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에 새삼스럽게 노량진 아폴로식당의 볶음밥이 먹고 싶어져서 찾아갔는데, 간판이 주변 상점이나 식당과 마찬가지로 바뀌기는 했지만 뭔가 내부 수리중이어서 '여기도 결국은...' 이라고 생각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새해를 맞이한 뒤 다시 그 곳을 지날 일이 있었는데, 수리가 다 끝났는지 뭔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분위기였고 식당 영업도 계속 하는 것 같이 보였다.
그래서 들어가 봤는데, 가게 구조가 꽤 많이 바뀌어 있었다. 예전에는 왼쪽 구석 쪽에 있던 주방이 오른쪽 앞으로 바뀌어 있었고, 주인도 메뉴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볶음밥 두 종류를 파는 것은 비슷했다.
가게 내부. 뒷쪽을 모두 식사 공간으로 잡은 모습이다. 벽에 그려져 있는 인물 캐리커처는 주인을 모델로 하고 있었다.
정수기 위에 붙어 있는 전단지. 왼쪽 위의 귀퉁이에 'Season 2' 라고 되어 있어서, 주인과 메뉴는 바뀌었지만 식당 이름과 컨셉은 그대로 가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메뉴는 이렇게 되어 있었다. 철판김치제육볶음밥과 철판햄야채볶음밥 각각 3000원, 커리떡볶이 2500원, 오뎅 한 개 500원. 볶음밥의 경우 가격이 1000원 씩 올랐는데, 일단 그 중 하나인 햄야채볶음밥을 먹어 보기로 했다.
뒷쪽에 앉을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조리 장면을 어깨 너머로 직접 볼 수 있는 입식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넓은 철판에 밥을 볶고 달걀프라이를 부쳐서 주는 방식이었고, 깨와 굴소스, 김이 뿌려져 나왔다.
완성된 볶음밥. 하지만 김 뿌리는 걸 잊어먹었다면서 다시 그릇을 가져가 뿌려줬다. 먹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 주인이 꽤 붙임성 있는 성격인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예전 주인의 후배로 식당을 넘겨받아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식당 일을 하기 전에는 힙합을 하던 사람이었다는데, 장르는 물론 다르지만 나름대로 음악인이라서 이야기가 꽤 잘 통했다.
식재료 값이 전반적으로 계속 오르고 있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하는데, 다만 이 일대에서 미국산 혹은 미국산과 한국산 쌀을 섞어 쓰는 것과 달리 한국산 쌀만 쓰는 것은 이전 주인과 마찬가지고 재료를 좀 더 신경써서 고르고 있으니 맛은 여전히 괜찮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고.
한창 처묵하던 중 들어온 손님이 주문한 김치제육볶음밥을 조리하고 있는 모습. 햄야채볶음밥 맛이 좋아서 다음에는 이걸 한 번 먹어 보기로 했다. 다만 예전에는 선불 방식이었던 탓에 다 먹고 나오고 나서 "아차, 계산!" 하고는 다시 들어가서 돈을 내고 나오는 웃지 못할 촌극이 연출되었는데, 이후에도 이런 무전취식의 위기(?)가 몇 차례 더 있었다.
두 번째 갔을 때 주문했던 김치제육볶음밥. 떡볶이를 아직 시험 중이라면서 손님들에게 약간 떠서 같이 주고 있었는데, 살짝 싱겁기는 했지만 카레 내음이 주는 감칠맛은 괜찮았다. 볶음밥은 예전의 김치볶음밥과 조리법이 비슷했는데, 다만 김치와 고기를 좀 더 잘게 썰어서 볶아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생각보다 많이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아서 이것 역시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갈 때마다 이 두 메뉴를 번갈아가며 먹고 있다. 세 번째 갔을 때의 햄야채볶음밥.
그리고 네 번째 갔을 때의 김치제육볶음밥. 이렇게 해서 가게 내부와 방식은 바뀌었어도 계속 저 식당의 볶음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요즘은 국제윤이상작곡상에 출품할 곡을 쓰는 것 때문에 좀 바쁘고, 그 덕에 집에서 나올 여유가 그리 많지 않아서 1월 만큼 자주 가기는 힘든 상태다. 물론 여유가 생기면 언제든 다시 가고 싶은데, 다만 토요일에는 쉰다고 하니 그 날만 피해가면 될 것 같다.
부활한 아폴로식당 외에도 노량진에서 또 하나의 '개인적 맛집' 으로 여겨지는 곳을 하나 더 찾았는데, 볶음밥과 마찬가지로 내게 치명적인 유혹인 돈까스를 파는 곳이었다. 이 곳 역시 다음에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