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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나먼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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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작곡하는 입장에서는 소재가 떠오르지 않을 경우 일종의 '도피처' 로 꽤 매력적인 영역이 변주곡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작곡자 자신이 주제를 만들어 변주곡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아직 그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고.

아무튼 기존 선율을 이용해 그것을 단순히 장식하던, 아니면 선율부터 화음, 리듬, 형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변형을 가하는 거의 '창작' 에 가까운 것이던 변주곡은 지금도 여러 작곡가들 사이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포맷 중 하나다.

대개 고전 시대에는 약간 느릿하거나 단순한 구조의 선율을 따와 살을 붙여가는 식의 장식적인 변주곡이 인기였는데, 모 만화를 통해 더 유명해진 모차르트의 '아, 어머님께 말씀드리죠' 변주곡(통칭 '작은별 변주곡')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고전과 낭만의 과도기에는 몇몇 작곡가의 공식 데뷰작이나 밥벌이용으로도 많이 응용되었는데, 베토벤의 첫 출판작이 '드레슬러 행진곡에 의한 변주곡' 이라는 피아노 독주곡이었던 것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낭만 시대에 변주곡은 단순한 형태의 장식이나 세공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특히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 은 그 신호탄이자 지금도 피아니스트들에게 난곡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는 대작이다. 흔히 '성격 변주곡' 이라고도 하는데, 베토벤 이래로 슈만이나 브람스 등의 작곡가들도 이러한 형태의 고도로 창작 성향이 발휘된 변주곡을 많이 남겼다.

다만 브람스 사후에는 조성이 점차 무너지면서 그 동안의 변주 기법도 큰 변화를 겪게 되었는데, 쇤베르크나 베베른의 경우 옥타브 내의 모든 음을 동등한 비중으로 사용하는 12음 기법에 의한 음렬을 사용해 역행, 전위, 전위역행 식으로 변형시키는 과정을 가지고 변주곡을 작곡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쇤베르크나 베베른 같은 급진파 외에도 아직 조성의 길을 가고 있던 보수적인 작곡가들도 변주곡 양식을 버리지는 않았는데, 특히 독일계 후기 낭만 작곡가들 중 변주 기법에 통달한 이로 막스 레거와 프란츠 슈미트(Franz Schmidt, 1874-1939)를 꼽을 수 있다. 이 중 슈미트는 이미 이 시리즈의 52편에 소개한 적이 있는 인물인데, 관현악용으로 꽤 큰 규모의 변주곡을 두 곡 남긴 것이 꽤 인상적이어서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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