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음식점에 가거나, 혹은 이런저런 취미용 지름 품목을 구입할 때도 두서없이 가거나 고르는 것보다는 어느 새부턴가 뭔가 연관을 지어서 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버릇이 되었다. 식충잡설 카테고리에서도 볶음밥이라던가 메밀국수로 연짱 달려본 것도 그런 버릇에서 기인한 것이고. (다만 두서없는 짓을 아예 안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 덕후의 기질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는데, 특히 그런 '시리즈' 에 사죽을 못쓰는 내게는 이런 것들이 굉장히 끌리고 있는 상황이다;
단걸 무척 좋아하기는 하지만, 약간의 산미가 단맛을 더해주는 것 같아서 종종 챙겨먹는 '요맘때' 시리즈. 물론 아이스크림을 제값 주고 사서 먹으면 놀림감이 되는 세상인 만큼, 집 근처의 할인마트들이 거의 유일한 공급처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맨 위의 딸기맛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복숭아맛(가운데)과 키위맛(맨 아래)도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일렬 종대로 세워서 찍은 것이 위의 짤방. 물론 세 개를 한꺼번에 다 먹은 것은 아니었는데, 달기로는 복숭아맛이 제일 달고 상큼한 정도는 키위맛이 제일 강한 것 같다.
다만 유산균이 어쩌고 해도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 개당 칼로리도 일반 아이스크림과 비교하면 그렇게 낮은 편도 아니다. 하긴, 진짜 칼로리 걱정을 하고 산다면 입에 대지도 않겠지만. 그리고 무더기로 사놓고 냉동고에 차곡차곡 쌓아 파는 할인마트의 특성도 모르고 키위맛 포장지에 인쇄된 경품 이벤트에나 참가할까 하고 나무막대기들을 모았는데, 이미 몇 달이고 지난 이벤트였고. lllOTL
모나카 종류 아이스크림도 예전까지는 아시나요나 빵또아, 쿠키오 등 샌드 류에 밀려 별로 즐기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위의 두 품목이 꽤나 땡기고 있다. 위의 '아이스크림과 국화빵' 이나 아래의 '찰떡와플' 모두 롯데 제품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제조/판매 계열사는 약간 다른 것 같았다.
전자는 아이스크림과 단팥, 얇은 찹쌀떡을 모나카로 감싼 것이고, 후자는 찰떡아이스를 납작하게 만들어 모나카로 감싼 제품이다. 사실 씹는 맛은 국화빵이 더 괜찮은 편인데, 찰떡와플은 응용한 아이디어도 좀 많이 티가 나는 편이라서 약간 에러고. 아무튼 둘 다 그런대로 쫄깃쫄깃한 맛에 즐기는 중이다.
그리고 호두과자. 지방에 갈 때면 흔히 휴게소에서 많이들 사먹는 국민적 간식 거리인데, 그 중 가장 유명한 노포를 따지자면 아마 천안이 본거지인 '학화호두과자' 가 아닐까 싶다. 나도 전역 후 천안까지 뚫린 전철을 탄다는 철도덕후의 취향을 내세워 천안역 근처 본점을 찾아가 사먹어 봤는데, 다만 아무리 호두과자가 땡긴다고 해도 1시간도 넘게 전철을 타고 왕복 6000원대의 차비를 쓰기는 여간 힘든게 아닌 상황이고.
하지만 요행스럽게도,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저 학화호두과자의 서울분점이라는 가게를 찾을 수 있었다. 예전에 동부이촌동 보천에 우동 먹으러 갔을 때 6211번 녹색 버스를 타고 갔었는데, 집 바로 근처의 정류장에서 탈 수 있다는 잇점을 지니고 있는 노선이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로 저 버스로 왔는데, 무심하게 창밖을 바라보다가 한남역 정류장을 지나면서 뭔가 익숙한 디자인의 간판을 보고 말았다. 다만 그 날은 이미 보천의 고가 메뉴에 털린 까닭에, 다시 찾기까지는 몇 달이 더 지나야 했다.
한남역 부근의 도로는 좀 기묘하게 꼬여 있는데, 6211의 경우 신월동 방면으로 가는 버스는 오른편, 상왕십리 방면으로 가는 버스는 왼편의 일방통행로를 이용하고 있다. 그 일방통행로를 가르는 기준은 '미소시티' 라는 이름의 빌딩인데, 보천에서 집에 오다가 발견한 것도 상왕십리 방면 버스를 탔을 때였다.
서울분점이라는 가게는 미소시티의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가게 오른편에는 위 짤방에서처럼 '한국바리스타협회' 의 점포인지 아니면 교육장인지가 자리잡고 있다.
가게 앞 풍경. 휴일 오후 때 갔고, 길목도 한산했다. 가게 안에는 여러 규격의 호두과자 박스들이 진열되어 있고 그 밑에 가격이 표시되어 있었는데, 천안 본점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은 없고 모두 포장해 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카운터 왼편에는 음료수도 팔고 있고.
다만 특이한 점은, 천안 본점에서는 최소 구입 수량이 30개 들이 상자(5000\)고 그 이하로는 팔지 않는데 반해 저기서는 비닐봉지에 담아 소량 판매도 한다는 것이었다(6개: 1000\/12개: 2000\). 상자에 담은 것은 본점과 대동소이한 가격이고.
아무리 호두과자가 절박하게 땡긴다고 해도, 상자를 놓고 먹을 만큼의 뱃심은 안되는 터라 이런 소량 판매가 꽤나 반가웠다. 그래서 12개들이를 구입해서 오며가며 하나씩 까먹어 봤고. 맛은 본점 것과 비슷했고, 호두 넣는 방식도 마찬가지였다. 앙금도 본점처럼 흰앙금을 쓰고 있었고. 다만 본점이나 분점이나 일반적인 호두과자보다 좀 더 달기 때문에, 단 것을 싫어하거나 하는 사람들은 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굳이 천안까지 시간과 차비 들여 내려갈 수고는 확실히 던 셈이다.
*좀 의아한건, 학화호두과자 홈페이지에서는 '오로지 천안에서만 판다' 고 되어 있고 다른 곳의 분점에 대한 정보는 일체 없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 궁금한데, 상표등록이나 로열티 관련 문제인지 어쩐지 통 알 수가 없다. 다만 미식가가 아닌 식도락가인 내게는 정품과 유사품을 구별해낼 예민한 미각도 없는 상황이라, 어느 쪽을 편들기도 힘든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