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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 Deutsche Grammophon GmbH

나치 독일의 러시아 침공으로 수도 모스크바가 위기에 처했을 때, 소련의 독재자였던 요시프 스탈린은 마야코프스카야 지하철역에 마련된 혁명 기념일 연단에서 (그 때까지는 '중요 경로' 에서 별로 언급되지 않았던) '혁명 이전의 위인들' 의 이름까지 들먹이며 항전 의지를 모을 것을 호소했다.

"짐승같은 도덕관밖에 가지지 못한 독일 놈들이 뻔뻔스럽게도 절멸시키고자 원하는 대상은 위대한 나라 러시아, 다시 말해 플레하노프와 레닌의, 벨린스키와 체르니셰프스키의, 푸슈킨과 톨스토이의, 고르키와 체호프의, 그리고 글린카와 차이코프스키의 조국인 것이다."

스탈린이 선대의 명사들을 이렇게 강조하면서 언급한 연설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이후 소련 정부의 선전 포스터에는 수보로프나 자파예프 등 혁명 이전의 '봉건 영웅' 들까지 소련군과 함께 등장해 독일군을 무찌르는 내용이 '공식적으로'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쇼스타코비치가 볼코프에게 구술했다는 '증언' 에 의하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제자이자 사위였던 막시밀리안 슈타인베르크가 '스탈린 동지가 왜 음악 쪽에서 내 은사는 빼고 차이코프스키를 넣었을까' 라고 울분을 터뜨렸다고 쓰여 있는데, 솔직히 그 상황에서 떠오르는 사람이 차이코프스키가 아니고 누구였을까. (게다가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이름도 길지 않은가 'W'a;;;)

어쨌든 소련이 붕괴한 뒤에도 러시아는 차이코프스키의 덕을 아직도 많이 보고 있다. 그의 이름을 딴 국립 음악원이 있고, 국제 콩쿨이 열리고, 관현악단도 있다-옛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이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관현악단으로 최근 개명함-. 그리고 아무리 벽촌의 레코드 가게에서도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이 든 CD나 테이프 하나 정도는 살 수 있으니 두말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정작 차이코프스키 자신은 생전에 이러한 명성을 별로 누리지 못한 사람이었다. 현재 명곡에서 빠지면 이상한 그의 대표작 상당수가 초연 때 별의별 혹평을 다 받았고, 림스키-코르사코프를 필두로 한 '러시아 5인조' 들에게는 서구 추종자로, 반대로 안톤 & 니콜라이 루빈슈타인 형제로부터는 '지나친 민족색과 허술한 구성' 을 지적받는 등 '양 쪽에서 다 씹히는' 난처한 상황이었다.

물론 차이코프스키는 학생 시절에 서구 작곡가들의 영향을 받기는 받았다. 하지만 그 영향이란, 루빈슈타인 형제가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하이든이나 모차르트보다도 이후의 사람인 베토벤과 슈만이었다. 시류를 앞질러 가는 사람에게 흔히 따르는 것은 보수파나 연장자들의 공격이었으며, 루빈슈타인 형제의 비판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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