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좋은 의미이건 나쁜 의미이던 꽤나 기대했던 행사였다. 지금도 코믹월드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을 떠들썩하게 하는 양질의 떡밥으로 기능하고 있는 '코스프레 등록제' 가 시범적으로 처음 실시되는 행사였기 때문. 지금까지 코믹월드의 부정적인 이미지 만들기에 크나큰 역할을 담당해온 무개념 코스어에 대한 '비존중식 관리 시스템' 이었기 때문에, 과연 실제 오프라인에서는 어떻게 된다는 건지가 꽤나 궁금했다.
*좀 보족하자면, 코믹월드 측에서 코스프레 등록제를 실시한다고 하면서부터 소위 '코스플레이어' 쪽에서 코믹월드가 샤일록 뺨치는 수전노니 조폭의 꿈을 꾸느니 하면서 들고 일어나는-혹은 그런 모션을 취하는-경우가 굉장히 많아졌다. 심지어 홈피 자게 뿐 아니라, 이런저런 블로그 커뮤니티에도 그런 글이 보일 정도였으면 더 이상의 말이 必要韓紙?
하지만 그들의 논리는 절대 다수가 '제대로 돈 내고 참가하는 부스 참가자와 입장객들' 의 정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아 한낱 뻘소리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코믹월드 회장 밖에서 촛불시위를 하네마네 하는 개콘급 개그 글도 있어서 '퍽이나 하겠네' 하고 실실 쪼갰었고.
아무튼 시범운영이라고는 해도, 내년부터 공식 시행하기 전의 단계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 단계가 이뤄질 거라고 생각하고 토/일요일 모두 약간 느즈막히-12시~1시 전후-행사장으로 향했다.
버스가 양재역 사거리로 접어들면서 인도 쪽을 살펴봤는데, 10월 행사처럼 보컬로이드나 은혼, 디그레이맨 등의 캐릭터들이 초합금 코팅하고 거니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놀랐다!) 물론 내가 간 시간이 12시 30분 정도여서, aT센터로 향하는 인원보다는 돌아오는 인원들이 많기도 해서 그랬을 지도. 하지만 가는 사람이나 오는 사람 모두 코스플레이어는 없었다는 점이 중요.
물론 aT센터 앞으로 와보면 '역시 아직은 멀었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처럼 노래를 부르네 시끄럽게 떠드네 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그렇다고는 해도 코믹월드 측의 원칙은 '행사장 밖의 코스프레를 자제해 달라' 는 것이었고. 과연 공식 시행되는 내년 1월 행사부터는 코믹 측이 행사장 밖의 '입장료 안내고 깽판치는 무개념 코스어들' 을 완전 무시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신종플루 확산에 대비한 열감지기와 소독제 분무 등의 조치는 여전히 시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행사장 안에 들어가 보니, 예전보다 더 많은 '입장 코스어들' 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날씨가 쌀쌀했고 특히 aT센터 앞은 바람이 많이 불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었을 듯. 아무튼 행사장 안의 코스어들은 대부분 소란을 피우는 일이 없었다.
다만 코믹월드 측에서는 입장하는 코스어들의 숫자를 산정할 때 좀 적게 잡았다는 기색이 역력했는데, 특히 탈의실의 경우가 그랬다. 여성 코스어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입장한 바람에 남성용 탈의실마저 여성용으로 돌렸다고 하는데, 그래서 남성 코스어들은 탈의실 근처의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다음 행사에서는 반드시 보완해야 할 대목.
코스 등록제 이야기는 일단 여기까지 하고, 입장객으로서 지른 것들 (구입한 순서);
14일 (토)
Horizon2010 (B13): 사운드 호라이즌 2010년 달력 (5500\) 품목명 그대로 동인음악서클 '사운드 호라이즌' 의 달력. 극렬 사호빠이기는 커녕 클래식빠에서 마대수님-재즈 트럼페터 마일즈 데이비스의 한국식 애칭-빠로 서서히 전향하는 시점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작가들도 참가한 덕에 질렀다.
참가한 인물들은 At. 화백과 방울 화백, cocoon 화백, 에크루(론) 화백, 코타마 화백, 모니카 화백 여섯 명. 특전으로 달력 그림들을 축소한 양면 카드택과 스티커놀이(...)용 종이가 주어지고 있었다. (참가 목록 밑에 추가로 두 사람이 기입되어 있었는데, 아마 편집이나 특전 제작 등에 관여한 게스트들인 것 같다.)
1년도 넘게 내 시야에서 완전히 '아오안' 이 되어버렸던 부스. 그도 그럴 것이, 내 구매 행태가 책>>>>>>(넘사벽)>>>>>>팬시로 완전 전이되면서 빚어진 결과였다. 팬시 외에 새로운 물건이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몇 달전 개인지가 나왔다고 했지만 무슨 생각이고 감정이었는지 그냥 계속 구입을 보류하던 나날의 연속이었고.
그러다가 이번에 아예 '마음잡고' 새로 나온-사실 11월 서플에 위탁판매 식으로 먼저 나왔지만-일러북까지 포함해 구입했다. 개인지는 작가인 양삥 화백의 비툴 커뮤니티 자작 캐릭터들을 주연으로 등장시킨 것이었고, 일러북은 역시 작가가 유달리 애착을 보이는 듯한 '사방신'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다룬 물건이었다.
Macaron Snow (F26): 보컬로이드 트윈러프북 'Sketch.Loid' (3000\) 영인 화백과 라휘아 화백의 합동 러프북. 크립톤의 보컬로이드 캐릭터들 뿐 아니라 현재 나와 있는 거의 모든 캐릭터들을 다룬 화집이었다. 작가들 중 라휘아 화백은 지난 8월 서플 때 가쿠포X루카 개인지가 꽤 인상적이어서 구입한 적이 있었는데, 행사장 카탈로그를 보니 10월 서코의 우수회지로 뽑혔다고 나와 있었다.
특전으로 주어진 것은 작은 브로마이드와 위의 사호달력 특전 스티커놀이용 종이를 연상시키는 SD타입 컬러 일러스트가 그려진 종이 두 종류. 하지만 사호와 달리 이것으로는 스티커 놀이를 할 수 없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고나 할까.
팀 내 여친 (F25): 러브플러스(게임) 3인 합동 러프북 'My Girl' (3000\)
사호와 마찬가지로, 콘솔이던 온라인이건 게임을 안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닥 끌릴 '꺼리' 는 없었던 물건. 하지만 이것도 역시 '작가빨' 덕분에 지를 수 있었다. 참가 작가는 라임캔디 화백과 깜쥐 화백, 그리고 위의 보컬로이드 러프북에도 참가한 영인 화백.
러프북이기는 하지만, 초반부를 맡은 라임캔디 화백은 두 페이지짜리 만화도 추가로 실어놓고 있었다. 다만 이 책도 흠결을 찾아본다면 라임캔디 화백 홈페이지 주소가 잘못 나와있다는 점 정도. (ramim.com 아니다. 윗 문단에 링크한 주소 참조)
예전처럼 구호식량 주고 공짜로 마구 집어오던 근성을 발휘하고자 했지만, 워낙 고가의 품목이었던 관계로 반값 가량인 3000원을 주고 구입했다. 물론 구호식량으로 가져간 뚜레쥬르 빵도 제공했고. 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닙니다. 싸가지가 없을 뿐이지(...).
아무튼 빵 주고 머그컵 받고 난 뒤에는 요즘 웹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루저 떡밥' 이나 새로 낼 회지 등에 대한 잡담을 주고받고 나왔다. 뭐 부스 주인장인 로리꾼 화백이나 나나 180cm 안되니 영락없는 루저지만, 아무튼 대중 매체에서 그딴 식으로 씨부리고, 그걸 그대로 내보낸 놈년들은 마녀사냥 어쩌고 하며 실드쳐줄 필요도 없다. Let's Kick!
15일 (일)
...업ㅂ음...
역시 코믹은 하루만 와야 제맛인 듯. 그냥 지인들인 로리꾼 화백과 lumi 화백에게 구호식량 전달해주고 잡담 좀 한 것이 고작이었다. 더군다나 노래자랑 등 무대 행사의 소음도 영 아니었고. 역시 사기만 하는 사람은 그냥 판매전 온리인 토요일이 가장 나은 듯 하다.
뱀다리: 행사와는 전혀 관계없기는 하지만, 일요일에 행사장 나온 뒤 직행한 영풍문고 종로점에서 살까말까 조금 고민하던-사실 고민 안했다는게 솔직한 고백이지만-쿠미 사오리의 엠마 소설판 두 권을 해피머니 문화상품권의 축복으로 질렀다. 발매 레이블인 Y노벨의 푸쉬 정도를 보면, 북박스의 모체인 랜덤하우스코리아가 이제 만화 사업에서 점차 손을 떼고 있다는 인상이 강한 것 같다.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좀 걱정거리이기는 하지만.
판권을 대원에서 사간 '오토요메가타리' 도 연말 혹은 내년 초에 나온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것 같은데, 사실 그보다 더 기대+갈망하고 있는 '엠마' 2기 애니의 DVD 정발 소식은 아직 없는 듯 하다. 물론 모 단장이 깽판치는 애니의 정발 소식도 꽤 신선했는데, 독일문화원 강좌 끝나면 일단 시간을 봐서 단기알바 자리를 알아봐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