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맛들려서 일요일(9.21)에 두 번째로 가봤다. 가는 길이나 가게 앞 사진 등의 자세한 짤방은 이 글에 이미 써놨으니 생략한다.
하지만 그 때 갔을 때랑은 또 계산하는 방식이 틀렸는데, 그 때는 용기별로 채워서 값을 매겼었지만 이번에는 용기 크기와는 상관없이 전자저울에 달아 나오는 그램 수를 따져서 계산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양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었는데, 어쨌든 좀 당혹스러웠다.
라마단 기간이라 그런지 지난번 보다는 좀 더 다양한 형태의 바끄라바와 아랍 과자들이 있었는데, 그래서 더 고민하게 되었다. 일단 바끄라바는 5000원어치를 골고루 담아달라고 하고 잣 로시에도 1000원어치를 청했다. 하지만 그러고도 처음 접해본 별 모양과 하트 모양의 쿠키풍 과자랑 피스타치오가 박힌 과자도 그냥 눈팅만 하기 아까워서 1000원어치를 또 샀고. 이렇게 해서 7000원.
그렇게 해서 투명 플라스틱 용기에 담은 바끄라바들. 예전에 샀던 것과 크게 다른 것이 깨가 촘촘히 뿌려진 것이랑 오른쪽의 기묘한 모양을 띈 흰 과자들이었고. 다만 전자의 경우 깨가 뿌려진거 빼고는 속 없는 바끄라바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후자의 흰 과자들은 쿠키였다.
여전히 오묘한(???) 자태를 뽐내는 잣 로시에. 물론 맛도 똑같았는데, 다른 데서 보니 저 과자는 달걀흰자와 설탕을 거품내 만든 일종의 머랭이라고 한다. 머랭이라는 과자가 슈크림과 마찬가지로 부풀림을 이용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속이 꽉 찰 수 없다고 하던데, 그래도 두 개에 천원이면 다른 과자들과 비교해 볼 때 그렇게 비싼 것 같지도 않고.
그리고 모양에 끌려서 산 과자들. 별 모양과 하트 모양을 한 것은 위의 바끄라바 꾸러미에 든 흰 과자들과 맛이 똑같았다. 아마 모양만 바꿔서 만든 것 같았는데, 낚인 것 같아 텐션 약간 다운. 그리고 별 모양 쿠키 뒤에 어정쩡하게 찍혀 있는 갈색 과자도 쿠키 종류인데, 맛은 하얀 것보다는 좀 진하고 약간 쫀득쫀득한 식감이었다. 피스타치오가 하나씩 박혀 있었는데, 들고 다니다 보니 다 떨어져 있었고.
그러고 나서 다시 이태원역으로 가려고 길을 내려왔는데, 예전에도 먹었던 케밥집이 그제서야 문을 열고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과자사러 갈 때는 닫혀 있었다). 닭고기를 쇠막대기에 층층이 쌓아서 수직 화덕에 막 갖다놓았는데, 그냥 갈까 하다가 굽기 시작할 즈음의 냄새 때문에 참을 수 없어서 기다리기로 했다. 가게 이름은 그 때 확실히 확인했는데, '임파라토르' 라고 되어 있다.
굽기 시작한 지 10분 쯤 지난 닭고기 덩어리들. 딱 봐도 어느 쪽이 익었는지 표가 나는데, 터키인 주인장에게 양해를 구한 뒤 사진을 찍고 나니 한 번 돌려주고 나머지 부분을 또 익히기 시작했다.
닭고기 외에 케밥에 들어가는 다른 재료들. 왼쪽의 빨간 병은 나중에 먹어보니 핫소스가 아닌 것 같았고, 토마토 케첩 같았다. 그 윗쪽에는 아마 마요네즈 드레싱 같고. 소스병 옆에는 차례로 어슷썬 토마토, 채쳐놓은 양배추와 당근이다. 더워서 그랬는지 주인장이 마시던 콜라 컵도 같이 찍혔다.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익은 표면의 닭살을 긴 칼로 살살 잘라내고 있었다. 아직 굽기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한 번에 자르지는 못하고 여러 번 돌려가며 익은 곳을 찾아 칼질을 하고 있었다. 주인장의 왼편에 보이는 기구는 자그마한 바게트 비슷한 케밥 빵을 납작하게 눌러 데우는 기계다.
그렇게 기다린 끝에 받아든 케밥. 이번에는 빨간 소스를 쳐서 받았다. 여전히 접사 기능이 안되는 싸이엉 폰카의 저화질에 애도를.
그리고 지난번 갔을 때처럼 길가의 벤치에 앉아서 우물거렸다. 이번에도 깔끔히 해치웠는데, 다만 지난번과 달리 양배추 쪼가리를 하나 떨어뜨리고 말았다. ▶◀ 지못미 양배추.
아무튼 이걸로 두 번째 방문은 무사히 마쳤는데, 이후 코믹월드 갔다온 뒤 세 번째로 방문한 뒤로는 현찰 부족으로 가보질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이유로 '식충잡설' 카테고리의 포스팅도 당분간 뜸할 것 같은데, 그래도 아마추어 관현악단 지휘차 여러 번 들락거린 홍대의 홍문관에 위치한 펍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음식짤도 보유 중이므로 그걸로 때울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