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소개받은 곳은 예전 글들에서 예고했던 대로 벽 쪽의 공간을 쓰고 있다는 점이 외관상으로 다르다고 썼었다. 1편의 '두리돈까스' 맞은편에 있는 집인데, 파란 명패는 아래와 같다;
'두리돈까스', '바로돈까스', '돈까스나라' 같이 돈까스를 표기하지 않은 것에서부터 약간은 불안했는데, 일단 벽을 도배하고 있는 메뉴들을 보면 한식집이라는 가게 이름이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다만 젊은 층을 겨냥해 돈까스 메뉴도 있음을 알리고 있는데, 들어가는 쪽에 붙인 것을 보면 꽤 많이 나가는 메뉴로 생각되었고.
위의 메뉴 종이를 보면 돈까스 밑에 찌개가 같이 표기되어 있는데, 사실 이 가게의 독특함은 점포 위치 같은 것이 아니라 바로 이거였다. 돈까스를 시키면 다른 집의 수프나 된장국이 아닌, 작은 뚝배기에 담은 찌개를 같이 내온다는 것이었고.
예상대로 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층 손님들은 대개 돈까스를, 중장년이나 노년층 손님들은 찌개나 탕 등의 한식을 시키는 모습이었다. 딱히 젊다고 할 만한 나이도 지나긴 했지만, 어쨌든 이 릴레이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돈까스를 시켰다.
돈까스를 튀기는 동안 물병과 물컵, 그리고 위와 같이 두 종류의 밑반찬이 제공되고 이어 찌개가 담긴 작은 뚝배기가 따라나왔다. 밑반찬은 어묵조림과 배추김치였고, 찌개는 된장찌개였다(메뉴에는 세 종류의 찌개를 택일할 수 있는 것처럼 나와 있는데, 일부러 아무 말 안하면 어떻게 될 지 궁금해 특별히 질문은 하지 않았다).
찌개는 나름대로 맛있긴 했지만, 뚝배기에 담겨나오는 음식은 대개 펄펄 끓는 데다가 잘 식지도 않기 때문에 고양이혀인 나로서는 좀 감당하기 힘든 메뉴고(그래서 결국 찌개는 다 먹지 못했다). 아무튼 이전 손님들이 돈까스를 계속 시켰던 탓인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세 번째 갔던 '돈까스나라' 에서처럼 쟁반형의 원형 그릇에 담아 내왔는데, 돈까스의 크기와 양으로만 따졌을 때는 이 집이 본좌였다. 내가 푸짐하게 생겨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lllOTL 아무튼 돈까스 세 조각은 지금까지 다녀본 어느 점포나 마찬가지로 지키는 계율처럼 고정되어 있었고.
곁들이로 나오는 양배추채는 다른 곳과 달리 토마토케첩만을 쳐놓았는데, 마요네즈에 버무린 마카로니와 옥수수를 섞어 비비면 나름 짝퉁(???) 아일랜드 드레싱 삘도 나고 맛도 조화롭다. 다만 그 비주얼은 좀 부담스럽고.
튀긴 지 얼마 안된 데다가 소스도 밥통에 뜨겁게 보관하는 것을 끼얹어서 그런지, 네 집 중에서는 가장 뜨거웠다. 그래서 멋모르고 자른 조각을 입에 한 번에 넣었다가 곤혹스럽기도 했고. 찌개도 그렇고 돈까스도 그렇고 다 뜨거울 때 먹어서 그랬는지, 포만감도 굉장했다.
이외에도 주양쇼핑 지하에는 돈까스를 내놓는 집이 두세 군데 더 있는데, 그 집들도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고 특징이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다녀본 곳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게 소개한 사람의 평가였다. 그래서 (서울 시내 기준으로는) 꽤 먼 거리를 돈까스 때문에 왕복하던 것도 일단은 쉴 예정이고. 다음 목표만 해도 적어도 세 군데가 잡혀 있어서, 그것에 좀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언제 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