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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잡설록 (공지 필독!!!)
by 머나먼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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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승전국이 패전국 다구리친다' 라는 시각도 있겠지만, 2차대전의 패전국이었던 독일의 전쟁범죄자들에 대한 단죄는 공소 시효도 없이 굉장히 빡세게 진행되고 있다. 오늘 뉴스를 보니 미국에서 78세의 독일계 이민이 악명높은 오스트리아 마우타우젠 집단수용소의 경비원으로 일했던 사실이 발각돼서 국외 추방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마우타우젠은 수도 빈(Wien)과 린츠(Linz)의 중간 지점에 있었고, 거대한 채석장이 있어서 유태인들을 비롯한 수용자들이 하루 12시간의 중노동을 당했던 곳이다. 이미 쇠약해진 수용자들은 가스실로 보낼 필요도 없이 채석장의 낭떠러지로 떠밀어 추락사시켰고, 이러한 만행은 1945년 소련군이 이 수용소를 해방시킬 때까지 계속되었다.

2000년에는 그 비극의 장소에서 빈 필(Wiener Philharmoniker)이 주축이 되어 추모 음악회를 가졌는데, 이 추모 음악회는 빈 필 단원들이 전원 공무원임에도 이루어져 화제가 되었다. 지금도 집권 중인지는 모르지만, 당시 오스트리아는 외르크 하이더라는 일종의 극우 성향 똘추가 막 권좌에 올라 인종 차별 발언을 하면서 큰 물의를 빚고 있었다.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일해야 하는 공무원들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정반대의 '추모음악회' 를 기획할 수 있었던 것은 빈 필이 자주 운영 단체라 가능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항명' 때문에 그 동안 꾸준히 참석해 온 오스트리아 관료들이 음악회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오스트리아 정부는 내내 비난을 면치 못했다.

독일과 한국을 비교해 보자면 상당한 무리가 따르겠지만, 한국은 솔직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독일의 나치 전범 혹은 용의자들은 왜곡되고 뒤틀리기는 했지만 자신들이 독일인임을 자긍하고 있던 녀석들이었고, 한국의 친일 부역자들의 경우 오히려 점령국에 혼을 빼앗겨 버린 '사대 똘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홍난파의 감춰졌던 친일 전력을 드러내 '오직 한민족을 위했던 음악인' 이라는 신화를 깨부수기까지 무려 50여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물론 지금도 국내 모 사립 대학교는 '난파음악관' 을 운영 중이고 그의 친일 행적을 은폐한 전기가 아직도 서점에서 팔리고 있는 실정이기는 하지만. 어두운 과거를 '잊어버리자' 는 심리 때문이었을까?

유감스럽게도 과거는 잊혀지지 않는다. '용서' 는 할 수 있을 지 몰라도 말이다. 용서는 커녕 그들의 과거 행적에 대한 왜곡과 미화가 판치는 것이 요즘 한국의 모습이다. 위의 두 사례를 한국에서 기대해 보려면 앞으로도 몇십 년이 걸릴 듯 하다.

(네이버 블로그, 200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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