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접한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조금 무거운 글을 써보고 싶었다. 그 쪽 팬들에게는 매우 유감이지만, 우선 '코드기어스' 에 대한 논조로 시작하고자 한다.
#1
스토리의 소재가 '식민지 치하의 일본' 이라는 이유로 초기에 상당한 구설수에 오른 작품이 바로 '코드기어스-반역의 를르슈' 다.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우며 아시아의 맹주로 떠오르기 위해 전쟁까지 일으킨 나라, 게다가 그러한 행위에 대해 반성의 기미가 없는 나라에서 어떻게 그러한 설정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격렬한 반대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옹호론 측은 이 애니메이션의 프로듀서가 좌익 계열에 반미 성향을 지니고 있다며, 작품의 극우파 혹은 군국주의 경향은 어불성설이라고 맞받아쳤다.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역사 자체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작품이 나와도 아무래도 좋다는 식의 여론도 있었다. 이들의 주장은 대체로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이다. 굳이 정치적으로 해석해야 하는가' 였다.
물론 예술은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일게다. 하지만 예술을 예술로만 바라볼 수 있는 것일까? 더군다나 그 설정이 픽션이건 논픽션이건 간에 '서사적일' 경우에는, 정치성 혹은 사회성이 가미된 해석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피카소의 '게르니카' 나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 그리고 픽션이지만 이 '코드기어스' 도 그러한 범주에 해당된다.
이러한 작품의 창작가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주관을 작품에 투영했고, 또 작품을 해설하기 위해 쓴 글을 통해서도 부연 설명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작품이 창작가들의 해석 대로 받아들여지는가? 그것도 아니다. 피카소의 것은 몇몇 비평가들에게는 '큐비즘으로 포장한 인민전선의 선전물' 이라고 혹평을 받은 바 있고, 지금도 극우파 인사들은 그 작품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부감을 표현하고 있다.
쇼스타코비치의 것은 출처가 불분명한 그 자신의 증언록에서 '이 곡은 나치에 대한 투쟁을 그린 것이 아닌, 스탈린 치하의 공포 분위기를 표현한 것' 이라고 했지만, 그 전까지는 줄곧 '반나치 음악' 으로 해석되어 연합국 측에서 수도 없이 공연되었다. 그리고 이 '코드기어스' 도 아직까지 논쟁을 유발하고 있고.
내 생각은 대체로 '부정' 쪽에 가깝다. 프로듀서가 좌익 인사라고 해서 그 작품이 '좌파 계열' 이라고 할 수 있을까? 좀 더 위험하게 보자면 피카소나 쇼스타코비치는 좌익 성향이었기 때문에 그 작품도 당연히 그러한 경향성을 띈다고 매도에 가까운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반미 성향? 반미라는 개념은 꼭 좌파 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본의 극우파들 가운데에도 반미를 외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일본인들의 역사 인식이 희박하기 때문에 이 작품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도 내게는 별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었다. 인간에게 있어서 망각, 특히 경험을 통해 배우지 못하는 형태의 망각은 가장 위험하다. 언제든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의 극우 인사들은 망각의 차원을 넘어서, 교과서를 고치는 등 일본인들에게 강의되는 역사 자체를 개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언젠가 신문에서 '초등학생들의 상당수가 6.25 발발 시기도 모른다' 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물론 언론에 대해 불신감이 상당한 나로서는 '제대로 조사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 우선 들기는 했지만, 내가 보기에도 요즘 청소년들은 역사에 대해 무관심한 편이다. 학교에서도 그다지 비중있게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수천 번이나 침략을 당한 민족으로서 바람직한 현상인가?
칼을 맞았던 민족이 역사를 모른다고 혀를 끌끌 차는 마당에, 칼을 잡았던 민족이 역사를 모르는 것에는 어떻게 관대할 수 있는지, 나는 정말 진지하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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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의 소재가 '식민지 치하의 일본' 이라는 이유로 초기에 상당한 구설수에 오른 작품이 바로 '코드기어스-반역의 를르슈' 다.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우며 아시아의 맹주로 떠오르기 위해 전쟁까지 일으킨 나라, 게다가 그러한 행위에 대해 반성의 기미가 없는 나라에서 어떻게 그러한 설정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격렬한 반대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옹호론 측은 이 애니메이션의 프로듀서가 좌익 계열에 반미 성향을 지니고 있다며, 작품의 극우파 혹은 군국주의 경향은 어불성설이라고 맞받아쳤다.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역사 자체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작품이 나와도 아무래도 좋다는 식의 여론도 있었다. 이들의 주장은 대체로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이다. 굳이 정치적으로 해석해야 하는가' 였다.
물론 예술은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일게다. 하지만 예술을 예술로만 바라볼 수 있는 것일까? 더군다나 그 설정이 픽션이건 논픽션이건 간에 '서사적일' 경우에는, 정치성 혹은 사회성이 가미된 해석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피카소의 '게르니카' 나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 그리고 픽션이지만 이 '코드기어스' 도 그러한 범주에 해당된다.
이러한 작품의 창작가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주관을 작품에 투영했고, 또 작품을 해설하기 위해 쓴 글을 통해서도 부연 설명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작품이 창작가들의 해석 대로 받아들여지는가? 그것도 아니다. 피카소의 것은 몇몇 비평가들에게는 '큐비즘으로 포장한 인민전선의 선전물' 이라고 혹평을 받은 바 있고, 지금도 극우파 인사들은 그 작품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부감을 표현하고 있다.
쇼스타코비치의 것은 출처가 불분명한 그 자신의 증언록에서 '이 곡은 나치에 대한 투쟁을 그린 것이 아닌, 스탈린 치하의 공포 분위기를 표현한 것' 이라고 했지만, 그 전까지는 줄곧 '반나치 음악' 으로 해석되어 연합국 측에서 수도 없이 공연되었다. 그리고 이 '코드기어스' 도 아직까지 논쟁을 유발하고 있고.
내 생각은 대체로 '부정' 쪽에 가깝다. 프로듀서가 좌익 인사라고 해서 그 작품이 '좌파 계열' 이라고 할 수 있을까? 좀 더 위험하게 보자면 피카소나 쇼스타코비치는 좌익 성향이었기 때문에 그 작품도 당연히 그러한 경향성을 띈다고 매도에 가까운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반미 성향? 반미라는 개념은 꼭 좌파 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본의 극우파들 가운데에도 반미를 외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일본인들의 역사 인식이 희박하기 때문에 이 작품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도 내게는 별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었다. 인간에게 있어서 망각, 특히 경험을 통해 배우지 못하는 형태의 망각은 가장 위험하다. 언제든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의 극우 인사들은 망각의 차원을 넘어서, 교과서를 고치는 등 일본인들에게 강의되는 역사 자체를 개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언젠가 신문에서 '초등학생들의 상당수가 6.25 발발 시기도 모른다' 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물론 언론에 대해 불신감이 상당한 나로서는 '제대로 조사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 우선 들기는 했지만, 내가 보기에도 요즘 청소년들은 역사에 대해 무관심한 편이다. 학교에서도 그다지 비중있게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수천 번이나 침략을 당한 민족으로서 바람직한 현상인가?
칼을 맞았던 민족이 역사를 모른다고 혀를 끌끌 차는 마당에, 칼을 잡았던 민족이 역사를 모르는 것에는 어떻게 관대할 수 있는지, 나는 정말 진지하게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