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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름을 아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가무악 '청산별곡' 과 '홍랑', 뮤지컬 '태풍' 등의 꽤 이름값이 높은 무대 작품들과 KBS 국악관현악 모집에서 '열반' 이라는 곡으로 대상을 탄 김대성이라는 작곡가가 있다. 내가 학교 밖에서 만난 많은 유명 음악인들 중 한 분으로, 현재 국내에서 '작곡으로 생계를 꾸려 나가는' 매우 드문 인물이다.
그 분이 북악산 길을 꼬불꼬불 올라가야 나오는 삼청각에서 다섯 번째 개인 작곡발표회를 가졌다-참고로 개인 작곡발표회를 이만큼 가진 작곡가는 국내에서도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다. 이렇다할 학력도 없고, 서양음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젊은 세대의 작곡가들 중 누구보다도 전통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창작에 응용하고 있다.
다른 음악들과 달리 저 분의 작품에는 '기' 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이 날 연주된 곡 중 제주도 4.3사건의 비극적인 단편 중 하나였던 '다랑쉬굴 학살사건' 을 소재로 한 '다랑쉬' 는 그 '기' 가 기대에는 못미쳤다. 참고로 이 작품의 기를 드물게 당해낸다는 정수년이라는 해금 주자가 이 곡을 연주했을 때는 회장이 발칵 뒤집혀졌다고 할 정도였으니.
그래도 연주자들은 열심히 연주해 주었다. 기교가 끝나는 데서 예술이 시작된다는 격언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것이 더더욱 '단전' 에서 시작해 '장단' 으로 좌우되는 전통음악 혹은 그러한 요소의 음악에서라면 물론이다.
연주회 후 그 분 제자들 틈에 끼어 뒷풀이에 따라가 보았다. 연주가 좋지 않으면 깡소주를 마실 정도로 폭음을 종종 하는 그 분이었지만, 그 날은 그래도 양호했다. 하지만 여지 없는 한국 음악계 비판은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나도 앞으로의 장래에 대해 까마득한 데다가, 전업 작곡가로 이 정도까지 먹고 살기 위해서 거의 모든 음악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하여 이 날의 결론은;
1. 서양음악의 요소는 전통음악의 현대화, 자기화를 위해서 필요하다. 국악계 학생들도 무조음악까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2. 한국 양악계는...뿌리까지 썩었다. 개척할 요소들이 무궁무진한 국악계도 마찬가지로 세대교체가 원활하지 못해 자멸을 자초하고 있다.
3. 태교부터 서양음악에 찌든 사람-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본인도 포함-들이 장단을 '익히려면' 평생 해도 못하며, '맛보기만 하려면' 6-7년이 걸린다. '장단을 이기라' 라는 격언은 괜히 있는게 아니다.
(아래부터는 잡설)
4. 이어폰이 날아갔다. 동생 방에서 커다란 '헤드폰' 을 훔쳐왔는데 역시 본인 머리가 커서 그런지 관자놀이가 아프다. 그리고 쓰고 다니기 쪽팔린다.
5. 뒷풀이때 먹다 남은 축하 케이크를 받아왔는데 뭉그러져 있었다. 그래도 맛있다.
6. 다른 술을 섞어마시지 않은 덕에 기분좋게 취했다.
앞으로 연말연시라 그런지 봐야 할 음악회가 갑자기 많아지기 시작했다. 저 분만 해도 이번 달에 공동으로 하는 발표가 6회 정도 더 있다고 한다. 알바 일정과 조율해야 하는 것도 꽤 머리아플 것 같다.
(네이버 블로그, 2003.12.2)
그 분이 북악산 길을 꼬불꼬불 올라가야 나오는 삼청각에서 다섯 번째 개인 작곡발표회를 가졌다-참고로 개인 작곡발표회를 이만큼 가진 작곡가는 국내에서도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다. 이렇다할 학력도 없고, 서양음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젊은 세대의 작곡가들 중 누구보다도 전통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창작에 응용하고 있다.
다른 음악들과 달리 저 분의 작품에는 '기' 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이 날 연주된 곡 중 제주도 4.3사건의 비극적인 단편 중 하나였던 '다랑쉬굴 학살사건' 을 소재로 한 '다랑쉬' 는 그 '기' 가 기대에는 못미쳤다. 참고로 이 작품의 기를 드물게 당해낸다는 정수년이라는 해금 주자가 이 곡을 연주했을 때는 회장이 발칵 뒤집혀졌다고 할 정도였으니.
그래도 연주자들은 열심히 연주해 주었다. 기교가 끝나는 데서 예술이 시작된다는 격언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것이 더더욱 '단전' 에서 시작해 '장단' 으로 좌우되는 전통음악 혹은 그러한 요소의 음악에서라면 물론이다.
연주회 후 그 분 제자들 틈에 끼어 뒷풀이에 따라가 보았다. 연주가 좋지 않으면 깡소주를 마실 정도로 폭음을 종종 하는 그 분이었지만, 그 날은 그래도 양호했다. 하지만 여지 없는 한국 음악계 비판은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나도 앞으로의 장래에 대해 까마득한 데다가, 전업 작곡가로 이 정도까지 먹고 살기 위해서 거의 모든 음악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하여 이 날의 결론은;
1. 서양음악의 요소는 전통음악의 현대화, 자기화를 위해서 필요하다. 국악계 학생들도 무조음악까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2. 한국 양악계는...뿌리까지 썩었다. 개척할 요소들이 무궁무진한 국악계도 마찬가지로 세대교체가 원활하지 못해 자멸을 자초하고 있다.
3. 태교부터 서양음악에 찌든 사람-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본인도 포함-들이 장단을 '익히려면' 평생 해도 못하며, '맛보기만 하려면' 6-7년이 걸린다. '장단을 이기라' 라는 격언은 괜히 있는게 아니다.
(아래부터는 잡설)
4. 이어폰이 날아갔다. 동생 방에서 커다란 '헤드폰' 을 훔쳐왔는데 역시 본인 머리가 커서 그런지 관자놀이가 아프다. 그리고 쓰고 다니기 쪽팔린다.
5. 뒷풀이때 먹다 남은 축하 케이크를 받아왔는데 뭉그러져 있었다. 그래도 맛있다.
6. 다른 술을 섞어마시지 않은 덕에 기분좋게 취했다.
앞으로 연말연시라 그런지 봐야 할 음악회가 갑자기 많아지기 시작했다. 저 분만 해도 이번 달에 공동으로 하는 발표가 6회 정도 더 있다고 한다. 알바 일정과 조율해야 하는 것도 꽤 머리아플 것 같다.
(네이버 블로그, 2003.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