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정글 잡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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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잡설록 (공지 필독!!!)
by 머나먼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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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등학교 때를 빼고는 전부 급식의 혜택이 없는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6년+재수 1년간 도시락은 거의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 때 빨리먹기 기술이 부쩍 늘기도 했고.

대략 중 2때 가을 쯤에 보온도시락에 닭곰탕을 싸간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닭곰탕이건 뭐건 닭껍데기를 엄청나게 좋아했고, 어무이도 국물에 거의 닭껍데기만을 넣어서 국통에 싸주셨다.

물론 국물이 넘치거나 하는 일은 없었는데, 점심시간에 국통을 열어 보니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났다. 하지만 상했을 때 나는 역한 냄새는 아니었고, 그것을 신경쓸 정도로 배부른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뒤로 몇 시간을 알 수 없는 어지러움과 구토에 시달려야 했고, 도저히 못견디겠다 싶어서 병원에 걸어가는 와중에도 계속 토하고 갔을 정도로 맛이 간 상태였다.

그때 닭곰탕이 상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이 사건 이후로 닭으로 만든 국물요리, 그리고 닭껍데기와 다시 친숙해지기까지 무려 5년도 넘는 세월이 걸렸다.

#2

치킨이라 하면 주로 양념치킨이나 후라이드치킨 위주였던 90년대. 그 때 어느 체인점인지 모르겠지만 '스모크치킨' 이라는 신품목이 등장했었다. 튀긴 음식에 조금 질리기 시작했을 때였고, 동생과 내가 사달라고 굉장히 졸라대서 그랬는지 정말 사주셨다.

위의 '닭곰탕 사건' 으로부터 1년 좀 넘게 지났지만 그래도 닭은 꾸준히 먹어왔었고, 국물요리를 못 먹는 대신 치킨은 꽤 자주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 접한 스모크치킨이 또 한번의 우환을 불러올 줄이야.

일단 맛있어 보이는 것은 맛 따위에 의심치 않고 무조건 달겨드는 '돌격대' 스타일이었던 나였고, 동생과 함께 한 상자를 몽땅 비우는 데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었다. 단지, 닭뼈 속의 골이 붉은 색이었다는 것이 좀 걸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골이 붉다는 것은 덜익힌 닭이라는 증거였고, 그것을 알아 채기도 전에 동생과 나는 또 한번 오바이트 쇼를 그날 밤 내내 펼쳐야 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우리 집은 다시 양념-후라이드 양당제로 복귀했고.

하지만 이후 음식으로 이러한 복통에 시달린 적은 거의 없었고, 닭으로 인한 이 두 번의 '빅이벤트' 가 액땜해준 셈으로 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200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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