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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보다 20년 가량 선배인 스기야마 고이치(1931-)는 1980년대 후반부터 에닉스의 걸작 RPG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게임 OST를 교향조곡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직접 영국의 대표적인 악단인 런던 필을 지휘해 녹음한 이들 교향조곡들도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으며, 시리즈 별로 하나 씩 모두 일곱 곡이 음반으로 선보였다. (1과 2는 CD 한 장에, 3-6은 각각 1장, 7은 OST와 함께 더블 앨범으로 발매)

스기야마는 히사이시와 달리 음대나 음악원에서 전문 과정을 밟지는 못했지만, 학창 시절부터 합창단이나 실내악단 같은 서클 활동을 했고, 방송국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실전 경험을 오랫동안 쌓은 탓에 큰 약점이 되지는 않았다. 또 70년대부터 '교향조곡 과학닌자대 갓차맨', '교향곡 이데온' 등의 관현악판 앨범을 쭉 발표해오고 있어서, 이 방면에서의 연륜도 무시할 수 없다.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관현악판 앨범 중 가장 '클래시컬' 한 것이 바로 스기야마의 것들이었다. 이들 교향조곡으로 1987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드래곤 퀘스트 패밀리 콘서트' 가 개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발레판, 현악 4중주판까지 선보인 바 있다. 현악 4중주판의 초연을 NHK 교향악단의 수석 주자들이 맡은 것만으로도 그 명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몇몇 곡들-2탄 교향조곡의 세 번째 곡과 6탄 교향조곡의 마지막 곡-에서는 전작인 '과학닌자대 갓차맨' 의 것들을 그대로 사용하는 등의 '임시변통' 도 엿보이고, 게임 자체의 구조와 스토리가 별로 바뀌지 않은 만큼 각 곡의 전개 방식도 거의 비슷비슷한 점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원작 게임이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작곡가 자신도 배우고 있는 것이 많다는 것도 사실이다. 7탄의 경우에는 전곡이 78분 이상인 대작이 되었고, 이전의 교향조곡을 집대성했다는 느낌까지 든다. 스기야마는 이외에도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반숙영웅' 의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 이탈리아어로 '희유곡') 버전 등을 내놓은 바 있다.

'드래곤 퀘스트' 와 쌍벽을 이루던 '파이널 판타지' OST의 작곡가 우에마츠 노부오(1959-)도 스기야마보다 가짓수는 적지만 꾸준히 관현악판 앨범을 발매해 왔다. 1989년에 발매된 '교향조곡 파이널 판타지(1탄과 2탄의 음악으로 구성)' 를 시작으로 로베르토 폴리티 지휘의 밀라노 교향악단이 녹음한 '그랜드 피날레(6탄)', 'FITHOS LUSEC WECOS VINOSEC(8탄)', 도쿄 국제 포럼 콘서트 실황인 '20020220' 이 지금까지 나온 관현악판 앨범들이다. 그 외 'Reunion Tracks(7탄)' 의 마지막 세 트랙도 관현악으로 연주/녹음되었다.

우에마츠는 70년대 관현악판 앨범과 스기야마 류의 '순수 관현악'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위의 앨범들도 중심은 관현악에 두고 있지만 전자 악기나 민속 악기, 녹음 편집 등을 이용한 여러 가지 효과를 가미하고 있다. 켈트 음악 분위기를 가미한 '그랜드 피날레' 와 라틴어 합창이 가미된 'Liberi Fatali' 를 첫 곡으로 배치한 'FITHOS...' 는 그 중간 좌표에 위치한 인상적인 앨범들이다.

단, 우에마츠의 경우에는 히사이시나 스기야마와 달리 자신이 직접 관현악 편곡을 하지 않았고, 핫토리 가츠히사나 하마구치 시로 등이 위 앨범들의 편곡을 맡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대목이 좀 아쉽기는 하다. 관현악 편곡도 직접 맡는 것이 음악의 개성을 더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어떻든, 스기야마와 우에마츠의 게임 음악들이 1991년 개최되기 시작한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게임 음악 콘서트' 에서 빠진 일이 거의 없었던 사실 만으로도 이들이 90년대 게임 음악의 관현악판에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이 분야에서도 차츰 세대 교체는 이루어지고 있다. '마크로스',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카우보이 비밥', '울프스 레인' 같은 애니메이션의 OST로 국내에서도 높은 지명도를 확보하고 있는 칸노 요코를 비롯한 장래의 거물들이 일본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계속)

*관련 사이트:

스기야마 고이치 홈페이지

우에마츠 노부오 팬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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