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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잡설록 (공지 필독!!!)
by 머나먼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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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가 작곡자로서, 그리고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최초의 조선인 지휘자로서 안익태의 위치는 지금도 별 흔들림이 없다. 하지만 '애국가' 의 경우, 불가리아 민요를 표절했다는 주장이 60년대부터 제기되었고, 이것은 당시 안익태를 시기하고 있던 국내의 음악인들에 의해 '애국가 무용론' 으로 번져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그것과는 별도로 서양 찬송가 식으로 쓴 곡이 과연 '라 마르세예즈' 나 '기미가요' 같은 '진짜 국민의 노래' 가 될 수 있냐는 논쟁, 그리고 가사 세팅의 미숙함-'동해물과' 에서 '동' 이 아닌 '해' 에 악센트가 붙어서 해물탕집 사가가 됐다는 임동창씨의 지적이 있음-이 계속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안익태의 '업적' 이라는 것에 상당히 불만이 많다. 애국가 문제에 관해서도 두 번째 문단에 쓴 단점 때문에 '국가라고 하기에는 많이 모자란 작품' 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리고 외국에서의 활동도 수상쩍은 면이 많은데, 이러한 활동들은 최근의 저서나 연구 논문 등에서도 고의적인지 몰라서 그런지 누락이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90년대 말, MBC에서 '안익태가 베를린 필을 지휘하는 장면이 담긴 필름 발견' 이라고 단독 보도를 했었다. 이 방송이 나간 뒤 월간지 '객석' 에서 필름의 관현악단이 베를린 필이 아닌, 나치의 국책 관현악단이었던 베를린 대 방송 관현악단(Grosser Rundfunk-Orchester Berlin)이라는 사실을 밝혀 냈다.

또 안익태가 1940년 베를린 필을 처음 지휘했다는 기록 또한, 기자가 직접 베를린 필 기록 보관소를 찾아가 검토한 결과 1943년 여름의 특별 연주회 한 번이 베를린 필을 유일하게 지휘한 기록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연주회도 안익태와 친분이 있던 전 제국 음악부 총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연줄 때문에 이루어졌다고 해서 단원들의 불만도 많았고, 연주회 자체도 그다지 평이 좋지 않았다는 증언도 첨부했다.

객석의 기사는 사실 관계의 보도에 대부분 치중되었지만, 안익태가 나치의 국책 관현악단 연주회를 지휘했다는것 만으로 충분히 의혹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문제의 필름은 '만주국 건국 10주년 기념 연주회' 라고 쓰여져 있다고 한다. 일본이 중국 침략의 주춧돌로 삼기 위해 건설한 만주국의 건국 기념 연주회를 지휘한 것이다.

베를린 필의 지휘 기록도 문제다. 객석 기사에 첨부된 연주회 프로그램 사본에는 첫 곡으로 에키타이 안(Ekitai Ahn. 안익태의 일본식 표기)의 환상곡 '에텐라쿠' 가 연주되었다고 쓰여져 있다. '에텐라쿠' 는 한국식 한자 독음으로 하면 '월천악' 으로, 가가쿠(일본의 '아악')의 명곡이다. 에텐라쿠는 안익태의 작품이 쓰여지기 이전에 이미 고노에 히데마로라는 일본 지휘자가 서양 관현악용으로 편곡해 서구에도 알려져 있었다.

일제 치하의 조선 출신으로서, 일본 음악에 의한 곡을 썼다는 것이 순전히 '개인 취향' 의 문제라고 쳐두자. 하지만 그 뒤에 '한국 관현악의 중기 걸작' 으로까지 평가받은 '강천성악' 이라는 안익태의 관현악곡 중간에서 뚜렷하게 들리는 '에텐라쿠' 의 선율은 그럼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80년대 후반부터 음악학자들의 연구로 홍난파와 현제명 등의 용서받을 수 없는 친일 행각이 밝혀졌고, 한국 음악사 전체가 대대적인 수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애국가' 의 작곡자라는 안익태도 이 재평가 작업에서 결코 열외일 수는 없을 듯 하다. 그가 정말 애국자였건, 아니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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