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04년 8월 14-15일
장소: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 (Kyunghee University, Hall of Peace)
출연진: 김동률(보컬/피아노), 이적(보컬), 이소은(보컬), 김정원(피아노), 하림(보컬/하모니카/아코디언), 정재일(기타/피아노), 그 외 세션 밴드와 코러스, 혼 섹션, 오케스트라 (지휘: 이지원)
-프로그램 (특별한 주기가 없으면 모두 김동률 작사/작곡임)-
1부:
서곡 (기악 연주. 1집 '시작' 의 개작)
그랜드 오프닝-사랑한다는 말 (3집)-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3집)
새 (전람회 2집. 김동률+서동욱 작사)
하늘 높이 (전람회 1집. 김동률+서동욱 작사)
그땐 그랬지 (카니발. 김동률+이적 작사)
축배 (카니발. 김동률+이적 작사)
그녀를 잡아요 (카니발. 김동률+이적 작사)*
기적 (1집)
욕심쟁이 (4집)*
기억의 습작 (전람회 1집. 김동률+서동욱 작사)
중간 휴식 & 게스트 연주 (김정원):
River (4집)**
La Valse (모리스 라벨. 피아노 편곡판)*
2부:
구애가 (3집)
신기루 (4집)*
님 (2집)
프로포즈 (2집)*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4집)
낙엽 (3집. 이적 작사)
청원 (4집)
타 가수들의 노래 메들리:
1. 1994년 어느 늦은 밤 (장혜진 3집)*
2. 다만 (이승환 4집)*
3. 동경 (박효신 2집)*
취중진담 (전람회 2집. 김동률+서동욱 작사)
이제서야 (4집)
동반자 (1집)
앵콜 1-희망 (2집)
앵콜 2-10년의 약속 (전람회 2집. 김동률+서동욱 작사)
ⓟ 2005 Woollim Entertainment/EMI Music Korea Ltd.
음반: EMI 코리아/울림 엔터테인먼트 EKLV 0001 (DVD+CD 합본)
*라이브 앨범 미수록곡
**DVD+CD 합본 앨범 중 DVD 서플먼트 말미에 보너스로 수록됨
나름대로 목적 의식을 갖고 시작한 시리즈이긴 했는데, 소재 고갈로 이 쯤에서 접어야 할 듯. 어쨌든 마지막이자, 유일한 '대중음악' 계열 콘서트다.
대중음악이란걸 '음반 사서' 처음 들었던 것이 1996년의 일이었다. 넥스트가 2집 발표 후 가진 콘서트 실황을 담은 더블 앨범이었는데, 신해철의 포스가 워낙 셌던 탓인지 그 뒤로 들은 것도 거의 신해철에서 가지치기한 음반들이었다.
보컬 세션으로 참여한 앨범들을 모아 보니 유희열(토이)로도 빠지고, 한상원으로도 빠지고, 원로 그룹(???) 공일오비로도 빠지고, 유재하 추모앨범으로도 링크되고, 그리고 전람회로도 줄이 계속 이어졌다. 특히 전람회.
대학가요제에서 수상해 데뷰한 전람회는 (물론 다들 알겠지만) 김동률과 서동욱의 듀엣 그룹이었다. 서동욱은 베이스 연주와 작사를 주로 담당했고, 김동률은 피아노 연주와 작곡을 주로 맡아 활동했고. 일단 수상한 뒤 대영에이브이에서 발탁되어 유재학과 신해철이 공동 PD를 맡아 1집이 나왔는데, 물론 히트곡은 '기억의 습작' 이었다.
하지만 듀엣 체제임에도 음악의 색깔은 김동률 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다는 느낌이었고, 2집의 '유서' 일부가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천공의 성 라퓨타' OST와 비슷하다는 '표절 논란' 이 벌어져 떠들썩하기도 했다. 그룹 내부의 갈등 상황에 대한 자료는 별로 없는 실정이지만, 아무튼 둘은 3집 '졸업' 을 마지막으로 발표하고 해체를 선언했다.
전람회 해체 뒤 김동률은 이적과 함께 '카니발' 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해 그 동안의 서정적인 작풍에서 벗어난 면모를 보여 주기도 했고, 1998년에는 '망각의 그림자' 라는 타이틀을 단 솔로 1집을 발표하고 첫 단독 콘서트를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스스로도 부족함을 느꼈는지 이듬해 미국으로 유학, 버클리 음악대학에서 4년 동안 더 배웠다.
재학 중이던 2000년과 2001년에 각각 발표된 2집 '희망' 과 3집 '귀향' 은 유학 경험과 내면적 성숙도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 주었는데, 몇몇 곡에서는 사카모토 류이치 등의 영향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어쨌든 2집 부터 김동률은 런던 교향악단을 기용해 작업하면서 더욱 스케일이 큰 음악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이러한 공동 작업은 4집 '토로' 까지 계속 이어져 왔다.
2004년 봄에 4집을 발표한 뒤, 김동률은 자신의 두 번째 솔로 콘서트를 기획했다. 보통 앨범 하나를 내면 콘서트를 가지는 대중음악계의 관행에 비하면 김동률의 솔로 콘서트 횟수가 적은 것이 의아할 만도 하겠지만, 2집과 3집을 발표하던 시기가 유학 중이었던 때라는 것을 감안하면 크게 이상하지는 않다.
아무튼 음반으로도 발매되지 못한 1집 라이브 때의 부족함을 만회하려는 듯, 두 번째 콘서트는 상당히 호화판으로 준비되었다. 세션 밴드와 코러스 외에도 혼 섹션(재즈 등에서 쓰이는 개념으로, 색소폰과 트럼펫, 트롬본 등 금관악기로 구성된 그룹을 지칭함)과 32인조 관현악단이 합세한 대규모였고, 거기에 이적과 이소은, 하림, 정재일, 김정원(14-15일 서울 공연만), 정원영(28일 부산 공연만) 등 동료/선후배 뮤지션들이 게스트로 합세했다.
프로그램은 자신의 솔로 앨범에서 선곡한 곡들을 중심으로 전람회와 카니발 시절의 곡들을 적절히 섞어서 준비한 것이었는데, 물론 서정적인 발라드가 많이 선곡되었다. 공연장으로는 현재 국내 최대 규모(4500석)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서울)과 부산 KBS홀이 선정되었다.
공연 시작부터 자신의 '클래시컬한' 성향을 드러내기 위해서였는지, 1집의 '시작' 을 관현악과 혼 섹션 용으로 개작한 서곡이 특별히 연주되었다. 내가 들어본 대중음악 콘서트 실황 중 거의 유일한 예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센스는 공연 맨 끝에도 발휘되었다.
수록곡 전체를 이야기하자면 너무 길어지니 생략하고 싶지만, 다만 대중음악 레퍼토리로서는 처음으로 내게 눈물을 흘리게 만든 '새', 뮤직비디오로도 제작되어 군 생활 초기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피폐했던 내게 버팀목이 되었던 '기억의 습작', 하림과 정재일의 게스트 연주가 더해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와 '낙엽', '청원', 그리고 콘서트 마지막을 장식한 '10년의 약속' 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간간히 리드미컬한 곡들을 집어넣어 긴장과 이완 효과를 발휘한 것도 특기할만한 컨셉이었는데, '축배' 는 그러한 곡에서는 어색하게 보일 수 있는 관현악까지 멋지게 규합시킨 편곡이 돋보였다. 2부 세 번째 곡이었던 '님' 은 DVD에 수록된 멘트에 그 실마리가 잡혀 있는 대박 편곡 센스가 돋보였는데, 뒤편의 코러스 멤버들에게 '밤무대 의상' 을 입혀 내보내 같이 부르던 모습은 정말 포복절도할 만한 것이었다.
다만, 공식 앨범들로 인상적인 모습을 각인시킨 사람들에게는 성에 안찰 수도 있겠다. 김동률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시점인 만큼, 옛날 앨범들 수록곡 중에는 성역이 불안한 몇몇 곡들을 낮은 키로 이조하거나 고음 악구를 바꾸는 등의 고육지책을 쓴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 하지만 '기억의 습작' 이나 '새', '10년의 약속' 같은 전람회 레퍼토리들은 오히려 그 화려한 편곡과 그윽하게 낮아진 목소리 덕분에 원곡 앨범보다 훨씬 인상적이었다.
게스트 뮤지션들도 자기 몫을 다 하는 모습이었는데, 이적은 특유의 시니컬한 목소리와 활기찬 무대 매너로 분위기를 '업시켰고', 이소은은 여성 팬들의 질투를 살 만한 멋진 듀엣을 선보였고, 하림과 정재일은 멀티 플레이어로서 갖가지 악기 연주로 노래를 뒷받침했다.
무엇보다 김정원의 게스트 참가가 거의 충격적이었는데, 베토벤과 쇼팽 등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 음반을 출반한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대중음악 공연 무대에 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있었다. 물론 4집에서 'River' 와 '청원' 을 협연한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실제 공연에까지 출연할 줄은 몰랐다. 중간 휴식 때 나와 'River' 와 라벨의 '라 발스' 두 곡을 연주했다는데, '라 발스' 가 미수록곡이라는 점이 안타깝기까지 했다.
두 번째 앵콜이자 마지막 곡이었던 '10년의 약속' 에서는 단독 콘서트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을 뒷받침한 세션 음악인들에 대한 예우도 빼놓지 않았다. 일단 끝을 맺은 뒤 김동률이 퇴장하고, 다시 밴드와 코러스, 혼 섹션, 관현악단이 후렴구를 연주하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아무튼 위에 찌끄린 글들마저 미사여구처럼 느껴지는 콘서트였다. 국내외 통틀어 대중음악 콘서트로 이 정도 인상을 남겨준 것이 없다고까지 생각될 정도니까. 수록곡이 많이 줄어든 채로 음반이 발매된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DVD 합본까지 발매하는 호기를 보여줄 정도로 자신있게 선보인 첫 라이브 음반이라는 점에서 오랫 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물론 나온 지 5년도 안된 지금 상황에 '절판' 이 떠 있다는 점이 문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