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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음식 취향이 건강에 최악이라고들 하는 '스코틀랜드 식단' 에 가까운 터라, 아시아 쪽 음식 중에서도 깔끔하고 주로 물로 처리되는 일본보다는 중국 쪽의 것을 더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 입에는 확실히 느끼한 것도 많겠지만.

중국과자를 먹어본 지는 꽤 오래됐는데, 아마 중학교 때 처음 먹어본 것 같다. 우리 나라의 산자 비슷한 과자였는데, 맛도 거의 비슷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뒤로 다시 중국과자를 입에 대기까지는 역시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다.

2년 전에 명동 중국대사관 자리-지금은 광화문 쪽으로 옮겼다고 함-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 곳이야 일본 잡지 때문에 여러 번 가본 적이 있었지만 거기서 뭘 사먹어본 적은 없었다. 왠지 비싸보일 것 같은 중국음식점들 투성이였고.

그 중 중국과자 전문점이라는 곳이 한 군데 있었다. '도향촌' 이라고, 예전에 시티스케이프 쪽에서 본 것 같았다. 평가는 비교적 후한 별 네 개가 평균이었다. 하지만 언론의 맛집 기사를 대부분 불신하던 터였고, 두 번을 더 그 쪽에 가게 되고서야 가게 문턱을 밟을 수 있었다.

실내 장식도 별로 없는 수수한 가게인데, 진열대의 과자들도 서양의 케이크 같이 휘황찬란한 장식이 거의 없는 역시 수수한 것들이었다. 일단 넓적하게 생긴 파이 같은 과자와 만쥬 비슷한 것들, 그리고 카운터 뒤쪽에 있던 '부용고' 를 사왔다.

전자의 두 종류는 과자 치고는 너무 달지가 않았고, 파이처럼 부스러지는 타입의 것이라서 별로 맛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용고 하나는 정말 일격 그 자체였다.

부용고는 겉보기에 노란색 튀밥을 엿으로 뭉쳐 놓은 강정 같았다. 굉장히 딱딱하고 곡물가루 맛이 날 것 같았는데, 한 입 넣자마자 놀라버렸다. 저 투박한 모양의 과자에서 다름 아닌 카스테라 맛이 났던 것이었다.

물론 한 입 먹고 삼킬 즈음에 비계 맛이 좀 진하게 나기는 했어도, 모양과 달리 비교적 부드러운 맛이라는 점이 굉장히 놀라웠다. 그리하여 돈이 좀 모이면 저 과자점에 갈 때 부용고를 빠뜨리지 않았다.

부용고 다음으로 맛있었던 것은 속에 대추고물이 들어간 '장원병', 다섯 개 단위로 기름종이에 싸서 파는 쿠키 '호도수', 그리고 고물에 잣, 호두 등 견과류가 들어간 '산동팔보' 였다.

호도수 같은 경우에는 그냥 먹어도 괜찮기는 한데, 뜨거운 물을 담은 컵에 하나 넣으면 호두죽으로 변한다. 그 외에도 몇 가지를 더 먹어보기는 했는데, 만쥬 비슷한 것은 내용물에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파이 재질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먹어보지 못한 이 집 최고가 과자인 십경월병(하나에 3000원이라고 함)도 산동팔보와 비슷한 대신 고물과 견과류가 더 많이 들어간 과자인 듯 하다.

지금은 일본 CD 등의 구매 때문에 돈이 궁해서 못가본지 거의 반 년이 되어 가는데, 겉모양도 수수하고 맛도 조금은 느끼하지만 나름대로 맛있고 튼실한 저 과자들 생각이 자꾸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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