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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보는 웹툰은 무엇인가요?

웹툰이라는 매체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다만 그 '웹툰' 이라는 '형식' 만을 따져 보면 모 아마추어 만화 커뮤니티에서 접한 자칭 '3류만화' 작품들을 기원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3류만화' 들은 물론 공책에 샤프로 그린 듯한 조악한 그림체와 제멋대로 스토리 등의 피할 수 없는 결점은 있었지만, 개중에는 나름대로의 뚜렷한 목적 의식이나 진솔한 생활상 묘사 등을 담고 있어서 쉽게 폄하할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실제로 그 커뮤니티 출신인, 자신의 군 생활을 소재로 한 웹툰 '짬' 으로 각광을 받았던 주호민 화백이 있었을 정도였으니.

소위 '유명 포털 사이트들의 연재물' 로서 웹툰을 보게 된 것은 그보다도 훨씬 뒤, 그러니까 전역 후의 일이었다. 이글루스 밸리의 만화 카테고리에서 종종 좋은 평을 받았던 김규삼 화백의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 가 첫 '정주행 웹툰' 이 되었는데, 한국 수험생들의 치열한 현실에 기반한 스토리와 거기에 곁들여지는 블랙 코미디 센스가 무척 마음에 들어 지금도 애독중인 작품이다.

이어서 '정주행' 작품으로 택한 것이 정마루 화백의 '[Episode] Maybe...' 였다. 좀 전형적인 양다리 연애물(?)이고, 초기 연재분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갈등 장면에 대한 묘사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받은 작품이라는 핸디캡이 있어서 친숙하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묘사력의 한계는 서서히 극복되고 있다는 느낌이고, 연애물 다운 여성 등장인물들의 묘한 색기(???)와 간간히 등장하는 개그컷-대표적으로 을룡타와 사륜안-도 신선했다.

가장 최근에 접하고 좋은 인상을 얻은 작품은 연우 화백의 '핑크레이디' 였다. 네이버 만화 카테고리의 '도전! 만화가' 에 작품을 올렸다가 정식 작가로 발탁된 신인인데, 스토리 자체는 누군가가 지적했듯 '허니와 클로버' 를 연상시키는 트렌디 대학 연애물로 여겨진다. (다만 연재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속단은 금물)

오히려 스토리보다 더 놀란 것은 그 작품의 그림이었다. 주간 연재라는 특성상, 대부분의 웹툰들은 쉽고 단시간에 그릴 수 있는 간결한 펜선으로 승부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저 작품은 오히려 '과연 저 그림으로 연재가 계속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수채화 스타일인데, 실제로 연재 때 어시가 동원될 정도다. (어시는 '어시스턴트' 의 줄인 말. 대부분의 웹툰 작가들은 어시 없이 작가가 직접 그려서 연재함)

소문에 의하면 '작가가 홍대 미대 출신이다' 라고 하는데, 실제로 작가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 곳곳에 나타난다. 1화에서 등장하는 피카소식 입체파 짤방, 3화에서 뒤집어진 채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절규(뭉크)', 4화에서 잔뜩 불타오르는 여주인공을 감싼 고흐 스타일의 배경-실제로 뒤에서 고흐가 돌아다니고 있음(...)-, 그 외 샤갈이나 클림트 풍의 배경 등 '이스터 에그' 가 곳곳에 삽입되어 있다.

사실 한국 만화계의 사정은 상당히 좋지 않다. 1997년에 언론과 종교 등의 '간접적 권력' 과 검찰과 법원 등의 '직접적 권력' 의 시달림을 받았던 일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생생하며, 인터넷의 놀랄 만한 보급에 힘입어 불거진 불법 스캔본 문제는 만화 시장의 목을 계속 죄여오고 있다.

단행본을 내놓아도 사는 사람이 없는 현실에 고병규와 이명진 화백 등이 만화계를 떠난 상태고, 박무직과 유현, 타파리 화백 등은 일본에 진출해 일본 잡지에 정기 혹은 부정기 연재를 하고 있다. 웹툰이 그러한 '출판 만화계의 암담한 현실' 에 대안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최근 엿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지켜 볼 단계인 것 같다.

실제로 웹툰이 호평을 받아 단행본으로 나온 경우에도 판매량은 저조한 편이라는 집계가 있고, 불펌 등의 문제도 웹툰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그리고 최근에는 윤동인(가명???)과 투사운드(가명???) 두 웹툰 작가가 블로그에서 치열한 상호비방 설전을 벌이는 등 작가로서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 바 있다.

지금도 한국 만화계는 내게 '완벽한 만족' 을 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 '만족' 에 대한 기대감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웹툰이건 출판 만화건 보고 싶은 작품들이 서서히 늘고 있으며, 돈주머니 사정이 걱정됨과 동시에 나름대로의 행복한 고민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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