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라는 동네는 서울과 결코 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내게는 그렇게 익숙한 곳도 아니다. 좀 자주 갔다온 곳이라고 해도 경인선 끄트머리인 인천역 근처의 차이나타운 정도? 그래도 아주 가끔은 거기 뭔가 괜찮은게 있다면 처묵하러 가기도 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지하철/전철에 상당히 의지하는 나로서는 저 교통 수단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귀차니즘을 유발시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가능한한 편하게 가는 법을 검색해본 결과, 서울역 삼화고속 정류장에서 출발하는 1200번 광역버스를 타는게 갈아탈 필요 없이 직빵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물론 요금은 다른 광역버스보다 비싸다는게 함정
버스는 인천 구간에서 그 때 막 마무리 중이었던 지하철 7호선 연장 구간 공사 때문에 교통 체증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그보다 문제인 것은 내가 알아본 정보에서 나온 '청천사거리' 라는 정류장이 도무지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대충 사거리 좀 지나서 아무 정류장에서 내려서 확인해 봤는데, 제대로 된 정류장 명칭은 '청천 치안센터' 였다.
바로 여기. 덕분에 정류장 하나 괜히 더 가서 다리만 고생시킨 셈이었다. 아무튼 저 정류장에서 180도 등을 돌리고 사거리 왼쪽에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이렇게 계속 50m 가량 걷다가,
촛점이 많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앞에 순대국집이 보일 때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뭔가 급조한 티가 상당히 많이 나는 목적지가 나온다. 5에 획 하나를 더해 6으로 만든 가격이 눈에 띄었는데, 밀가루 가격과 물가 인상에는 장사 없었다.
식당 안의 분위기도 식당이 아니라 그냥 가정집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는데, 이렇게 벽에 붙은 메뉴판이나 영업신고 허가증에서야 식당이라는 '낌새' 가 느껴지는 좀 기묘한 곳이었다. 하지만 메뉴판에 특별히 손 100%라고 강조하고 있어서, 공장제 면이나 만두를 납품받아 장사를 하는 '가드가 허술한' 집은 아닌 것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고.
왼쪽에 불꺼진 방은 아마 주인집의 개인 방인 것 같았고, 그 오른쪽에 있는 곳이 주방인 것 같았다. 나머지 방은 들어가보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식사 공간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원산지 표시. 육수 내는데 쓰는 쇠고기를 제외하면 모두 국내산을 쓴다고 써붙이고 있었다.
자리잡은 쪽의 뒷편, 들어올 때 이용한 문과 컵 소독기, 정수기가 보인다.
손만두국밥이라는 메뉴가 뭔가 특이해 보이기는 했지만, 일단 처음에는 만두국이 더 땡겨서 그걸로 주문했다. 따라나온 김치는 총각김치였는데, 좀처럼 외식하면서 내오는 곳을 찾기 힘들었던 탓에 이것도 꽤 유니크한 밑반찬이었다.
흔히 상상하는 사골국물에 만두를 넣어 끓인 만두국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들어간 만두의 크기가 제법 컸다는 점에서 이북식 만두국의 분파로 여겨졌다. 국물도 얼핏 보기에는 담백해 보이지만, 풋고추를 썰어넣었기 때문인지 의외로 좀 얼큰한 맛도 있었다.
만두속은 이렇다. 다진 돼지고기와 두부, 당근, 부추 등 전형적인 한국식 만두의 속을 갖추고 있었는데, 한 입에 우겨넣을 수는 있을 정도의 크기였지만 뜨겁다 보니 이렇게 잘라서 먹어야 했다. 물론 맛은 상당히 괜찮았다.
결국 무리 없이 만족스럽게 처묵처묵 완료.
그리고 닷새 뒤에 다시 찾아갔을 때는 현수막으로도 대표 메뉴임을 알리고 있었던 손만두국밥을 시켰다. 만두국에 밥을 말아내는 모양새인 것은 쉽게 알 수 있었지만, 그 위에 뭔가 특이한 것이 하나 더 얹혀 있었다.
이렇게 살짝 매콤하게 양념한 제육볶음이 올라가 있었는데, 물론 만두국이나 제육볶음이나 흔한 음식이기는 하지만 이런 퓨전 형태로는 처음 접하는 것이라 매우 독특하게 보였다.
물론 모양새만 생경했을 뿐이지, 평소에 쉽게 접하던 음식들의 조합이었던 만큼 이것 역시 부담없이 깨끗하게 비울 수 있었다. 오히려 맛보기 전까지는 평범해 보인 만두국보다 모양새에서 묘한 카리스마(??)가 느껴진 이 국밥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는데, 아직 먹어보지 못한 칼국수는 과연 어떠려나.
이제 11월 말이지만 아직도 8월 걸 갖고 썰을 풀고 있는데, 그래도 이거 다음에 안암동 쪽에서 먹은 볶음밥을 제외하면 9월에는 별다른 특이 사항이 없어서 10월로 넘어갈 것 같다. 특히 10월에는 공연을 보기 위해 울산과 부산에 내려가는 '미친 짓' 을 했고, 그 과정에서 당연히 그 쪽에서 식사도 했기 때문에 이것도 차례대로 포스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