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 포스팅을 통해 언급한 적이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의 물건인데, 좀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다.
윗 글에서 쓴 물건은 1998년에 낙소스 산하 레어템 전문 회사인 마르코 폴로를 통해 선보인 6장짜리 전집물인데, 그 때도 어느 누가 감히 도전할 수 없었던 난공불락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앨범이 출시된 후에도 세계 정세는 격동을 거듭하고 있었고, 새로운 국가가 생겨나거나 국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부 자치권을 인정받는 형태의 지역도 꽤 많이 탄생했던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국가(nation)는 그대로지만 국가(national anthem)가 바뀐 나라도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러시아와 카타르가 그랬다(카타르는 1998년 버전에서 반복까지 한 버전이 겨우 30초 밖에 안되는 최단 국가였는데, 이게 문제가 됐는지 아예 새롭게 구색을 맞춘 노래를 채택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편곡자 겸 지휘자였던 페터 브라이너(Peter Breiner)는 1998년에 내놓은 음반이 더 이상 '현실적이지 못한' 것을 인식했는지, 2005년에 같은 관현악단인 슬로바키아 방송 교향악단(Slovak Radio Symphony Orchestra)을 지휘해 새로운 버전을 선보였다.
ⓟ 2005 Naxos Rights International Ltd.
새로운 버전은 1998년판의 6장이라는 분량보다 훨씬 늘어난 8장이 되었는데, 물론 추가된 나라나 그에 준하는 지역이 많아진 탓도 있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요인은, 올림픽 경기에 참가해온 나라들이 혹시 금메달을 딸 경우 그 시상식에도 쓸 수 있을 만큼 축약시킨 '올림픽 버전' 이 꽤 많이 추가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애초부터 국가 길이가 짧은 나라는 제외되었지만, 단순한 숏 버전 외에 올림픽 버전이 추가로 들어가면서 한 나라의 국가가 세 버전이나 되는 경우가 허다해졌다. 그 외에도 기존의 몇몇 국가는 아예 새로 녹음을 했는데, 템포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을 받았던 덴마크와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과 반복을 삭제한 인도 국가가 그 예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각각 1998년에 썼던 버전과 2005년에 새로이 편곡한 버전을 함께 실어놓아 특이한 케이스에 속하기도 한다. 특히 캐나다는 느린 버전과 빠른 버전, 그리고 2005년 버전 세 가지의 다른 편곡이 실려 있는데, 아마 브라이너가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스크롤 압뷁이 걱정되지만, 수록된 곡들의 국가/지역별 목록을 쭉 살펴보면(같은 편곡을 축약한 숏 버전과 올림픽 버전은 제외한 것임);
*1: 앨범에서처럼 영어명 소속국의 첫 알파벳 순서에 따름.
*2: 동일한 곡조의 국가라도, 편곡이 상이한 것은 따로 주석을 달지 않았음.
*3: 국가로서 널리 인정받지 못한 지역이나 기타 비주권 지역은 괄호로 소속을 병기했음.
*4: 그 외 변동사항이 있는 국가(nation)나 국가(national anthem)의 경우에도 별도 표기함.
1집
001-아카디아 (구 프랑스 식민지)
002-아프가니스탄
003-올란드 제도 (핀란드 자치령)
004-알바니아
005-알제리
006-미국령 사모아 (미국 자치령)
007-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미국 속령)
008-안도라
009-앙골라
010-앵귈라 (영국 속령)
011-앤티가 바부다
012-아르헨티나
013-아르메니아
014-아루바 섬 (네덜란드 속령)
015-오스트레일리아
016-오스트리아
017-아제르바이잔
018-아조레스 제도 (포르투갈 자치령)
019-바하마
020-바레인
021-방글라데시
022-바베이도스
023-바스크 지방 (에스파냐 자치지방)
024-바이에른 (독일 자유주)
025-벨로루시
026-벨기에
027-벨리즈
028-베냉
029-버뮤다 (영국 속령) → 영국과 국가 동일
030-부탄
031-볼리비아
032-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연방과 스르프스카 공화국으로 사실상 양분되어 있음)
033-보츠와나
2집
034-브라질
035-영국령 인도양 지역 (영국 속령) → 영국과 국가 동일
036-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영국 속령) → 영국과 국가 동일
037-브루나이
038-불가리아
039-부르키나파소
040-부룬디
041-캄보디아
042-카메룬
043-캐나다 (느린 버전)
044-캐나다 (빠른 버전)
045-캐나다 (2005년 버전)
046-카나리아 제도 (에스파냐 자치령)
047-카보베르데
048-카탈루냐 (에스파냐 자치지방)
049-케이맨 제도 (영국 속령)
050-중앙아프리카 공화국
051-차드
052-체첸 (러시아 자치공화국. 분쟁 지역)
053-칠레
054-중국
055-크리스마스 섬 (오스트레일리아 속령) → 오스트레일리아와 국가 동일
056-코코스 제도 (오스트레일리아 속령) → 오스트레일리아와 국가 동일
057-콜롬비아
058-코모로
059-콩고 공화국
060-콩고 민주 공화국
061-쿡 제도 (뉴질랜드 자치령)
062-코스타리카
063-크로아티아
064-쿠바
065-키프로스 → 그리스와 국가 동일
066-체코 공화국
3집
067-덴마크 (정부)
068-덴마크 (왕실)
069-지부티
070-도미니카
071-도미니카 공화국
072-동티모르
073-에콰도르
074-이집트
075-엘살바도르
076-잉글랜드 (영국 구성국)
077-적도 기니
078-에리트레아
079-에스토니아
080-에티오피아
081-유럽 연합
082-페로 제도 (덴마크 자치령)
083-포클랜드 제도 (영국 속령. 분쟁 지역)
084-피지
085-핀란드
086-플란데런 (구 플란데런 왕국)
087-프랑스
088-프랑스령 기아나 (프랑스 해외레지옹) → 프랑스와 국가 동일
089-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프랑스 해외공동체)
090-남극과 남극 대륙의 프랑스령 (프랑스 국외영토) → 프랑스와 국가 동일
091-프리지아 (구 프리지아 왕국)
092-가봉
093-감비아
094-그루지야
095-독일
096-가나
097-지브롤터 (영국 자치령. 분쟁 지역)
098-영국
099-그리스
100-그린란드 (덴마크 자치령)
101-그레나다
4집
102-과들루프 섬 (프랑스 해외레지옹) → 프랑스와 국가 동일
103-괌 섬 (미국 자치령)
104-과테말라
105-건지 섬 (영국 왕실령)
106-기니
107-기니비사우
108-가이아나
109-아이티
110-온두라스
111-홍콩 (중국 특별행정구) → 중국과 국가 동일
112-헝가리
113-아이슬란드
114-인도
115-인도네시아
116-이란
117-이라크
118-아일랜드
119-맨 섬 (영국 왕실령)
120-이스라엘
121-이탈리아
122-코트디부아르
123-자메이카
124-일본
125-저지 섬 (영국 왕실령)
126-요르단
127-카자흐스탄 → 2006년 국가 변경
128-케냐
129-키리바시
130-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131-대한민국
132-쿠웨이트
133-키르기스스탄
5집
134-라오스
135-라플란드 (핀란드 구성지역)
136-라트비아
137-레바논
138-레소토
139-라이베리아
140-리비아
141-리히텐슈타인
142-리투아니아
143-룩셈부르크 (정부)
144-룩셈부르크 (대공실)
145-마카오 (중국 특별행정구) → 중국과 국가 동일
146-마케도니아
147-마다가스카르
148-마데이라 제도 (포르투갈 자치지방)
149-말라위
150-말레이시아
151-몰디브
152-말리
153-마요르카 섬 (에스파냐 구성지역)
154-몰타
155-마셜 제도
156-마르티니크 섬 (프랑스 해외레지옹) → 프랑스와 국가 동일
157-모리타니
158-모리셔스
159-마요트 섬 (프랑스 해외공동체) → 프랑스와 국가 동일
160-멕시코
161-미크로네시아
162-몰타 기사단
163-몰도바
164-모나코
165-몽골
166-몬테네그로
167-몬트세랫 (영국 속령) → 영국과 국가 동일
168-모로코
169-모잠비크
170-미얀마
6집
171-나고르노 카라바흐 (아제르바이잔 자치공화국. 분쟁 지역)
172-나미비아
173-나우루
174-네팔
175-네덜란드
176-네덜란드령 안틸레스 (네덜란드 속령)
177-누벨칼레도니 섬 (프랑스 특별공동체) → 프랑스와 국가 동일
178-뉴질랜드
179-뉴펀들랜드 래브라도 주 (캐나다 구성주)
180-니카라과
181-니제르
182-나이지리아
183-니우에 섬 (뉴질랜드 자치령)
184-노퍽 섬 (오스트레일리아 자치령) → 오스트레일리아와 국가 동일
185-북키프로스 (키프로스 북부 실효통치국. 분쟁 지역) → 터키와 국가 동일
186-북아일랜드 (영국 구성국. 분쟁 지역)
187-북마리아나 제도 (미국 자치령)
188-노르웨이 (정부)
189-노르웨이 (왕실) → 영국과 국가 동일
190-올림픽 찬가
191-오만
192-파키스탄
193-팔라우
194-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분쟁 지역)
195-파나마
196-파푸아 뉴기니
197-파라과이
198-페루
199-필리핀
200-핏케언 제도 (영국 자치령) → 영국과 국가 동일
201-폴란드
202-포르투갈
203-푸에르토리코 (미국 자치령)
7집
204-카타르
205-퀘벡 주 (캐나다 구성주)
206-레위니옹 섬 (프랑스 해외레지옹) → 프랑스와 국가 동일
207-루마니아
208-러시아
209-러시아 (다른 버전)
210-르완다
211-서사하라 (분쟁 지역)
212-세인트헬레나 섬과 부속 도서 (영국 자치령) → 영국과 국가 동일
213-세인트키츠 네비스
214-세인트루시아
215-생피에르 미클롱 (프랑스 해외공동체) → 프랑스와 국가 동일
216-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217-사모아
218-산마리노
219-상투메 프린시페
220-사우디아라비아
221-스코틀랜드 (영국 구성국)
222-시랜드
223-세네갈
224-세르비아
225-세르비아 몬테네그로 (2006년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양국으로 분리되면서 해체됨)
226-세이셸
227-시에라리온
228-싱가포르
229-슬로바키아
230-슬로베니아
231-솔로몬 제도
232-소말리아
233-남아프리카 공화국
234-사우스조지아 사우스샌드위치 제도 (영국 자치령) → 영국과 국가 동일
235-에스파냐
236-스리랑카
237-수단
238-수리남
239-스와질란드
240-스웨덴 (정부)
241-스웨덴 (왕실)
242-스위스
243-시리아
8집
244-중화민국 (분쟁 지역)
245-중화민국 (분쟁 지역. 국기가)
246-타지키스탄
247-탄자니아
248-타이 (정부)
249-타이 (왕실)
250-티베트 (중국 자치구. 분쟁 지역)
251-토고
252-토켈라우 (뉴질랜드 속령) → 뉴질랜드와 국가 동일
253-통가
254-트리니다드 토바고
255-튀니지
256-터키
257-투르크메니스탄
258-터크스 케이커스 제도 (영국 속령) → 영국과 국가 동일
259-투발루
260-우간다
261-우크라이나
262-아랍 에미리트 연방
263-국제 연합 찬가
264-미국
265-미국 (2005년 버전)
266-우루과이
267-우즈베키스탄
268-바누아투
269-바티칸 시국
270-베네수엘라
271-베트남
272-웨일즈 (영국 구성국)
273-왈리스 퓌튀나 (프랑스 해외공동체) → 프랑스와 국가 동일
274-왈로니 (벨기에 구성지역)
275-예멘
276-잠비아
277-잔지바르 (탄자니아 자치령)
278-짐바브웨
속령이나 자치령 등 특정 국가에 종속된 지역이 많이 포함된 것도 큰 변동 사항인데, 그 때문에 지금도 이런저런 식민지를 갖고 있는 영국이나 프랑스 국가는 한 앨범에서 몇 번을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굳이 같은 국가임에도 중복 수록한 것은, 아마 '전세계를 아우르는' 컨셉을 충실히 지키기 위해서인 것 같고.
몇몇 곡들은 굉장히 귀에 익은 것도 있는데, 가령 잉글랜드의 경우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1번에 나오는 선율을 쓰고 있다(대한항공 CF에도 나왔고, 예전에는 WWE의 마쵸킹 랜디 새비지의 등장 음악으로도 쓰였음). 영국과 독립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북아일랜드도 퍼시 그레인저가 가사를 붙여 노래로 만든 '대니 보이' 로 유명한 '런던데리 에어' 를 채택했다.
국체가 아닌 특정 단체의 노래도 국가로 포함시킨 것 또한 이채로운데, 1998년 버전에도 포함되어 있었던 유럽연합가-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환희의 송가' 를 그대로 차용함-외에도 올림픽 찬가와 국제 연합 찬가, 국토는 없지만 교황청으로부터 주권은 인정받고 있는 몰타 기사단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마르코 폴로의 본사인 낙소스가 거점으로 삼고 있는 홍콩 측에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지역의 것까지 수록되어 있는데, 중화민국과 티베트가 그 예이다. (물론 중화민국은 1998년 버전에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국가를 쓸 수 없는 대외 행사에 대신 쓰는 '국기가(national flag song)' 는 이번에 처음 들어갔다. 그리고 티베트는 1998년에 없었다가 이번에 새로 들어왔고)
다만 모든 곡이 다 만족스러운 것은 아닌데, (개인적으로는 국가 그 자체가 싫지만) 대한민국 국가의 경우 1998년 버전에는 포함되어 있던 서주를 뭉텅 날려먹었다. 그리고 그 때 '마르고 닳도록' 에서 닳도록의 부점 리듬을 그냥 리듬으로 처리한 실수 또한 그대로인 상태고. 새로 바뀐 러시아 국가의 경우 다른 버전(alternative version)이 별도 수록돼 있는데, 행여 골수 극우주의자가 듣는다면 '국가를 미국식으로 이상하게 바꾼 모욕적인 편곡' 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리고 국가라는 것이 가창 형식으로 연주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도 굳이 기악 연주로만 전곡을 수록한 것에 대한 불만도 찾아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다 기악으로 한 것이 차라리 나아 보인다. (만약 가사까지 붙였다면, 독립을 외치고 있는 비주권 지역과 대립 관계에 있는 나라에 수출도 못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 이스라엘 같은 나라들)
아무튼 이 2005년판 전집은 교보 핫트랙스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도 소량 수입된 적 있었는데, 지금은 아마 절판된 것 같다. 다만 굳이 CD를 사자니 국가 극렬 애호가도 아니라서 부담된다는 사람들은 낙소스 뮤직라이브러리를 이용하면 될 것 같다.
좀 켕기는 것이 있다면, 2005년 이후 지금까지 4년 정도가 흐르면서 국가를 또 교체하거나 아니면 나라가 분쟁 등으로 분리되는 경우가 계속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소련 시절 썼던 국가를 버리고 '나의 카자흐스탄' 이라는 노래를 대통령령으로 새로 제정했고, 오랜 민족 분쟁과 대량 학살로 악명 높았던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 지역에서도 코소보의 독립과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의 분리,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민족별 양분 등으로 새로운 국가나 그에 준하는 노래가 계속 파생되고 있다.
브라이너가 혹시 몇 년 뒤일지는 모르지만 또 새로운 버전을 내놓는다면 대인배의 영역을 뛰어넘는 '본좌' 가 될 것 같은데,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신의 편곡이 시상식 때 무단 사용되었다고 항의했던 일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