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간 협주곡' 이라는 장르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이 아마 헨델의 작품들일 것이다. 그 외에 협주곡은 아니고 '교회 소나타' 로 장르가 분류되어 있지만, 모차르트의 경우에도 잘츠부르크 대주교 밑에서 고된 전속 음악인 생활을 할 때 오르간과 소규모 관현악의 협주 작품을 10여 곡 남긴 바 있다.
하지만 고전시대 이후로 오르간이 세속 음악의 대두와 관현악의 음량/표현력 강화 등에 밀려 교회음악 영역으로 축소된 이후 오르간 협주곡도 사양길을 걷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예 쓰여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데, 이미 관악과 피아노의 6중주곡으로 이 시리즈에 소개된 바 있었던 요제프 라인베르거(Joseph Rheinberger, 1839-1901)가 두 곡을 남겨놓고 있다.
라인베르거는 이미 썼던 바와 같이 아주 일찍부터 오르가니스트로 음악인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낭만주의 시대에는-아마도 라이벌이었던 브루크너를 제외하면-어느 누구보다도 오르간이라는 악기의 기능과 기교에 통달해 있던 인물이었다. 게다가 브루크너와 달리 직접 오르간 음악을 여러 편 작곡하기도 했는데, 특히 오르간 소나타 스무 곡의 경우 일찌감치 독일 오르간 음악의 리바이벌을 이룩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오르가니스트들이 점차 레퍼토리로 공연에 올리고 있다.
바그너나 리스트 등의 음악 경향을 싫어했던 보수적인 작풍의 소유자 답게, 라인베르거의 작품들은 대개 초기 낭만주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오르간 음악이나 종교음악의 경우에는 그 보수성이 바로크나 고전 시대의 어법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오르간 협주곡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대선배 헨델이나 모차르트의 협주곡과 교회 소나타에서 사용된 편성이나 어법을 응용하고 있어서 그러한 의고주의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1884년에 쓴 1번의 경우에는 간소한 현 5부의 스트링에 호른 세 대를 더한 것이 관현악 편성의 전부인데, 그나마 낭만주의 시대에는 일상화된 크레센도(점점 세게)나 디미누엔도(점점 여리게) 등의 점층/점강식 강약법까지도 거의 쓰지 않고 있다. 협연 악기인 오르간이 피아노 등 다른 건반악기와 달리, 타건력이 아닌 다양한 스톱 배열을 통해 음색과 음량 변화를 얻는 악기라는 점을 특히 강조한 작곡법인 셈이다.
관현악 편성을 간소화하고 그 취급도 고전적으로 가져간 데 비해, 오르간 독주부에 요구하는 기교나 갖가지 스톱의 사용은 꽤 화려한 편이다. 실제로 오르간에는 플루트 스톱이나 오보에 스톱, 첼로 스톱, 트럼펫 스톱 등 다른 악기의 음색을 모방할 수 있는 스톱이 장치되어 있어서, 관현악의 한 악기로서 부차적인 역할까지도 맡을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오르간의 대가였던 라인베르거도 이러한 스톱의 효과를 결코 간과하지 않고 있고, 특히 중간의 느린 악장에서 굉장히 섬세하게 가져가고 있다.
2번은 약 10년 뒤인 1893~94년 동안 작곡했는데, 이 곡에서도 관현악은 현 5부의 스트링을 기반으로 거기에 호른과 트럼펫 각기 한 쌍과 팀파니를 더한 소규모 체형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군악풍' 악기인 트럼펫과 팀파니가 더해졌다는 것 만으로도 좀 더 극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쉽게 추측할 수 있는데, 거기에 더해 조성도 단조 기반으로 사용하고 있다(G단조).
기본적으로 관현악 취급이나 오르간 독주의 다양한 스톱 사용 등은 1번과 비슷하지만, 관현악과 오르간 사이의 대위 악구나 좀 더 분주한 손놀림을 요구하는 오르간 운지 등에서 차이점이 발견된다. 특히 호른과 트럼펫은 오르간과 스트링 위에서 일종의 코랄풍 악구를 연주하거나 팡파르 효과를 더해 곡의 흐름을 바꾸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렇게 두 곡을 2005년에 낙소스에서 발매했는데(8.557787), 사실 2001년에 소노리스라는 음반사에서 이미 발매한 것을 낙소스에서 사들여서 재발매한 것이다. 연주자들은 모두 미국인인데, 오르간은 인디애나 주 출신인 폴 스케빙턴(Paul Skevington)이 맡았고 관현악은 티모시 로위(Timothy Rowe) 지휘의 아마데우스 오케스트라(The Amadeus Orchestra)라는 악단이 연주했다.
ⓟ 2005 Naxos Rights International Ltd.
녹음 장소는 버지니아 주의 맥린(McLean)이라는 곳에 있는 세인트 루크 가톨릭 성당인데, 스케빙턴은 지금까지도 저 성당에서 수석 오르가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아마데우스 오케스트라도 세인트 루크 성당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는 성음악 연주회 시리즈의 상주 악단으로 활동 중이라는데, 그 연주회의 일부를 실황으로 녹음한 것이다.
실황이라도 성당 내의 연주라서 그런지 굉장히 조용한데, 1번의 3악장 오르간 카덴차 후반에서 잠시 터져나오는 기침 소리와 연주 종료 후 나오는 박수 소리를 제외하면 거의 실황임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2번에서는 박수 소리도 삭제함).
그리고 속지에는 이 음반의 공로자로 스케빙턴 보다는 지휘자인 로위를 더 강조하고 있는데, 아마데우스 오케스트라도 로위가 1981년에 '아마데우스 콘서트' 라는 비영리 공연 기획사를 차리면서 동시에 만든 사설 악단이라고 한다. 주로 워싱턴 DC와 버지니아 주 등 미국 동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데, 로위는 창단과 함께 음악 감독에 부임해 2005년 2월 타계할 때까지 계속 유임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속지 맨 뒷장에는 연주와 녹음에 사용된 성당 오르간인 스테이너-렉(Steiner-Reck) 오르간에 대한 자세한 기술적 세부 사항이 적혀 있는데, 오르가니스트들이나 오르간 제작자 같은 전문직들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일 것 같다. 그리고 저 CD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라인베르거가 작곡한 오르간 협연곡 중에는 바이올린과 첼로, 오르간 독주라는 바로크풍 트리오 소나타에 스트링을 더한 특이한 편성의 3중 협주 형식 모음곡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