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정글 잡설록

블로그 이미지
말 그대로 잡설록 (공지 필독!!!)
by 머나먼정글
  • Total hit
  • Today hit
  • Yesterday hit


드디어 질렀다...^_^ (코토네님)

이글루스 밸리를 돌다가 경천동지할 위의 소식을 들은 것이 4월 20일이었다. 예전에는 값이 비싸서-이것도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음-살 엄두도 못냈던 애니메이션 DVD들을 완전히 헐값, 아니 비지떡값으로 팔아치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오덕후 기질의 소유자였던지라, 위 글에 소개되어 있던 '투 하트' 세트를 교보 온라인으로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싼 것을 입수했다는 기쁨 뒤에는 굉장한 허탈함과 두려움이 남았다.

애니메이션 '투 하트' 가 대략 국내에 알려지게 된 것이 아마 뉴타입 한국판이 처음 나왔을 때, 그러니까 1999년 쯤의 일이었다. 그 당시로는 최신 애니였고, 흔히들 말하는 '하렘물' 계통이었기 때문에 눈에 확 띄었고.

하지만 저 애니메이션이 소개된지 10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DVD 발매일까지 환산하면 그 텀은 더 줄어들고. 그런 DVD가 다섯 장에 10500원이라는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이다. 장당 가격을 따져 봐도 시중에서 파는 음악 CD-가령 낙소스-보다도 더 헐값이다.

그리고 오늘 예스24에 두 번째로 주문한 '아즈망가 대왕' 의 DVD 세트를 택배로 받았다. 가격은 39500원. 2쿨짜리 작품이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초인기작이라서 그랬는지 투 하트보다 '비싸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거의 10만원 대를 호가하던 상품이 비참할 정도로 추락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로 구입을 계획하고 있는 '별의 목소리' 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도 각각 8000원대로 추락한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이 정도 쯤 되면 정말로 무서움이 느껴진다.

이 두 번의 구입 사례로 나는 첫 한국판 애니 DVD를 소유하게 되었고, 동시에 한국 DVD 시장이 위기라는 영역을 뛰어넘어 자멸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막장화' 는 공유 정신의 대단한 영향력에 힘입었다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다. (물론 초기 DVD의 기획이나 제작 면에서 결함이 있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하지만, 진짜 큰 이유는 '공유' 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북한 같은 통제 경제체제 국가나 원시 부족 사회가 아닌 이상, 상품에 돈을 치루는 것은 당연한 행위이고, 그래야만 하는 행동이다. 값을 치루지 않는다면 '도둑질' 이며, 어떠한 변명을 하더라도 그 '죄' 는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 자신도 그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그러한 '도둑질' 을 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치루고 나서 이제 겨우 '상도' 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그래, 한국 정발판 애니메이션은 돈이 좀 들더라도 DVD를 사서 보자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고 방식 말이다.

최근 모 '환경운동가' 블로거-개인적으로 뉴스비평 밸리에 계속 선동문 포스팅을 올린 탓에 오래 전부터 마음에 안들어 했고, 결국 3월 25일에 차단리스트에 올려버림-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저작권 침해 단속 소식에 대해 참 난감한 주장을 펴서 떠들썩해진 바 있고, 지금도 그 논쟁은 여전하다. 물론 그 사람의 발언은 아무리 봐줘도 한심한 궤변에 불과하지만, 나 자신도 대놓고 그렇게 얘기는 못했어도 비슷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소프트웨어에 버그가 많네, 애니메이션에 작붕이 많네 해도 그 물건들에는 개발과 제작을 위한 꽤 많은 돈이 들어갔고, 그 돈은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구매로 메꿔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이 잘 되지 않으니 단속을 한다는 것이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독점 자본의 폐해? 신자유주의의 횡포?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도둑 정신' 를 떨치기 위해 꽤 힘든 결심을 한 셈이었다. 이제 음반과 악보 구입에 드는 비용 일부를 애니메이션 DVD 구입으로 돌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또 계속 일을 해야 하니까. 하지만 그러한 부담감 속에서도, '왜 사요? 그냥 받아서 구우면 되지' 라는 주위의 꾀임(???)에도 불구하고, 다음 DVD인 '영국사랑이야기 엠마' 를 사기 위해 10만원어치 단기알바 일거리를 찾는 중이다. 은근한 기대감이 몰려온다.
AND

ARTICLE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862)
[필독] 공지사항 (1)
음악잡설 (414)
만화잡설 (103)
사회잡설 (47)
식충잡설 (202)
그외잡설 (94)

RECENT ARTICLE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