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미라는 상호의 중국집은 내가 알기로는 서울에서 연남동과 명동 두 군데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연남동 쪽은 예전에 식약청에서 위생단속 했을 때 걸린 탓에 좀 거시기했고, 명동은 걸리지 않았지만 거기도 그 자매집이라고 해서 그렇게 땡기는 곳도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 빼면 다른 곳에서는 아예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두 가지 독특한 메뉴가 있다길래, 계속 따라다니던 위생에 대한 의구심과 볶음밥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12일과 15일에 두 차례 갔다왔다.
명동 향미는 서울중앙우체국 왼편 골목에 자리잡고 있는데, 같은 건물 2층에는 다른 중국집이 또 자리잡고 있어서 특이했다. 하지만 이틀 모두 목표는 향미였기에 아쉽지만 윗층은 패스.
일단 들어가서 2인용으로 준비된 벽붙이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내부 수리를 한 지 얼마 안되었는지 가게 안은 상당히 깨끗했고, 벽을 사이에 두고 왼편에는 단체 손님용 널찍한 공간과 주방이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였다.
메뉴판에서 가장 눈여겨본 밥류 메뉴들. 맨 윗쪽에 보면 '중식돈까스' 와 '치킨까스' 라는 메뉴가 보인다. 물론 요즘에는 여타 중국집에서도 짜장돈까스니 뭐니 해서 돈까스를 같이 파는 경우가 심심찮게 보이지만, 특별히 '중식' 이라고 달아놓은 것을 보면 그런 것과도 다른 모양새의 메뉴로 여겨졌다. 하지만 중식이라는 말이 없는 치킨까스는? 아무튼 둘 다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는건 마찬가지였다.
일단 첫 날 갔을 때 시켜본 중식돈까스. 확실히 뭔가 겉보기부터 독특했다. 잘게 썬 돈까스에 고기를 갈아 볶은 것이 고명으로 올라가 있는 밥, 기름에 슬쩍 볶은 청경채, 삶아서 졸인 달걀이 같이 나왔다.
곁들임은 짬뽕국물과 김치, 단무지, 양파. 하지만 양파에 으레 따라 나오는 춘장은 보이지 않았다. 얼떨결에 빼먹은 건가 싶었지만, 두 번째 갔을 때도 마찬가지인 것을 보면 이 집 전통인가 보다.
보기부터 특이한 메뉴였던 이 돈까스는 맛도 좀 특이한 편이었는데, 독일을 오갈 때 이용한 중화항공 비행기에서 먹어본 중국식 기내식의 독특한 향신료 맛이 여기서도 느껴졌다. 물론 고수나 취두부 같이 매우 독특하다 못해 익숙치 않은 이에게는 고문으로 느껴지는 괴상한게 아니라, 뭔가 좀 특이하다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정도여서 큰 거부감은 없었다. 다만 향신료보다 신경쓰인게 돈까스의 양이었는데, 여러 개를 잘게 잘라 밥 위에 얹은 거라고 쳐도 고기 양이 좀 적게 느껴져서 다소 아쉬웠다.
그리고 3일 뒤에 찾아가서는 치킨까스를 시켜봤다. 치킨까스도 기본적인 모양새는 중식돈까스와 다를 바 없었는데, 중식돈까스에서는 아쉬웠던 고기의 양이 여기서는 역전되어 상당히 푸짐했다. 짤방만 봐서는 뭐가 다르냐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고기의 두께도 그렇고 전체적인 굵기도 돈까스보다 훨씬 크고 아름다운 모양새였다. 만약 두 메뉴 중 뭘 먹고 싶냐고 하면, 돼지고기가 더 땡기기는 하지만 1000원을 더 내더라도 주저없이 이 치킨까스를 먹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돈까스와 치킨까스 모두 튀김옷은 오히려 단순한 편이었는데, 빵가루나 달걀 등이 섞이지 않은 밀가루 반죽만의 튀김이라 좀 투박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그 대신 튀김옷이 매우 얇아서 질기거나 딱딱한 느낌은 아니었다. 같은 밀가루 튀김옷의 영국식 피쉬 앤 칩스가 신나게 까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기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평범해 보이는 떡볶이집이었다. 떡볶이도 순대와 함께 분식집의 필수요소고, 이것도 다른 음식들 만큼은 아니었지만 꽤나 땡겼던 터라 기대를 하고 갔다. 그런데 이게 또 기대하지 못한 '곤란함' 을 안겨주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일단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