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정글 잡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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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잡설록 (공지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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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을 처음 한게 아마도 고딩 때였던 것 같은데, 장소는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 있었던 헌혈차였다(지금은 아예 옆 건물에 헌혈의 집이 들어서 있음). 그것도 다른 일행보다 더 떡대가 좋다는 이유로 억지로 떠밀려 들어가서 한 것이었고.

하지만 1회용 카메라나 여타 기념품 얻는 재미에 맛들려 그 이후로도 꽤 자주 했었는데, 어느 헌혈의 집에서 혈장 헌혈을 했다가 혈장외 성분을 몸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그만 피하출혈이 일어나는 바람에 팔에 검붉게 물든 흉한 자국이 꽤 오랫동안 남아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집에서는 앞으로 헌혈하면 혼낼거라고 경을 쳤었고.

하지만 그렇게 몇 년을 보내다가 군대가서야 다시 팔을 걷을 수 있었다. 물론 이번에도 사실상 반강제적인 집단 헌혈이었고, 내무실에 급조한 헌혈 장소에서 피를 뽑고 오후에는 호박돌을 나르는 작업을 할 정도로 휴식이고 뭐고 없었던 터였다. 아무튼 복무 기간 중 했던 두 번의 헌혈이 나를 다시 헌혈덕후의 세계로 이끌게 되었고.

군대에서 헌혈을 했을 때 흥미로웠던 것은, 기념품 중에 문화상품권 3000원 어치 한 장이 새로 추가되었다는 것이었다. 특히나 책이나 CD 등으로 소비하는 돈이 많았기 때문에 사실상 3000원짜리 현찰 한 장이 주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생각했고, 처음에는 만화 단행본을 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만화책 외에도 2년의 시간 동안 바깥 세상과 거의 단절되어 있었던 내게 지를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있었다. 복무 기간 중 정기 구독을 신청했던 올드타입(가칭???)도 이미 기간이 만료되어 매달 직접 구입해야 했고, 또 비디오 테이프를 버로우시킬 DVD라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해 있었다.

문제는 만화책 말고 다른 지름 품목들을 위해서는 적어도 2~4회 이상의 헌혈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X뺑이친 지역이 말라리아 위험지역이었던 탓에 유일하게 가능한 것이 혈장 헌혈이었는데, 성분 헌혈인 만큼 2주에 한 번 할 수 있다는 장점 아닌 장점이 있었기 때문에 틈만 나면 부지런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헌혈 전날 러닝머신 1시간만 뛰었다고 해도 간기능 관련 수치인 ALT 수치가 100 이상까지 뛰는 터라, 그게 결격 사유가 되어 몇 달동안 못하기도 했고.

어쨌든 그렇게 한 헌혈 횟수가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30회가 되었고, 학창 시절에도 개근상 빼면 상과 별 인연이 없던 내게 '헌혈유공장 은장 수상 대상자이므로 상장 수령 장소를 통보해 달라' 는 통보가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날아왔다. 집에서는 또 어이없어하고 있었고. 아무튼 문화상품권 확보를 위한 타산적 헌혈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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