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마존을 통해 처음 질렀던 나머지 음반은 일본 음반사인 카메라타(Camerata)에서 출반된 것이었다. 카메라타는 내게 '윤이상의 예술' 시리즈를 낸 음반사로 우선 각인되어 있는 회사인데, 물론 그 외에도 독일/오스트리아 쪽이랑 인맥이 괜찮은지 빈 필이나 빈 교향악단 멤버들의 독주곡이나 실내악을 위시해 꽤 특색있는 형태의 앨범을 많이 발매하고 있다.
바우어-토이슬도 이 음반사에 두 종류의 CD를 낸 바 있는데, 하나는 기존 수록곡과 죄다 겹쳐서 구입을 포기하고 대신 다른 것 하나를 집었다.
ⓟ 2004 Camerata Tokyo Inc.
1997년과 2004년에 두 차례 가진 세션에서 녹음된 곡들을 합친 앨범인데, 제목대로 빈의 왈츠와 폴카를 한데 모은 선집이다. 물론 수록곡 다수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작품이지만, 동생인 요제프 슈트라우스와 후배 프란츠 레하르, 그리고 한참 후배인 볼프강 옐리네크라는 인물의 곡까지 담고 있다;
1. 요한 슈트라우스 2세: 개펄 왈츠(Lagunen-Walzer) 작품 411
2.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빠른 폴카 '헝가리 만세!(Eljen a Magyar!)' 작품 332
3.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도적 갈롭(Banditen-Galopp) 작품 378
4.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보물 왈츠(Schatz-Walzer) 작품 418
5.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빠른 폴카 '천둥과 번개(Unter Donner und Blitz)' 작품 324
6.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빠른 폴카 '관광열차(Vergnügungszug)' 작품 281
7.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왈츠 '빈 기질(Wiener Blut)' 작품 354
8. 요제프 슈트라우스: 빠른 폴카 '걱정없이(Ohne Sorgen)' 작품 271
9. 프란츠 레하르: 왈츠 '금과 은(Gold und Silber)' 작품 79
10. 볼프강 옐리네크: 왈츠 '빈의 장미(Rosen aus Wien)'
11.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왈츠 '빈 숲속의 이야기(G'schichten aus dem Wienerwald)' 작품 325
이 중 '빈 기질' 과 '금과 은', '빈 숲속의 이야기' 세 곡은 필립스에서 출반한 음반들과 겹치는데, 다만 그 때는 대체로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던 반복구를 가능하면 다 살려서 녹음했다. '빈 숲속의 이야기' 의 러닝 타임이 15분에 달하는 것도 그 때문.
대체로 왈츠만 수록되었던 필립스 음반과 달리, 여기서는 빠른 폴카나 갈롭 같은 템포 빠른 춤곡들을 꽤 여러 가지 넣고 있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물론 모두 유명한 축에 드는 곡들이고. 다만 딱 한 곡은 특별히 소개할 만한데, 열 번째 수록곡인 '빈의 장미' 다.
저 곡의 작곡자인 옐리네크는 사실 전업 작곡가는 아니었고, 바이올린과 비올라 연주자로 주로 활동한 인물이었다. 1964년에 빈 국민오페라 관현악단에 비올라 주자로 입단해 1977년에는 수석 주자로 임명되었고, 1982년에 국민오페라 관현악단 단원들이 결성한 비상설 악단인 '빈 오페라 무도회 관현악단(Wiener Opernball-Orchester)' 에서도 연주와 지휘를 병행하며 활동한 바 있다.
이 앨범의 연주도 저 악단이 맡았는데, 기본적으로는 이름에서 보듯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매년 겨울마다 열리는 대무도회인 오퍼른발의 전속 반주 악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 때만 반짝 활동하는 것은 아니고, 과거 황실 무도회장이었던 레두텐잘의 연례 무도회 행사와 해외 순회 공연도 빈 시의 예산 지원으로 개최하고 있다. 음반도 꽤 여러 장 발매하고 있는데, 그 중 카메라타에서 내놓은 것도 이 앨범을 포함해 대여섯 장 정도 된다.
하지만 옐리네크는 2004년 2월 19일에 열린 오퍼른발의 지휘자로 출연한 직후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3월 27일에 세상을 떠났다. 몇 달 뒤 열린 세션에서 생전에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로 자주 협연했던 바우어-토이슬과 옐리네크 밑에서 연주했었던 관현악단이 추모곡으로 선택한 것이 이 '빈의 장미' 인데, 다만 원곡은 소규모 실내악단용으로 작곡된 것이라 이 앨범에서는 프리츠 '퀴블러' 호프바우어라는 편곡자가 관현악용으로 편곡한 악보로 연주하고 있다.
전체적인 녹음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악단도 비상설이라고는 해도 대부분 빈 국민오페라 관현악단 단원들이 주축이 된 만큼 합주력도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현악기 숫자를 적게 잡은 중편성 악단 편제로 연주했지만 녹음 장소의 잔향과 마이크 셋팅을 이용해 각 파트의 음량을 고르게 잡아놓고 있다.
다만 빠른 폴카의 경우 다른 연주들보다는 템포가 약간 느린 편이고, 연주 자체도 비교적 '점잖은' 편이라 특유의 약동감이나 속도감을 기대하는 이라면 좀 실망할 수도 있을 듯. 물론 빠른 곡이라도 적절한 절도와 부드러운 음향을 기대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름대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바우어-토이슬은 이외에도 빈 요한 슈트라우스 관현악단과 빈 방송 교향악단(구 오스트리아 방송 협회 교향악단) 등을 지휘한 왈츠나 빈 춤곡 등의 앨범을 냈는데, 다만 이 앨범들은 해당 악단이나 특정 작곡가의 협회에서만 한정적으로 판매하는 것들이라 해외에서 구입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구입한다고 해도 아시아나 아메리카 쪽에서는 앨범 가격에 육박하는 거액의 배송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구입 보류. lllorz 다만 이번에 가게 되는 독일 유학이 성사될 경우 거리가 현저히 단축되므로, 만약 알바 등으로 돈을 벌게 되면 구입해볼 생각이다.
오랫동안 마음의 벽으로 막아두던 빈 왈츠를 다시 듣게 된 계기가 이 지휘자의 녹음이었던 만큼, 타계가 아쉬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물론 누구나 다 알 만한 명성은 없던 지휘자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사람 만큼 빈 왈츠를 부드럽고 유연하게 지휘해낸 인물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아쉬움이 더 크다. 부디 명복을.
Franz Bauer-Theussl
(* 25. September 1928 in Zillingdorf; † 30. April 2010 in Salzbu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