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는 무슨 개뿔이 아마냐. 사실이고 진실인데. 아무튼 4월의 태반은 독어 공부 아니면 캐백수 일에팸의 교향악축제 닥본사로 성실하고(???) 고상하게(?????) 보냈으니, 가정의 달인지 뭔지인 초여름 기색이 완연한 5월에는 숨어있던 십덕의 본성을 끄집어내어 서코의 열기와 땀내를 더해 월초를 장식하기로 했다.
서코만으로 따지면 한 달 하고도 몇 주 뒤에야 후속 행사가 열린 셈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부스 숫자나 관람객 숫자는 확실히 급증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aT센터의 2층은 떡의 날 기념 떡 전시회를 위해 이미 대관된 상황이어서, 1층에 밀려드는 사람들의 숫자는 꽤 무서울 정도였고.
하지만 부스 숫자가 많아지건, 관람객 숫자가 많아지던 간에 내가 관심있어하고 사는 것은 예전과 크게 다른 변동 사항이 없었다. 대부분 미리 정보를 수집한 뒤 살까 말까를 결정하고 가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선입금 주문 품목을 포함시켰기 때문에 조금 더 돈의 여유가 있겠거니 했다.
이리 치이고 저리 떠밀리며 입구 쪽에서 출구 쪽까지의 모든 부스들을 눈대중으로 훑어봤는데, 미리 봐둔 품목 중 하나를 파는 부스가 따로 한켠에 옮겨져 있었고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내 경험 상으로는 그 때 바로 줄을 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냥 계속 행사장을 돌다가 물색해둔 곳이 보이면 상품을 수령받거나 구입하거나 했다.
맨 처음 수령한 품목은 위에 쓴 선입금 주문 품목인 합동 일러스트북 '교환일기(H10/11)' 였는데, 선입금자의 혜택으로 양면 포스터 세 장과 이미지 카드 여섯 장, 파일까지 5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 참가 작가들은 암초 화백과 레스 화백, 타루크 화백, 깜쥐 화백, 소고기친구 화백, 주나 화백 여섯 명.
포스터가 든 품목을 구입한 탓에 뭔가 담아들고 다닐 것이 필요했는데, 그 때 김대기 만큼이나 적절하게 눈앞에 나타난 '포니테일(G28)' 의 보컬로이드 양면 부직포 가방(3000\. 그림은 모니카 화백과 cocoon 화백 담당)을 재빨리 구입했다. 만약 그대로 들고 다녔다면 100% 인파에 치이고 밀리다가 다 구겨뜨렸을 테고. 다만 해당 부스에서 아직도 발렌타인 북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잠시 절망했다. 유학 가고서야 나오려나...lllOTL
그리고 모처에서 본 정보를 토대로 잠정 지름 품목에 추가한 'Black Market(I03)' 의 '토라도라!' 패러디 회지 '山中虎Girl~★(산중호걸. 3500\)' 을 훑어보고는 즉시 구입했다. Clover 화백의 스토리와 콘티 원안을 토대로 Peia 화백이 작업한 물건인데, 후기를 보고 두 사람이 커플부대원이라는 사실에 조금 분노했지만 어쨌든.
해당 블로그들의 포스팅에도 언급되어 있었지만, 전래 동화를 기초로 거기에 타이가나 류지, 키타무라 등의 캐릭터를 집어넣어 패러디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떡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윗층에서 진행되고 있던 떡 전시회와 미묘하게 맞물려 있었고, 미국의 인기 영화 스타 빌X 헤X턴(...)까지 카메오로 등장시켜 가학성을 높인(??) 것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그리고 제 1회 백합제 이래로 계속 신간이 나올 때마다 구입 중인, 판미 화백이 속한 트윈 부스 '자의식과잉(M26)' 에도 들러 4월 부코 때 나왔었다는 카피북 '너의 답장에는 뭐라고 써있니?(2500\)' 와 이번 서코에 처음 내놓은 신간 회지 '전할 수 없는 말(3000\)' 두 가지를 구입했다. 이번에도 작가가 계속 연작으로 다루고 있는 동방 시리즈의 사쿠야X메이린과 레밀리아X파츄리 소재였고.
예정 품목은 아니었지만, 프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론(옥새롬) 화백의 오리지널 회지 '어쩌다 보니 둘이 함께 여행하고 있습니다★(3500\)도 '에크루디야(J02)' 에서 질렀다. 다만 분명히 녀성 동무라고 생각한 표지 오른쪽의 인물에 무참하게 낚여버렸고. 남자라니! 아니, 걔가 남자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잌 남자라니!! 걔가, 걔가, 남자라니...!!! 앜핰핰핰...! 안돼...! 안돼...!! 걔가 남자라니!! 말도 안돼!! lllorz
그제서야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는 독립 부스, 'Sugar-Ringo(G17/18)' 에 가기로 했다. 줄은 아직 있었지만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짧아져 있었고, 기다릴 여유와 체력을 걱정할 필요도 전혀 없었으므로 합류했다. 깜쥐 화백과 주나 화백의 공동 부스였는데, 깜쥐 화백은 다름 아닌 '케이온!' 의 교복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고. 블로그에서 예고했던 품목의 소재였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예고했던 품목은 케이온 4인조를 소재로 한 러프 일러스트북 'Shine We are!!(3000\)' 였고, 책과 묶여 팔리던 미오 포스터도 물론 받았다(포스터만 따로 팔지는 않고 있었다. 사실 너무 많아서 붙일 엄두도 안나는 포스터보다는 책이 주 목적이었지만). 이 부스 외에도 케이온을 다룬 부스가 꽤 여러 군데 눈에 띄었는데, 응땅이니 모에모에큥이니 하는 단어를 이곳저곳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인 만큼 앞으로 럭키스타를 잇는 대세가 될 것 같다.
항상 마지막으로 들리는 로리꾼 화백의 부스, 'Cat of Fish(K10)' 에도 물론 가봤다. 신품으로 럭키스타 쿠션과 버튼 등의 팬시 품목이 나와 있었는데, 다만 회지의 경우 재고였고. 다음 코믹 때 케이온으로 한 권을 낼 예정이라고 하는데, 아무튼 쿠션은 2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고 카와시마 아미 액정 클리너와 세이버, 흑화세이버, 린 버튼 세 개는 공짜 입수. 지인이라는 특전 덕에 대머리가 될려나.
물론 그렇게 착취만 하지는 않았고, 여느 때처럼 전리품으로 데자와와 수상쩍은 캔커피, 마찬가지로 수상쩍은 초코쿠키와 치즈쿠키를 내밀었다. 사실 마지막의 쿠키는 수상쩍은건 아닌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은 확실했고. 여기서는 이 포스팅으로 다룬 과자인데, 포장 디자인이 바뀌었고 가격이 600원으로 뛰었다는 것을 빼면 똑같은 물건이었다. 지하철 5~8호선 역사 승강장의 매점에서 종종 팔고 있고.
사람들이 많다 보니 그로 인한 문제도 종종 있었는데, 특히 온리전 등 다른 동인 행사의 홍보지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한 코너에서는 차곡차곡 놓여 있어야 할 홍보지들이 완전히 뒤섞여 있었고 탁자에서 떠밀린 종이들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그래서 구하고 있던 현시연 합동지와 관련한 홍보지도 결국 입수하지 못했고. 추가 의자를 나르는 자원봉사자들도 너무 인원이 많다 보니 길을 터달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지나가야 했다.
그리고 부스 줄의 중간마다 통로를 마련해두는 아이디어도 이번 행사에 마찬가지로 적용됐지만, 간간이 통로가 아니라 휴식 공간처럼 쓰이고 있어서 오히려 통행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잡담을 나누던 이들도 있었는데, 그래서 이번에는 혼잡도 감소에 그리 큰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 같고.
6월 서코도 aT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이라는데, 일정 중에 현충일이 끼어 있다는 점이 좀 걱정이다. 광복절 코믹 때 코스프레의 전면 금지라는 '특단의 조치' 를 공지한 코믹월드 측이었지만, 광복절과 마찬가지로 민족주의와 항일투쟁이라는 두 가지 사회적/역사적 키워드가 적용되는 현충일에 또 왜색 코스 어쩌고 해서 문제가 벌어지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다음 주 일요일에는 또 서드플레이스 행사가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에도 집에서 멀지 않은 뮤지컬하우스가 잡혔지만 또 카탈로그만 들고 쫄래쫄래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소득이 있던 없건, 이 어정쩡한 안여돼 십덕의 행사 기행은 계속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