 줄친 주소 클릭하면 커짐. 모두 토요일에 찍은 것들)
(↑ 문제의(?) 코스어들. 왼쪽 코스어는 이미 봉투를 가득 채운 상태였고, 두 번째 코스어가 봉투를 벌려 쓰레기를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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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어가 무색한 회장 주변 잔디밭. 노점상에서 샀을 것이 분명한 떡볶이 용기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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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의 원흉인 노점상. 난 개인적으로 코믹 행사에 경찰 등 공권력을 적극 투입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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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다 못한 학여울역 직원 한 사람이 호루라기를 불며 조잡한 스프링 노트나 카피 브로마이드를 파는 불법 노점상들에게 철수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하지만 쌩까고 계속 물건을 파는 정도의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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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념은 안드로메다 톨게이트에서 정체 상태인 용자/용녀 코스어들. 더 이상 말이 必要韓紙?
p.s.: 앞으로는 코믹이 양일 행사건 뭐건 간에 딱 한 번만 갔다올 예정이다. 그리고 서플(서드 플레이스) 등 대안 행사에 나름 기대를 걸어본다.
p.s.2: 제목 의미 다시 한 번 강조. ▶◀ 지못미 알바비...(물론 아직 지른 액수보다 2배 이상의 돈이 있지만 일본 아마존 구매에 탕진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잔고 0원 확정 lll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