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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주악' 이라는 장르는 예로부터 군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고, 지금도 각국의 군대나 경찰 조직들은 국방부나 국방성, 경찰청 같은 최고위 기관부터 사령부, 군단, 사단, 여단, 심지어 특수한 경우에는 연대나 보충대 등에서도 갖가지 규모의 취주악단을 보유하고 있다.

내가 끔찍히도 싫어했던 군대에 입대할 때 나를 마지막으로 배웅한 음악도 102보충대 소속 소규모 취주악단이 연주하던 음악이었다. 그 때문에 취주악이라는 음악이 내게 익숙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나마 군대 가기 전에 (예전에 '레어 애청곡선' 에서 소개했던) 고나가야 소이치나 고창수 같은 작곡가가 쓴 취주악 작품들에 재미붙일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한국의 취주악 역사는 그리 길지 않은데, 대개 1901년에 대한제국 황실 군악대를 창설하기 위해 독일인 군악대장이었던 프란츠 에케르트를 초빙한 것에 기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훨씬 이전인 1882년 11월에 조선과 독일의 수호조약 체결을 기념해 라이프치히함대 해군 군악대가 서울에서 공연을 했다는 기록이 발견되었고, 같은 해 청나라의 협조로 '동호수' 라는 서양식 군악대가 친군우영이라는 신식 군대에 처음으로 정식 편성된 사실도 밝혀졌다.

하지만 을사늑약 등으로 인해 대한제국의 주권이 일본에 계속 침탈되면서 군악대의 위치도 상당히 불안정해졌고, 결국 1910년의 한일합방 후 황실 군악대는 강제 해산되고 말았다. 일제 강점기에도 물론 취주악 활동은 아주 미약하나마 진행되고 있었지만, 대개 주요 도시의 학교 소속 소규모 악단들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해방 후 여러 가지 '운동' 이라는 슬로건이 난무하는 가운데 '취주악 운동' 도 진행되었고, 한국 취주악 연맹이라는 조직도 결성되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하면서 육해공군 3군 별로 군악대가 재조직 되었고, 이후 전쟁 속에서도 미국 등의 원조로 그 명맥을 이어 나갔다.

전후 1960년대까지는 군의 영향력이 상당히 컸던 관계로 취주악단 활동도 대부분 군악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민간 취주악단은 1970년대 초반부터 중고등학교나 대학교의 취주악부를 중심으로 점차 그 숫자가 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한울림 취주악단과 서울 교향취주악단 등의 민간 프로 악단들이 창단되었고, 군악대도 '원주 따뚜' 같은 대규모 취주악 축제를 개최하면서 긍정적인 이미지 부각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취주악 활동에 비해 음반의 유통은 상당히 적은 편이고, 그나마 대다수가 연주회장에서 가끔 입수할 수 있는 비매품 형태로 제공되고 있어서 입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탓에 내가 가지고 있는 국내 혹은 교포 취주악 CD도 도쿄 조선 취주악단 한 장, 제주 윈드 오케스트라 한 장,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브라스 밴드의 자랑' 이라는 물건 한 장이 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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