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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Universal Music K.K.

일본이라는 나라는 구질구질한 과거사로 점철되어 있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한국인으로서 깊은 열등감을 아직도 느낄 정도의 문화 대국이기도 하다. 전공중인 클래식 쪽만 해도 한국-일본은 20년이라는 시간차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고, 그 시간차 이상으로 큰 격차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차대전 이후 지금까지 녹음 기술에 관한한 세계 최첨단을 걷고 있고 그만큼 많은 수의 귀중한 녹음 자료들을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 녹음의 발명, CD 발명 때 기술 표준의 제시, DVD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손을 거쳐가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그리하여 최근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국내 제작반. 즉 로컬반이다. 비록 서양의 그것과 수준차가 난다고 해도, 일본의 시장에서는 일본 아티스트, 혹은 일본 작곡가들의 작품 음반만으로도 별도의 경쟁력이 갖추어져 있다. 소위 말해 J-Classic이다.

꼭 일본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도, 녹음된 지 50년이 지나 저작권 규제가 풀린, 개나 소나 손을 댈 수 있으므로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 뻔한 옛날 녹음들을 복각해 놓은 로컬반은 빈티지 애호가인 나의 지갑을 탈탈 털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해외 연주가나 관현악단의 일본 투어 실황이라던가 NHK 교향악단 같은 국내 악단들의 역사적인 녹음을 알투스(Altus)나 킹레코드 등에서 따로 시리즈로 만들고 있는데, 이것들 역시 비싼 값-장당 18000~19000원 선-에도 불구하고 구매욕을 자극시키고 있다. 정말 일본에서 나온 것 아니면 구할 수 없는 희귀품이니.

히사이시 조의 라이브 앨범 정보를 검색하려고 일본 유니버설 뮤직의 홈페이지에 들어간 나는 이러한 로컬반의 힘에 또 한번 놀라야 했다. 바로 위의 사진에 나온 음반 때문.

나치 당원이었고, 죽을 때까지 그 사실에 대해 뉘우치지 못한 탓에 나의 눈으로는 '음악적으로는 거장일지라도 인간적으로는 개자식' 인 저 카라얀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사실과는 별도로 사후에도 그 값어치가 떨어질 줄 모르는 저 지휘자의 일본 실황이 발매가 된 것이다.

1979년, 카라얀의 지휘 활동 50주년과 자사 FM 개국 10주년을 기념해 NHK는 돈을 듬뿍 들여 카라얀에게서 베토벤 교향곡 9번의 중계/녹음권을 따냈다. 게다가 그것은 카라얀 뿐이 아니라 그 수족이었던 베를린 필(Berliner Philharmoniker), 빈 악우협회 합창단(Wiener Singverein), 그리고 1급 독창자 네 명의 몸값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었다.

유럽에서는 데카(Decca)가 겨우 상업용 디지털 녹음의 첫 신호탄을 날렸던 해에 일본에서는 NHK가 저 공연의 실황을 디지털로 방송/녹음했고, 그 테이프가 일본 로컬반으로 등장한 것이었다. 아마 국내 카라얀 매니아들은 벌써부터 군침을 흘리고 있을 터.

일본 로컬반은 일본 내 유통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제 세계 애호가들의 군침을 흘리게 만들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음반사, 음반 시장이 외국 음반 위주로 돌아가는 한국 상황에서 과연 저러한 대담한 기획이 언제 나올 지.

(네이버 블로그, 200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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