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도 더 전에 동부이촌동에서 꽤 유명하다는 일본식 우동집인 보천에 갔었는데, 거기서 멀지 않은 곳 맞은 편에 또 다른 우동집이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식으로 현지화된 우동을 생각하고 갔다가 꽤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보천과 달리, 동문은 그냥 한국식 우동집이라고 해서 종종 평가절하되기도 하고 있었다.
물론 방송이나 신문 등 기존의 매스미디어 뿐 아니라 블로그 포스팅조차도 별로 신뢰하지 않는 탓에 그런 여론에 무비판적으로 추종하지도 않았지만, 가보자는 생각을 미루고 미루다 보니 어느새 몸은 외국에 나가 있었다. TestDaF 시험을 치른 뒤 귀국까지 며칠 동안 한국 돌아가면 뭘 쳐묵할까 생각을 해보다가, 문득 이 우동집 이름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렇게 다시금 기억하게 된 저 집도 결국 귀국 후 방문하기까지 몇 달이 더 걸려 올해 2월 초순에야 처음 발을 들여놓았다. 아마 귀국 때가 여름이었으면 또 계속 미뤄졌겠지만, 마침 날씨도 쌀쌀하고 해서 우동이 땡긴 것이 즉효였다.
보천도 마찬가지지만, 일단 교통편으로 따지자면 집에서 가기에 최적의 위치였다. 집에서 큰길로 나오면 바로 탈 수 있는 6211번 버스로 이촌동점보맨션 정류장까지 가면 되었는데, 정류장에서 좀 걸어야 하는 보천과 달리 여기는 용산 방향이라면 몇 발짝 걷다가 횡단보도 건너서 또 몇 발짝 걸으면 땡이었다.
사실 한국식 우동집이라고 해서 가격이 그리 저렴한 곳은 아니었다. 물론 여기보다 더 비싸다는 보천은 또 나름대로 가격을 올렸겠지 하고 생각을 해보면 그렇게까지 손해본다는 느낌은 없었다.
가게 안은 다소 비좁은 동네 분식집 비슷한 풍경이었는데, 주방이 오픈되어 있고 거기에 세로로 다이를 만들어 놓아서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혼자 식사하는 경우가 많은 입장에서는 이런 테이블 세팅이 덜 부담스럽다. 물론 가족이나 여타 단체 손님을 위한 4인용 탁자도 있었지만, 그것까지 합쳐도 20명도 들어갈 수 없는 모양새였다.
다이에 앉아 있으면 주방에서 뭘 조리하는지 거의 다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는데, 다이 위에는 우동에 넣을 튀김부스러기(텐카츠)와 쑥갓, 파, 유부, 튀김 등의 재료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렇게 식재료를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를 주었다.
테이블 세팅은 단촐했다. 잘게 부순 김이 담긴 통과 이쑤시개통, 고춧가루가 들어간 양념통과 식초병이 전부였고, 단무지는 음식이 나오기 전에 따로 종지에 담아서 내주었다. 다른 곳과 달리 김치 종류 밑반찬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처음 갔을 때 시킨 냄비우동(6000\). 딱 봐도 한국식 우동의 전형적인 모양새다. 내용물은 면과 국물 외에 쑥갓과 우동, 유부, 텐카츠, 맛살, 파, 그리고 토핑과 면 속에 숨어서 짤방에는 보이지 않는 풀어진 달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텐카츠는 단단하게 튀겨놓는지 먹으면서도 좀처럼 불지 않는 것이 독특했다.
두 번째 갔을 때는 튀김우동(5500\)을 시켜봤다. 냄비우동의 오뎅과 맛살이 빠지고 그 자리에 오징어튀김과 새우튀김이 들어가는 우동이었는데, 이번에는 냄비우동 먹었을 때는 넣지 않았던 김가루를 섞어서 먹었다.
너무 많이 뿌린 감이 있기는 했는데, 조미김은 아니어서 국물이 짜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튀김이 불어버릴 까봐 먼저 집어먹었는데, 일부러 딱딱하게 튀겨놓는 텐카츠와 달리 이건 적당히 부드러워 먹기 편했다. 다만 생각보다 튀김 크기가 좀 작다는 느낌이어서 아쉬웠고.
두 우동 모두 전형적인 한국식 우동이었는데, 물론 보천의 일본식 우동을 기대하고 온 것도 아니어서 그렇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한국식 우동이라고 정말 대충 만들어 내오는 것도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나름대로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은 꽤 균형잡힌 맛이었고, 계절 탓도 있어서인지 몸이 뜨끈해지는 느낌도 매우 좋았다.
그리고 위치가 위치여서 그런지, 여유있게 먹고 나와도 바로 버스를 잡아탈 수 있고 다른 노선 버스를 타고 왔다면 환승 할인까지 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두 번 다 그런 식으로 교통비를 아낄 수 있었는데, 이제 대중교통의 성인 요금이 150원 오른 상황에서 이렇게 접근성이 좋은 곳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매력적인 음식점이 되는 셈이다.
이 다음에는 또 '일식' 을 먹으러 이대 근처의 어느 곳을 두 차례 갔다왔는데, 물론 일식이라고는 해도 현지에서는 한국의 떡볶이나 순대 같은 학교 앞 분식의 위치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는 것에 솔깃해서였다. 다만 우선 통영 이야기를 마무리한 다음에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