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관련한 잡설은 끝에 하고, 일단 행사 이야기부터. 9월 한달을 확 넘기고도 몇 주 지나서 열린 행사인 만큼, 굉장히 오랜만에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예매권 사는 것도 계속 잊어먹고 있다가 행사 시작 3일 전에 부랴부랴 홍대로 가서 사왔을 정도였고.
aT센터에서 하는 것도 꽤 오랜만이었는데, 신분당선 개통 때까지는 지하철 이용의 편의가 없는 문제로 버스를 이용했다. 그리 막히지 않고 11시 약간 넘어서 도착했는데, 역시나 매표줄크리. 그리고 양재역을 지나서부터는 카구라나 카가미네 린, 하츠네 미쿠 등이 얼굴에 초합금 코팅하고 거니는 모습에서 '길코의 강압적 금지' 는 안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재차 들었다.
예매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재빨리 입장할 수 있었는데,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와 우려는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입구에 열감지기를 설치하고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소독액을 손에 뿌려주는 등 나름대로 대비책을 세운 모양이었고. (손소독제 분무는 서플에서도 있었음)
한 온라인 게임 아이템 매매 관련 회사에서 홍보용으로 돌린 종이가방을 받아들고 다녔는데, 크기가 너무 커서 오히려 인파의 숲에서 이리 걸리고 저리 치이는 불편함이 많아 결국 포기했다. 다른 행사가 열리는 관계로 1층만을 할애해 진행했는데, 방학 때도 지난 만큼 부스 숫자는 확실히 적어진 모습이었다. 게다가 펑크를 내거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비어 있는 부스도 꽤 많이 보였고.
커버에는 예전 시리즈인 '스즈미야 하루히의 동인' 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속표지와 뒷커버에는 위 제목으로 되어 있었다. 새로 시작하는 시리즈인 만큼, 앞커버에도 이렇게 인쇄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튼 뭔가 데스노트 삘도 나고 예전처럼 막나가는 개그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막판에 미지의 인물(이라고 쓰고 쿈코라고 읽음)을 슬쩍 등장시켜 뭔가 불길한 복선을 깔아놓는 전략도 취한 것 같다. 서클 회원 중 소갱 화백의 작품.
Black market (G07): 보컬로이드 패러디북 'Red Diamond' (3500\)
elover 화백과 peia 화백의 공동 작품. 토라도라와 케이온에 이은 세 번째 회지였는데, 예전 두 작품과 달리 이번에는 전래동화 스토리에 각 보컬로이드들의 노래 가사를 조합한 비극이었다.
지난 작품이 음악 소재 애니를 동인 소재로 바꾸는 과정에서 다소 난점이 많이 보인 것에 반해, 이번에는 개그도 적절히 넣어가며 독자의 의표를 찌름과 동시에 적절하게 소재를 활용한 모습이었다. 적절하니 김대기
망르와 숲속 친구들 (J30): 일러스트북 '흑역사 갱신중' (4000\)
망르 화백의 두 번째 컬러 일러스트집. 다소 자학적인 제목인데, 웹상에 발표한 그림들과 예전 회지의 표지 등을 합친 작품이었다. 작가가 최근 동방 시리즈에 열광하는지 블로그에 팬아트들을 자주 올리고 있었는데, 그것도 반영된 듯 했다. 특히 치르노 학교 수영복 하앜하앜
Cat of Fish (H09): Fate/stay night 패러디북 'Cat or Fish?! vol.3' (...공짜...)
로리꾼 화백의 부스. 늘 들르는 단골 부스에 식량 제공자라는 이점을 이용해 이번에도 공짜 입수. 머그컵의 경우 지난번과 약간 디자인을 다르게 해서 새로 찍은 것 같았는데, 구입하려다가 작가의 만류로 보류. 하지만 다음 행사 때 하나라도 남겨달라고 부탁했다. (서코 보다는 부코에서 머그컵 수요가 훨씬 많았다고 한다.)
살이 찌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지 회지 후기에까지 언급되고 있었는데, 볼품이 없다는 문제 그딴건 집어치우고 허리나 다리가 아파올 정도라면 분명히 건강에 문제가 생기니 빼야 하는 것은 진리인 듯. 지름보다도 더 임팩트가 컸던 '비만자들의 회합' 이었다. 하지만 난 운동 열심히 안하잖아. 난 안될거야 아마...lllorz
실제로 돈써서 지른 품목은 만원 약간 넘을 정도로 (내 기준에서는) 적절한 지름이었다. 딱히 돈도 없었고 새로 시작한 독일어 공부 때문에 독어사전 원서를 구입하느라 돈도 깨진 만큼 더더욱 그랬고. 아무튼 제목에 언급한 내용을 지금부터 깨작거리고자 한다.
코믹월드의 코스어와 관련한 문제는, 더 이상 언급하기가 지겨울 정도로 이 바닥에서는 신선도를 여전히 유지하는 최상급 떡밥 중 하나다. 오죽하면 이것 때문에 대치동 주민들이 강남구청에 항의성 민원을 넣었을까. 그리고 프리허그나 광복절 코스 금지도 괜히 한 것이 분명 아니었고. 마침내 코믹월드 측에서 내년 실시를 목표로 '코스프레 등록제' 를 도입한다고 하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에 관해 몇몇 블로그에서 역태클을 넣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본에서 행하는 것을 사정이 다른 한국에 그대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만만찮을 거라는 우려나 행사장 밖의 '길코' 에 대한 통제력이 없어진다는 걱정, 부스 매상의 급하락 등이 그 이유로 제시되었는데, 내 입장에서 보기에는 모두 설득력이 없다.
사정이 다르다는 것은, 한국 쪽 사정이 더 개차반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다. 오줌보 터지기 직전인 사람들-특히 여성들-은 화장실에서 옷갈아입느라 정신없는 이들 때문에 분노 게이지가 잔뜩 오르고, 길가는 행인들까지 방해하며 온갖 괴상쩍은 포즈를 연출하고 시끄럽게 떠들거나 심지어 노래하고 악기까지 연주해대는 마당에, 지금까지 이들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책이 없었다는게 오히려 원망스러울 정도다. 무개념 코스어들이 자신들의 민폐에 대해 자각하기라도 해야 하는게 한국과 일본의 사정을 비교하는 것 보다 우선되어야 마땅하다.
길코에 대한 통제력이 없다? 물론 나는 이것에 대해 '경찰 등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 는 극단적인 주장도 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을 불러오면 '결국 저 씹덕들은 경찰 불러야 말을 듣는구만' 이라는 인식이 싹 박혀 더더욱 사회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을 것이 불보듯 뻔하다. 지하철 잡상인들을 단속하기 힘든 이유가 바로 법의 규제가 허술하다는 것 때문인데, 그럼 관련 법규를 제정한다면? 하지만 코스어에 관한 법규를 제정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도 위의 공권력 투입과 마찬가지로 '사회악' 으로 찍히기 딱 좋으므로 이것도 무효.
코믹월드 측이 민폐 코스어에 대해 강력히 단속하고 엄청난 액수의 벌금을 물릴 정도로 강대한 권력을 지니지 않는 한, 길코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실 이 문제는, 개인적으로도 어떻게 해결책이 보완되고 개선되어야 하는지 좀 생각하고 두고봐야할 일인 것 같다. 행사장에 정당한 입장료와 탈의실 사용료를 지불하고 들어오는 코스어들과, 입장도 안할 거면서 행사 이미지만 계속 망치고 있는 무개념 코스어를 어떻게 '차별화' 혹은 '격리화' 할 지가 이 제도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관건이 될 듯.
부스 매상이 급하락했다는 것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를 아주 명확히 보여주는 주장이다. 코믹월드 매상의 상승하락 요인이 코스어의 존재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고 과장에 불과하다. 그렇게 따지면 코스를 아예 금지한 대안 행사인 서플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라던가, 수많은 길코어들이 행사장 자체에 들어오지도 않고 민폐를 벌이고 있는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니 오히려 '코믹월드도 서플처럼 코스프레를 전면 금지하자' 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물론 정해진 규칙을 지키며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만, 내가 코믹월드를 드나들면서 봐온 코스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이 90% 이상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저지른 민폐나 안전사고가 민원까지 가게 된 것도 분명히 암울한 현실이고, 수 차례의 계도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금보다 강도높은 조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씁쓸한 예를 제시해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