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이라는 음식은 흔히 숙취 해소용으로 많이 이용되는데, 개인적으로 저 용도로 이용해본 적은 대학 다닐 때 정도일 뿐이었다. 오히려 한 끼 식사로 먹는 적이 훨씬 많은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술을 아예 못하거나 안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맨정신' 으로 두 차례 어느 해장국집을 방문해봤다. 본점이 경기도 가평군 쪽에 있다는 곳이었지만, 본점은 가지 못하고 대신 프랜차이즈 체인점으로 운영되는 곳 중에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정동 쪽에 있는 곳을 골라 가봤다.
정동점은 경향신문 사옥 맞은편의 건물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윗층의 창문에도 도장 모양의 가게 상표가 찍혀있는 것으로 봐서는 2층까지 같이 쓰고 있는 것 같았다.
메뉴는 이렇다. 소고기국밥을 제외하면 모두 내장 관련 요리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원산지 표시에 의하면 대부분 국내산 혹은 호주산을 쓰고 있다고 되어 있다.
해장국이나 소고기국밥, 내장탕 류를 주문하면 나오는 기본 상차림. 배추와 무 두 종류의 김치와 마늘장아찌, 그리고 뭔가 독특한 양념장이 놓이는데, 양념장의 경우 내장이나 고기 건더기를 찍어먹을 때 쓰는 거라고 한다.
일단 음식점 이름부터 해장국이었으니 처음에는 해장국을 먹어봤다.
지금까지 먹어본 해장국들 중에서는 가장 건더기가 실한 편이었는데, 이렇게 양과 벌집 등을 비롯한 잘게 썬 소내장이 충분히 들어있었다. 이 부위의 쫄깃함을 좋아하는 터라 첫 인상부터 괜찮아 보였다.
물론 해장국 답게 콩나물도 많았고, 대중옥에서 먹었던 것처럼 찰진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크게 잘라놓은 선지도 하나 잠겨있었다. 국물은 위에 빨갛게 뜬 기름 때문에 좀 매워보이는 인상이었는데, 한 술 떠서 먹어보니 그렇게까지 맵지는 않고 약간 칼칼한 정도였다. 일단 내장을 양념장에 찍어 국물과 함께 먹다가 나중에 밥을 말아서 먹었는데, 뜨끈하고 든든한게 해장 외에도 그냥 한 끼 식사로 먹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두 번째로 갔을 때는 같은 가격의 소고기국밥을 주문해 먹었다. 이것도 모양새는 해장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물론 이름 답게 내장과 선지 대신 쇠고기 살코기가 들어가 있었다. 내장과 마찬가지로 단가 때문에 국내산과 호주산을 섞어서 쓴다고 했지만, 너무 질기거나 흐물하지 않게 씹히는 맛도 괜찮은 편이었다.
두 메뉴 모두 맛있게 먹었지만, 아무래도 이 일대 음식점 대부분이 그렇듯이 가격이 좀 센 편이라 자주 이용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물론 음식값의 오름세야 여기만 그런게 아니고, 심지어 탑골공원 쪽의 값싼 식당들까지도 버틸 수 없어서 눈치를 봐가며 올리는 현실이니.
이 다음에는 원래 가려던 곳을 이런저런 사정으로 가지 못하고 비교적 집에서 멀지 않은 순대국집을 찾아갔었는데, 거기도 가격은 센 편이었지만 나름대로 맛이 괜찮은 편이었다. 마찬가지로 다음 편에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