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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잡설록 (공지 필독!!!)
by 머나먼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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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경우에는 나이도 어느 정도 있고, 중학교 시절부터 만화와 관련된 것을 Fireegg Friend 여 모군의 협력으로 이것저것 섭렵해 왔기 때문에 요즘과 예전 사이의 변화 폭을 가장 절감하는 상황이다.

흔히 요즘 코믹월드와 비교되는 것이 바로 ACA(이하 아카)다. 하지만 둘은 절대 비교될 수 없는 행사다. 코믹월드는 거의 전적으로 수익성을 위해 존재하는 행사다. 물론 이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기업 윤리' 라는 것이 있지만, 이들의 상업성 지향은 여러 면에서 인정되고 있다.

아카도 물론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돈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곳에서는 이성 모드와 예술적인 표현에 대한 이해가 그런대로 가동되고 있다. 그리고 이름에서 보듯 아마추어 창작 동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코믹월드에서도 물론 창작가 혹은 창작 집단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은 10에 1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물론 나머지 9가 전부 '상업만화에 눈먼 시각장애자' 라는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이 '하가렌월드' 라고 칭하듯이, 인기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게임을 소재로 한 팬시, 동인지, 기타 상품들의 판매 부스가 대다수인 것은 엄연한 사실이며, 진실이다.

문제는, 돈을 벌고 싶다고 해도 그것에 걸맞는 서비스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믹월드 주최 측은 이 점에서 낙제를 면치 못한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참가하는 상업 부스와 창작 정신이 깃든 창작 부스를 2분법으로 나누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돈주머니를 유쾌하게 열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신이 필요한데, 주최측은 이에 대해 너무 안이하다.

빗속에서 두 시간여를 기다리다가 지쳐서 진이 빠진 사람들은, 코믹 행사장에서 이것저것을 사느라 마음이 풀린다고 해도 그것이 유보 또는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행복한 기억이 기억으로 남듯, 불쾌한 기억도 기억으로 계속 남는 것이다. 불행히도 요즘에는 불쾌한 기억이 행복한 기억에 앞서는 형국인 것 같다.

아무리 요리를 잘하는 식당이라도, 손님에 대한 서비스가 개판이라면 그 식당은 '맛집' 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고 만다. 코믹월드라는 행사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믹월드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라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위에 언급한 부정적인 요소 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코믹을 찾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친구들의 추천에 혹해서, 아는 사람이 부스 차려서 가는 등의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군중심리' 나 '연줄' 이라는 개념 훨씬 위에 존재하는 공통점이 있다.

"나는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를 좋아한다."

자신이 정말 만화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을 하는 지 궁금하다면, 코믹월드라는 곳에 가볼 만한 건덕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처럼 윈도우걸에 탐닉하는 사람이건, 드물게나마 존재하는 창작 집단을 선호하는 사람이건 간에 그들은 '만화/애니에 관심있는 사람들' 이라는 틀 안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가서 상품을 구입하거나, 행사 진행이 환상적 혹은 엿같았다거나 하는 판단과 평가는 자신이 내리는 것이다. 코믹에 가는 순간, 사람들은 그 자신의 자아에 확고한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3000원이라는 입장료를 내고도 가 볼 가치가 있다는 사람은, 계속 가도 상관 없다. 하지만 3000원이 아깝고 눈 버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등을 돌리면 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

나는 코믹월드가 아카처럼 되어야 한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그렇게 되면 코믹월드라는 행사는 방향성을 상실한,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릴 것이다. 문제는 상업성에 대한 왈가왈부가 아니라, 그 행사의 질이다. 상업적인 것이라도 사람이 살 만한 어떠한 '예술적 척도' 가 있다면 그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다. 예술적인 가치를 내세우더라도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못한다면 그것은 도태될 것이다.

사람은 먹을 것이 없고, 입을 것이 없고, 지낼 곳이 없으면 살 수 없다. 하지만 문화라는 것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크게 지장을 주지는 않는' 것이다. 어쩌면 존 라이든(섹스 피스톨즈 보컬)이 지적한 대로 '속고 속이는 사기'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 부정적인 의견은 역설적으로 보아야 제대로 뜻을 알 수 있다.

음식이 좋고 싫고 상관 없이 굶주림이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만화가 좋고 싫고라는 문제라면, 당사자가 어떤 판단을 내리건 간에 그는 여전히 한 사람의 자아인 것이다. 코믹월드에 대한 좋고 싫음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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