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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Synnara Music Co., Ltd.

나는 이미 2년여 전에 '레어 애청곡선'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북한의 관현악 작품 세 편-최성환의 '아리랑', 강기창의 '도라지' 와 강수기의 '룡강기나리'-을 소개하는 엄청난 금기(???)를 범한 바 있었다. 물론 그 세 곡은 사상적으로 문제가 거의 없는, 우리 민족의 민요를 주제로 한 곡들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죄책감이나 두려움을 가지지는 않았다. 사실 글 자체도 그렇게 관심을 끌지는 않았던 모양이었고.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 일들이 군대에서 발목을 잡혀 있는 내게 짜릿한 청량감을 안겨주었다. 바로 위의 작품 세 편이 포함된, '진짜 북한산' 녹음들이 국내에 당당히 CD로 선보였던 것이었다. 신나라레코드에서 '아리랑 환상곡' 과 '민요 삼천리' 라는 제목으로 나온 두 장의 CD인데, 지난번 1년차 휴가 때 리뷰를 미루어 왔다가 이번 기회에 다시 소개하기로 한다.

주로 종합적이고 집약적인 무대 작품의 공연에 치중하는 북한에서 서양 관현악 작품도 연주할 수 있도록 특화된 음악단체는 두 군데가 존재하는데, 하나는 1946년 창단된 조선 국립 교향악단이고 나머지 하나는 1990년 창단된 윤이상 관현악단이다. 전자는 통상 3관 편성에 개량한 단소, 저대, 새납 류의 '죽관악기' 주자를 더한 대편성의 악단이고, 후자는 2관 편성의 소규모 실내 관현악단이다.

이들의 실체는 반공을 국시로 하던 80년대 중반까지도 알려져 있지 않았다가, 1990년 범민족 통일음악회를 계기로 남한에도 그 존재가 미약하나마 알려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북한에서도 이러한 서양식 편성의 관현악곡 창작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지고 있는데, 개중에는 정말 당과 수령에 대한 노골적인 찬가들도 있지만 '민족 문화유산의 현대적 계승' 차원에서 작곡된 곡들도 여러 곡이 존재하고 있다.

위의 두 가지 음반은 이러한 곡들만을 엄선해 모아놓은 일종의 컴필레이션 음반이다. '아리랑 환상곡' 은 본조 아리랑-흔히 '아리랑' 하면 떠올리는 곡-, 밀양 아리랑, 경상도 아리랑, 서도 아리랑 등 아리랑을 주제로 만든 곡들을 담아 놓았고, '민요 삼천리' 는 옹헤야, 한오백년, 도라지, 신아우, 돈돌라리, 룡강기나리 등 팔도의 갖가지 민요를 주제로 만든 작품을 실어 놓았다.

수록된 곡들의 편성이나 연주 양식은 꽤 다채로운 편이다. 순수 관현악 작품들도 있지만, 협주 작품들도 여러 곡 있어서 북한 독주자들의 솜씨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안기영의 신민요 '그리운 강남' 을 주제로 한 플루트와 관현악(독주자 불명)이나 함경도 민요 '돈돌라리' 를 주제로 한 피아노와 관현악(독주 윤순옥), '새야 새야' 를 주제로 한 오보에와 관현악(김우철 협연), 함경도 민요 '신아우' 를 주제로 한 첼로와 관현악(김옥란 협연) 등은 듣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한 곡들이다.

순수 관현악 편성의 곡들 중에서는 분단의 현실에 대한 격분을 담아 강렬하게 끝맺는 리한우의 '경상도 아리랑을 주제로 한 환상곡' 이나, 라벨의 발레 모음곡 '다프니스와 클로에' 제 2번의 첫머리를 본따서 시작하는 강수기의 '바다의 노래' 등이 들을만 했다. 후자의 경우에는 이 시리즈에서 원래 민요 제목인 '뱃놀이' 로 고쳐서 실려 있는데, '바다의 노래' 라는 제목은 1978년 조선인민군협주단 공훈합창단에서 개작하면서 붙여진 것이다.

녹음의 일부는 북한의 유일한 음반사인 '광명음악사' 에서 발매한 국립교향악단 CD들-총 열두 장이 발매되어 있다고 함-에서 가져온 것도 있는 듯한데, 실제로 '민요 삼천리' 의 마지막 곡인 관현악 '룡강기나리' 는 레어 애청곡선 시리즈에서 소개한 것과 똑같은 곡이고 연주다.

하지만 신나라레코드의 CD는 연주 단체를 윤이상 관현악단으로 잘못 표기하고 있는데, 이 CD 시리즈에서 옥의 티로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작/편곡자와 연주자/연주단체에 대한 소개의 미흡함이다. (전역 후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 이 음반의 음원을 제공해 준 이철우 선생님에게 자세한 정보를 얻어올 예정이다.) 이러한 점만 예외로 친다면 꽤 들을 만한 음반들이고, 북한 음악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관만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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