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표를 예매해 봤던 두 차례의 공연 외에는 전부 KBS 1FM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콩' 에 의지해 닥본사를 진행했던 교향악축제 덕분에, 독일문화원에 독어 배우러 가는 것을 빼면 외출 빈도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다. 그래서 외식 따위는 거의 하지 않고 있었고, 식충잡설 카테고리도 영 썰렁한 상태였고.
그나마 요전에 언급했던 문화원 근처 도서관들의 식당에서 가끔 점심을 해결하거나, 그조차 여의치 않을 때는 문화원 내의 카페테리아 등에서 깨작거린 것도 있기는 하다. 그래서 제목 그대로의 포스팅.
용산도서관 식당에서 먹었던 치즈까스(3500\). 겉보기에는 그냥 돈까스와 별로 다를 바 없는 모습인데, 돈까스 위에 피자치즈를 얹어내오는 것과 코르동 블뢰 식으로 튀김옷 입히기 전에 치즈를 넣는 두 가지 방식이 있어서 '설마 잘못 내오지는 않았겠지' 하고 썰어봤다.
두 번째 예측대로 고기 위에 피자치즈를 얹은 뒤 튀김옷을 입힌 식이었다(다만 썰었을 때 사진은 못찍었다). 물론 수제품 그런게 아니라 시판품이라 손맛을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적당히 늘어나는 치즈의 쫄깃한 식감 덕분에 꽤 맛있게 느껴졌다. 최근 남산도서관도 급수관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했는데, 거기에도 똑같은 메뉴가 있어서 먹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켜먹어본 남산도서관 식당의 치즈까스. 가격은 용산도서관과 동일하다. 곁들이도 돈까스나 까스정식 시켰을 때와 마찬가지고. 그리고 바로 밑의 짤방은 치즈가 분명히 들어있음을 인증하기 위해(??) 찍은 것. 늘어나라 쭉쭉.
사실 남산도서관 재개관 후 그 곳 식당에서 가장 먼저 들이댄 메뉴는 위의 떡라면(1800\)이었다. 요 근래 일부러 라면 먹는 것을 피하고 있는데, 그나마 관용을 베푼다는(???) 차원에서 시켜봤고(라면 그릇 옆의 공기밥에는 신경쓰지 맙시다).
정말 오랫만에 먹어본 라면이긴 하지만, 이미 군 시절 체험한 '대량 급식으로 나오는 라면의 단점' 을 재확인했을 뿐이었다. 면을 미리 반 정도 삶고 국물을 만들어 합치는 식으로 조리하는 터라, 면발에 국물맛이 제대로 스며들기 만무했다. 아무튼 앞으로는 정말 돈 없을 때 아니면 피하기로 했다.
독일문화원(괴테 인스티투트 서울)은 용산도서관과 마찬가지로 남산의 비탈 한켠에 붙어있듯이 지어져 있는데, 대로변에서 겉으로 보이는 1층에서는 그리 크지 않은 도서관과 로비만 나와 있다. 그래서 '이거 문화원 맞아?' 라고 실망하기 마련인데, 사실 그 밑에 사무실과 어학 강의실, 소강당 등 중요한 시설이 다 들어있다.
정문으로 들어가 괴테의 '서동시집' 중 '은행나뭇잎' 의 구절이 새겨져 있는 계단 쪽으로 내려가면 곧바로 볼 수 있는 것이 카페테리아인데, 처음에 어학 수업을 들을 때는 정문이 아니라 어학부 교실로 바로 가는 오른편의 계단으로만 다녀서 있는 줄도 몰랐었다. 카페테리아라고는 하지만, 별다방이나 콩다방, 천사다방 류의 분위기는 아니다.
과자나 캔음료 등 시판품 외에 커피류와 간단한 빵, 김밥을 팔고 있는데, 아침 수업을 듣기 때문에 쉬는 시간쯤 되면 피곤함과 허기가 자연스레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 가끔 유용하게 이용하는데, '독일인들은 이런 빵을 먹는구나' 라고 짐작할 만한 것들을 맛볼 수 있다.
'케제브룃혠(Käsebrötchen, 1500\)'. 한국어로 직역하자면 '작은 치즈빵' 인데, 치즈롤 같이 부들부들한 빵이 절대 아니다. 딱 겉만 봐도 엄청 투박한 인상인데, 프랑스빵의 대명사인 바게트를 땅딸막하고 작게 만든 모습이다.
빵을 가른 속에는 치즈가 한 장 살포시 얹혀 있는데,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면 지는 거다. 그리고 그냥 베어먹다 잘못하면 입천장이 까지거나 이빨이 후덜덜할 수도 있는데, 썰어 달라거나 전자레인지에 데워 달라고 해서 먹을 수도 있다. (그냥 먹는다고 치면 손으로 찢어서 먹는게 낫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데, 꽤 질기다.)
치즈는 다행히 꼬랑내 풀풀 풍기는 워시 타입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치즈라 냄새 걱정은 안해도 되는데, 브룃혠이라고 작은 느낌의 명사를 썼지만 웬만한 식빵 서너 조각을 한 번에 먹는 듯한 분량이다. 실제로 저 빵 하나에 자판기 커피 한 잔만 곁들여도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데, '유럽인들은 왜 아침을 저렇게 부실하게 먹지?' 라는 질문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을 듯.
그리고 이건 위의 케제브룃혠보다는 좀 작지만, 가격은 600원 더 비싼 발누스로지넨브로트(Walnuss-Rosinen-Brot, 2100\). 발누스는 독일어로 호두고, 로지넨도 건포도(Rosine)의 독일어 복수형 명칭. 굳이 번역하자면 호두와 건포도 든 빵 정도 되겠다.
건포도가 들어갔다고 해서 한국의 과자빵과 비슷한 식감이라고 생각하기 일쑤고, 빵 위의 희끄무레한 것은 고운 가루설탕처럼 보여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하지만 먹어본 결과는 그냥 밍밍하고 질깃한 독일빵과 별 다를 바 없었고. 다만 간간이 씹히는 빵 속의 건포도와 호두가 달달하고 고소한 맛을 약간씩 더할 뿐이다.
아무튼 유럽가서 한국 빵을 상상하고 빵집에 들어가거나 빵을 사먹으면 완벽한 착각일 거라고 경고하는 사람들의 말이 진심이라고 생각되었다. 하긴, 주식이 빵인데 그게 달달하면 매일 먹기 힘들겠지. 그나저나 유럽 현지에서는 빵 한조각 사먹는 것도 한국의 몇 배나 돈이 든다는데, 유학가면 어떻게 버텨야 될 지...lllorz
*보너스짤은 남산산책로에서 봤던 수코양이(하앜). 갈 때는 남산을 오르내리는 노란 버스를 타지만, 집에 돌아갈 때는 운동삼아 산책로를 통해 동대 캠퍼스를 거쳐 걸어가고 있다(집까지는 약 4km 정도).
산책로 주변에서 다람쥐나 꿩 등은 몇 번 봤지만, 고양이를 본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였는지 사람이 접근해도 도망가질 않았는데, 그래서 정신줄 놓은 사카키마냥 30분 가까이 그 자리에 머물며 놀아줬다.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마음은 산더미였지만, 가족들이 반대하는 데다가 지병인 아토피가 악화될 까봐 결국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