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이었던 2010년의 첫 방문 후 두 번째로 광주에 발을 들여놓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이번에도 그 때와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계기는 광주시립교향악단의 공연이었는데,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는 한국 지휘자들 중 한 사람인 김홍재(현 울산시향 상임 지휘자)가 객원으로 출연한다고 했고, 베르디와 리스트, 바그너 작품으로 짜여진 프로그램도 모두 실연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곡들이라 상당히 땡기는 공연이었다.
일단 공연 시간보다 좀 전에 도착하기 위해 정오 약간 못미쳐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아무래도 점심을 거르고 출발해서였는지, 가다가 휴게소에서 이런 걸 사서 군것질을 했다.
"델리만쥬, 저도 참 좋아하는 데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물론 내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리액션 만땅 요리만화나 종편에서 해대는 착한식당 타령 따위는 집어치우고, 그냥 '휴게소 군것질=호두과자' 라는 고정관념을 깨볼까 하고 사먹었다. 사실 휴게소 호두과자는 가끔 가다가 지나치게 퍼석한 것을 고르기 일쑤라서, 그나마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이 든 게 낫겠다고 생각해 골랐다.
아무튼 그렇게 계속 달려 오후 3시 20분 쯤 광천터미널(=유스퀘어)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하고 나서 내가 본 첫 풍경은 이랬다. '임을 위한 행진곡' 을 광주민주화운동 공식 추도곡으로 제정하기 위한 서명 운동이었는데, 지나치지 못하고 바로 참가했다.
요즘 이름을 밝히기도 싫은 이런저런 사이트들 뿐 아니라, 소위 말하는 종편 중 두 군데에서도 뻘소리하는 북한이탈주민 불러서 5.18 북한군 개입설 제기 같은 웃기지도 않는 짓을 했다가 아주 제대로 까이고 있어서 참 우스운 상황이다.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왜 욕하지? 이럴 바에 별로 다를 거 없잖아. 제 입맛에 맞춰 조회수며 시청률 좀 올려보려다가 병신인증이나 하는 꼬락서니는 개그 프로그램이 필요 없을 정도다.
아무튼 씁쓸한 마음을 추스리면서 송정리역으로 가기 위해 터미널 남쪽으로 내려가 농성역을 찾아갔다. 사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송정리가 아니라 다른 곳을 찾으려고 했지만, 거리 문제도 있고 해서 버스로 오는 길에 즉흥적으로 바꿨다.
그렇게 해서 송정리역에 도착해 1번 출구로 나온 뒤 상가와 식당이 밀집해 있는 거리를 걸었다. 역 출구로 나오자마자 나를 맞이한 것은 굉장히 시끄러운 비행기의 소음이었는데, 근처에 광주공항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일반 여객기나 화물기가 낼 만한 소음은 절대 아니었다.
아무튼 그 귀에 무척 거슬리는 소음을 참아가며 걷다가 왼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광주에서 해결할 첫 끼니는 바로 이 골목에서 집중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떡갈비였는데, 여러 군데가 있기는 했지만 결국 한 군데만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여기로 택했다. 텔레비전의 맛집 홍보 효과라는 것에 매우 부정적이고 '원조' 라는 호칭이 늘 탁월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생판 처음 접하는 음식에 대해 또 모험을 하기 싫어하는 귀차니즘도 있고 해서 적당히 타협한 결과였다.
사실 떡갈비를, 그것도 혼자 가서 먹는다는 것은 꽤나 가성비 면에서 손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쇠갈비가 비쌌던 시절-물론 지금도 결코 싸지는 않지만-그나마 갈비 구색이라도 내보기 위해 다진 쇠갈비살과 돼지고기를 섞어 만든 서민적인 음식임에도,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가격은 '1인 식사는 7000~8000원을 넘으면 포기하는' 내 외식 성향에서 완전히 엇나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먹는 것은 끝내주게 잘 나온다는 남도의 음식상이라는 기대도 한 만큼, 더 물러설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정공법으로 떡갈비 1인분을 주문했다. 식사는 따로 시켜야 해서, 무난하게 공기밥으로 택했다.
떡갈비가 나오기도 전에 이것저것 차려지기 시작했는데, 이런저런 밑반찬들이나 쌈채소 외에 내가 특이하게 생각한 것은 맑은 탕이 하나 나온다는 것이었다.
무가 들어간 것은 마치 갈비탕 같은 모양새였지만, 같이 들어간 것이 갈비가 아니라 감자탕에 들어갈 법할 등뼈라는 점에서 특이했다. 아마 떡갈비를 만들기 위해 고깃점을 발라낸 돼지 등뼈를 넣고 끓여내는 일종의 서비스 메뉴로 여겨졌다.
그리고 떡갈비가 나와서 상차림이 마무리되었다. 보다시피 1인분에 두 점. 사실 크기나 두께 면에서는 '이거 1인분 맞아?'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좀 무리를 해서라도 떡갈비만 2인분으로 달라고 할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일단 양에 대한 아쉬움은 접어두고 처묵처묵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쌈채소에 올려서 먹기 시작했는데, 간도 적당했고 고기를 다져서 구워냈기 때문에 질기지도 않았다.
탕 속에 들어 있던 뼈에서도 고기가 어느 정도 나왔기 때문에, 이것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먹었다. 떡갈비의 양은 적었지만, 같이 나온 쌈채소와 탕, 밑반찬 덕에 꽤 배가 불렀는데, 그러고도 밑반찬과 쌈채소는 다 비우지 못했다.
다 먹은 뒤. 밥을 빨리 먹는 편이지만, 이렇게 뼈를 발라낼 것이 있다면 식사 시간은 상당히 길어지기 때문에 다 먹는 데 거의 50분 가까이 걸렸다. 솔직히 떡갈비보다 오히려 서비스로 나온 탕에 더 강한 인상을 받았는데, 지방이 매우 적은 등뼈로 끓여서 당연한 건지는 몰라도 잡내 없고 매우 담백한 맛이 좋았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뒤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들어올 때는 보이지도 않던 계산대 옆의 아이스크림이 담긴 냉동고가 눈에 띄었다. 더운 날씨에다가 단 것을 좋아하는 내게 결코 마다할 수 없는 서비스였고, 두 스쿱을 퍼담았다. 그리고 계산을 하고 나니 요구르트 한 병까지 서비스로 따라나왔는데, 본 메뉴보다 다른 것이 더 인상적인 경험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다시 송정리역으로 향했다. 여전히 비행기의 엄청난 소음이 거리를 진동하고 있었는데, 잘 보니 전투기 혹은 훈련기가 비행 훈련 중이었다. 아마 공항에 같이 주둔해 있는 공군 비행단의 것 같았는데, 상업 지구로는 그럭저럭 꾸려나갈 곳 같지만 만약 거주 지역이라고 한다면 소음 때문에 일상 생활도 힘들 정도였다.
참 풀기 힘든 숙제인데, 주민들의 소음 민원이 끊이질 않겠지만 국토 방위가 목적인 군대로서는 기지를 옮긴다는 것이 심시티나 부루마불 마냥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또 문제다. 게다가 그게 엄청난 공해를 유발하는 일종의 '혐오 시설' 이라면 어느 동네에서 좋아할까. ('게속')