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으로는 90년대 쯤 등장해 학교 일대를 주름잡기도 했던 군것질 거리로 처음 접할 수 있었다. 단 것과 기름진 것을 좋아해 배가 부풀기 시작했던 때였고, 생크림과 사과잼을 듬뿍 발라 접어 주던 것을 놓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물론 지금도 그렇지만-돈을 그다지 풍족하게 가지고 있지 못했고, 한 개에 1000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러웠기에 그다지 많이 먹어보지는 못했다. 좀 값이 나가는 준비물을 사고 남은 돈으로밖에 먹을 수 없었고, 그나마 고등학교 들어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먹거리가 되었다.
요즘에는 수도권 전철 중 1호선 지상구간-한국철도 관할-의 역 구내 가판대에서 와플을 꽤 자주 보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다시 '리바이벌' 을 했던 것은 겨우 지난 주 화요일에 가서였다.
가리봉동의 한 전자 회사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는 중인데, 일이 끝나면 대략 오후 6시 쯤 되기 때문에 뱃속에서는 난리를 치는 시간이다. 그래서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는 동안 가판대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청량리 방향 가판대 중 떡과 와플을 같이 파는 곳에서 하나 달라고 했다.
물론 만드는 방법이 비교적 간단한 먹거리라, 그 때와 별로 맛은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잡는 방법이 서툴렀는지, 아니면 뜨거운 와플 때문에 녹아 내렸는지 생크림과 사과잼이 물이 되어 뚝뚝 떨어져 바지와 신발을 더럽히는 바람에 그다지 기분좋은 재회의 순간은 아니었다.
금요일에 다시 역에서 와플 파는 곳으로 지나가다가 또 뱃속이 난리를 쳤다. 옆의 매점에서 파는 호두과자에 눈길이 가기도 했는데, 2000원이라는 가격에 좌절하고 다시 와플 판매대로 후퇴. 그 때와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서 팔고 있어서 재도전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판매대 앞에 다가서서 표정이 좀 굳어버렸다.
판매원은 30대 후반 정도의 아주머니였다. 하지만 와플을 달라고 돈을 건네는 순간, 오른손 손등에 선명하게 찍힌 화상 자국이 눈에 띄었다. 와플 기계의 뜨거운 철판에 다친 것 같았는데, 요 근래에 다친 것인지 발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물론 내색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시선을 옆의 떡들에 준 뒤 와플을 받았다.
비록 아주머니의 손을 다치게 한 와플 기계였지만, 그 기계가 없으면 돈을 벌 수 없다...라는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와플을 다시 입에 물었다. 이번에는 속이 물이 되어 뚝뚝 떨어지지도 않았고, 후후 불면서 먹어야 할 정도로 뜨겁지도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와플과의 진정한 재회. 평일 오후 가리봉역에서의 단순소박하지만, 인상적이었던 이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