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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잡설록 (공지 필독!!!)
by 머나먼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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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주의 시대에 들어서면 이미 교회의 영향력이 상실되어 부차적인 역할로 밀려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증음정을 '악마의 음정' 이라며 배척했던 팔레스트리나 시대(16세기)의 관념은 이미 구닥다리가 되었으며, 콜로라투라 소프라노가 세속 아리아를 부르듯 성가를 노래하는 시기였다.

모차르트의 수십여 곡에 이르는 종교 음악 중 가장 마지막 작품이고, 동시에 모차르트 최후의 작품이 되어버린 것이 바로 이 곡이다. 물론 모차르트 자신도 세속 요소를 듬뿍 도입해 종교 음악을 작곡해왔고, 이 곡에서도 그러한 편린이 느껴지긴 하지만 이미 '표면적인 세속성' 을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일화나 전설이 아닌, 모차르트의 진짜 작곡 동기는 한 백작의 아내 추도용이었다고 한다. 발제크 폰 슈투파흐라는 백작이 자신의 아내 사후 1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위촉한 것이었고, 당시 재정난에 허덕이던 모차르트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이 곡에 매달렸지만, 모차르트가 쓴 부분은 전체를 통틀어 2/3 정도였다.

모차르트는 결국 이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으며, 위촉료를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미망인 콘스탄체가 모차르트의 제자 아이블러에게 완성을 부탁했다. 그러나 아이블러를 비롯해 후임으로 악보를 넘겨받은 슈타들러도 부분적인 보필에 그쳤고, 결국 최종적인 완성은 쥐스마이어에게 맡겨졌다. 쥐스마이어가 보필한 완성본 악보는 곧장 발제크 백작에게 넘겨졌고, 발제크는 이를 직접 사보해서 자작곡으로 허위 발표했다. 그러나 그도 결국은 이 작품이 모차르트의 작품이라는 것을 감출 수는 없었다.

현재 이 곡의 연주는 대부분 쥐스마이어의 완성판으로 행해지고 있지만, 20세기 들어 많은 음악학자들이 쥐스마이어의 미숙함을 들어 나름대로 개정한 판들을 내놓고 있다. 바이어판, 몬더판, 드루스판, 레빈판 들이 그것들인데, 이들마저도 쥐스마이어의 보필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느냐 아니면 전면 부정하느냐의 논리로 소일하고 있어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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