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동안 독일문화원의 초집중강좌 수업을 듣고 나면 항상 점심 때가 됐는데, 그래서인지 밖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의외로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대개 인근 남산도서관이나 용산도서관의 식당에서 먹었고, 돈없을 때는 그냥 닥치고 집에 와서 먹었고.
하지만 가끔 돌아오는 길에 장충체육관 밑에 있는 훼미리마트에서 도시락을 사먹기도 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 파는게 이제는 전혀 신기하지 않을 정도로 보편화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특이하다 싶어서 먹는 족족 사진을 박았던걸 하드에서 찾아냈다. (가격은 기억이 안나므로 생략)
물론 요즘에는 어느 편의점이든 도시락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고, 특히 GS25 같은 곳의 도시락도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다. 다만 내가 자주 찾는 '양식' 메뉴가 흔치 않고, '추억의 도시락' 의 임팩트가 커서 아직 다른 메뉴에 손을 댈 엄두를 못내는 듯 하다. 아무튼 짤방들;
돈까스도시락. 내용물은 보이는 바와 같이 돈까스와 밥, 으깬감자, 볶음김치 정도. 그리고 돈까스 밑에는 토마토소스로 무친 스파게티를 깔아놓았는데, 한솥도시락에서도 비슷한 아이디어로 내놓는 것을 보면 뭔가 보습 혹은 바삭함을 유지하는 비결로 들어가는 듯 하다. 하지만 갓 튀겨서 내오는 것과는 넘사벽이니.
감자가 좀 허전해 보였고, 돈까스 소스를 뿌리고도 약간 남아서 감자에도 뿌려서 버무려 먹어봤다. 다른 사람들은 '감자가 너무 달다' 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듯 한데, 소스를 뿌려먹으니 단맛이 좀 반감되는 효과가 있었다.
양념치킨도시락. 내용물은 치킨과 밥, 새우볶음, 볶음김치였고, 이것도 튀김음식이 메인이라 그랬는지 스파게티를 같이 담아놨다. 스파게티는 갈색이 도는 걸 봐서는 간장소스로 볶은 듯. 양념치킨소스가 따라나오는데, 소스뿌린 치킨도 그렇도 나머지 밑반찬들도 대체로 간이 세서 약간 짜게 느껴지기도 했다.
스팸구이도시락. 꽤 저가형 제품인데, 밥에 스팸 두 쪽을 올리고 옆에 볶음김치를 담은 것과 비닐봉지에 든 김이라는 꽤 단촐한 구성이다. 하지만 스팸도 짭짤하고 다른 반찬들도 어느 정도 소금기를 머금고 있는 만큼, 반찬이 부족하다고 걱정할 이유는 없었다. 스팸이 느끼하다 싶을 때는 김치를 얹어서 먹기도 했고.
햄버그도시락. 돈까스도시락에서 돈까스가 햄버그로 바뀐 것 외에는 차이가 없는 물건이다. 하지만 햄버그 크기가 꽤 커서 인상적이었는데, 보이는 바와 같이 플라스틱 용기를 살짝 넘을 정도였다. 이번에도 으깬감자에 소스를 쳐서 먹었는데, 소스는 한솥처럼 돈까스소스와 같은 것을 쓰는 듯.
소위 '양식 메뉴' 는 내가 아는 한 저 위의 네 가지가 다였는데, 그 외에 또 시선을 잡아끈 것이 바로 위의 유부초밥도시락이었다. 개인적으로 두부나 비지 같은 콩음식이 보이면 사죽을 못쓸 정도인데, 유부초밥도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좋아하는 음식이다. 유부초밥 다섯 개와 단무지 세 개라는 무척 단순한 구성이지만, 유부초밥홀릭에게는 더없이 은혜로운 메뉴고.
사실 GS25나 세븐일레븐에서도 몇 차례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 적이 있었는데, 사진을 박아오지는 못했다. 특히 최근에 GS25에서 먹은 꼬치도시락이 꽤 괜찮았는데, 다음에는 GS25로 일주를 해볼까 생각중. 다만 본능적으로 '추억의 도시락' 에만 가는 손을 통제해야 할 듯 하다. (꼬치도시락 먹었을 때도 추억의 도시락이 없어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