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정글 잡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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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잡설록 (공지 필독!!!)
by 머나먼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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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원이라는, 5일 일하고 받은 쥐꼬리 세포만한 돈은 일단 그 자체만으로도 부끄럽고 언짢은 존재였다. 하지만 만원짜리 두 장은 후일을 기약하기 위해 남겨놓아야 했고, 나머지 1000원짜리를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것도 오늘 당장.

남산도서관에서 나와서 집에 가려고 걷고 있다가 생각난 것이 바로 남산돈까스. 집 주변에서 발견된 '2900원짜리 돈까스집' 덕에 거의 3개월 가까이 가보지 않았던 곳이었다. 물론 5000원이라는 가격이 이제는 꽤 센 가격으로 보이고 있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어쨌건 이 빌어먹을 1000원짜리들을 처리해야 했다.

시간도 저녁 먹을 쯤 됐기 때문에 가서 먹기로 했다. 축구 때문인지 뭔지 밥 때가 됐는데도 사람이 그다지 많지가 않았는데, 뭔가 달라진 것 같기도 했다. 돈까스 하나 달라고 하니까 앞의 주방 쪽에서 아줌마가 눈길을 한 번 건네더니 곧장 요리를 시작했다. 물론 그 시선이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 것도 아니었고.

하지만 왜 주방 아줌마가 나를 쳐다봤는지 알 것 같았다. 그 동안은 큰 것 한 조각만을 얹어주던 돈까스 접시에 그 1/3 정도 되는 고깃덩어리가 하나 더 나온 것이었다. 밥도 예전에 비하면 좀 더 많았고. 대략 셀프인 야채 반찬을 많이 덜어서 양을 보충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겨 버렸다.

콩나물+김치+깍두기도 일단 내 접시에 던 만큼 절대로 남길 수 없었다-음식 남기지 않는 것은 우리 집안의 '전통' 이다. 밖에서는 그렇게 많이 못 먹는 내 위장에 그 고기와 밥, 양배추, 야채들이 들어가면서 나도 놀랐고, 어쨌든 평소에 그랬던 것처럼 처치 곤란한 소스나 국물 약간 빼고는 다 먹어치웠다.

물론 너무 배가 불렀던 탓에 남산돈까스의 명물인 커피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실 수도 없었는데, 이것으로 오늘 저녁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방금 그 속에다가 또 밥을 채워 버렸다. 꽁치 무조림이 눈에 띄어 버렸다. 기독교나 불교에서 '죄' 라고 하는 탐식은 어쩔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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