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기관차를 관람하고, 임진각에 있는 편의점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대충 때우고 나니 미리 끊어놓은 서울행 열차 출발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일 임진강~서울 CDC 승차였고.
타고간 열차의 뒷부분. 나 외에도, 마지막 운행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는지 사진기를 들고 열차와 주변을 계속 찍고 있던 사람들이 보였다. 역으로 돌아온 시간이 그리 촉박하지는 않아서, 역에서 기르고 있던 개와 잠깐 놀다가 열차에 올랐다.
CDC 행선지 표시판. 다음날에는 '문산~임진강(도라산)' 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문산역은 복선화 공사 중 가장 완공 시기가 빠른 역사였는데, 홍수로 역사가 유실되면서 재건할 때 아예 복선전철에 맞게 고상홈 승강장을 미리 지어놓은 탓이었다. 하지만 승강장에서도 새로이 부착될 행선판과 기타 안내 시설을 마지막으로 손보고 있는 인부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문산~디지털미디어시티 구간에서 시운전 중이던 전동차의 모습도 보였고.
올 때도 마찬가지로 임시 역사나 승강장의 사진을 주로 찍었는데, 정차중 혹은 막 출발할 때 찍은 것 외에는 잔상이 너무 심하게 찍혀 다 지워버렸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탄현역, 백마역과 강매역의 CDC용 임시 역사와 승강장 모습.
강매역 서울 방면 승강장의 경우, 일반적인 승강장이 아니라 대충 열차의 문 위치에 맞춰서 설치한 계단식 승강장이 전부였다. 그래서 정차하고 나서도 문과 승강장 위치를 조정하기 위해 전진과 후진을 깔짝깔짝 반복하는 진풍경도 연출되었다.
서울역에 도착한 뒤, 새롭게 신설된 경의선 복선전철용 승강장을 돌아보러 가봤다. 사실 경의선 복선전철의 완전한 구간은 구 용산선의 지하화 뒤에나 가능하고, 가좌~서울역 구간은 그저 지선의 역할일 뿐이라 코레일 측에서도 그리 중요하게 취급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용산선 구간의 개통 후에는 폐지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심지어 지상/지하 청량리역의 관계처럼 1호선과 4호선 간의 환승마저 되지 않았는데, 개통 후 당분간 이용에 꽤 혼란을 초래할 것 같다. 서울역에서는 이에 대비해 역사에서 공익요원들을 동원해 역사 안내도와 열차 시간표를 인쇄한 종이를 이용객들에게 배부하고 있었다. (결국 비판이 계속되자 7월 22일부터 충전식 혹은 후불식 교통카드 소지자에 한한 카드태그식 환승이 가능해졌다.)
서울역 경의선 승강장은 예전에 '서부역' 으로 불렸던 역사 서쪽 끄트머리에 마련되어 있었다. 일단 역사 밖으로 나가면 안내판이 보인다.
안내판이 가리키는 대로 쭉 걸어가니 롯데마트 서울역점 입구가 보이고, 거기서 왼편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다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계단을 따라 내려간 뒤, 거기서 다시 오른쪽으로 180도 꺾어서 마치 좁은 골목처럼 된 통로를 통해 들어가면;
이렇게 급조된 경의선용 승강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급조됐다고는 해도, 1회용 교통카드 등 새로운 시스템에 맞추어 자동발매기도 최신형으로 설치하고 노선도도 9호선을 포함해 새로 제작된 것을 걸어놓고 있었다. 개찰기도 마찬가지로 최신형의 것을 세워놓았고.
경의선 개통 후 공사용 크레인의 붕괴로 인한 사고도 있었고, 아직도 신역사 완공이 안되어 임시 역사를 대신 쓰고 있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해당 지역 주민들 중에는 완공이 좀 덜 되었더라도 이용할 수 있다면 예정대로 개통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고. 하지만 개통 당일에까지 공사를 하고 있는 것도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
경의선 여행 이후에는 인천1호선 송도신도시 구간도 이미 갔다왔고, 9호선도 장염크리 직전에 주파했기 때문에 수도권 전철 전구간 답파라는 개인적인 기록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듯. 다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향후 계획은 경춘선 복선 전철의 개통인데, 아마 그 때 쯤 나는 타국에 있을 듯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